부동산유치권의 존부를 다투는 민사 분쟁의 형태로는 명도(인도)소송 뿐 아니라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도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 실무상 이런 확인소송도 드물지는 않지만, 민사소송의 거의 대부분은 (인도명령신청을 포함한) 건물명도소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행력 없는 확인판결 보다는 채무명의로 하여 실제 집행이 가능한 명도판결이 분쟁을 해결하는 훨씬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도소송과 병행하여 청구되는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판례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0다84932 판결[유치권부존재확인]

--확인의 소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원고의 법적 지위에 대한 불안과 위험을 제거하는 데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되는바(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60239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4115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원고 소유의 이 사건 점포를 피고가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점포의 인도를 구하는 것이 원고의 소유권에 대한 불안과 위험을 유효하고 적절하게 제거하는 직접적인 수단이 되므로 이와 별도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유치권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소를 적법한 것으로 보고 본안에 나아가 심리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하지만, 명도소송이 아니라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이 불가피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예를 들어 유치권이 행사되고 있는 부동산의 근저당권자가 제기하는 소송이 대표적이다. 해당 부동산의 경공매 도중에 이루어진 상당한 액수의 유치권신고나 유치권자 등장으로 인해 불안감이 조성되고 낙찰가격이 하락되면 자칫 근저당권자 배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런 우려 때문에 근저당권자가 경공매 진행과정에서 유치권 주장하는 자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행 중인 경매절차는 채권자의 신청으로 일시중지 되었다가 유치권 존재 여부에 관한 본안 판단 이후에 다시 속행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확인재판에 따른 상당한 시간소요로 채권회수가 상당히 늦어질 수도 있지만, 유치권의 존재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경매가 지속되더라도 유찰로 인한 채권회수지체는 불가피한데다가 적정가격 매각을 통해 채권자에게 돌아올 수 있는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편이다. 본안재판에서 받은 유치권부존재확인판결을 경매법원에 참고자료로 제출하여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형식을 통해 허위유치권주장으로 인한 유찰과 낙찰가격하락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지위에 있는 근저당권자는 소유권이 없어 건물명도소송도 제기할 수 없는 지위라는 점을 감안해서 판례상으로 확인의 이익도 적극 인정되고 있다.


★ 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9다247385 판결[청구이의의소등]

[1] 확인의 소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그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허용된다. 그리고 확인의 이익 등 소송요건은 직권조사사항으로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소송요건이 흠결되거나 그 흠결이 치유된 경우 상고심에서도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2] 근저당권자에게 담보목적물에 관하여 각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은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됨으로써 낮은 가격에 입찰이 이루어져 근저당권자의 배당액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는 데에 근거가 있고, 이는 소유자가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위와 같이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되었으나 소유부동산 또는 담보목적물이 매각되어 그 소유권이 이전되어 소유권을 상실하거나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다면, 소유자와 근저당권자는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3]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담보목적물이 매각되어 그 소유권이 이전됨으로써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더라도 채권자는 유치권의 존재를 알지 못한 매수인으로부터 민법 제575조,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의한 담보책임을 추급당할 우려가 있고, 위와 같은 위험은 채권자의 법률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므로, 채권자인 근저당권자로서는 위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유치권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반면 채무자가 아닌 소유자는 위 각 규정에 의한 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