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터뷰를 통해 구조적인 대형사기 정황이 엿보이는 부동산거래를 알게 되었다. 해당 언론사는, 일부 지역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동산거래가 빈발하고 있어 취재 중이었는데, 사건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언론으로부터 전해들은 문제의 부동산 거래구조는 다음과 같다. 완공한 빌라의 들러리 집주인을 구해서 그 사람이 분양받는 식으로 이전등기한 다음 그 집의 임차인을 구한다. 임대차보증금의 거의 대부분은 대출금으로 충당된다. 이 모든 과정을 브로커를 끼고 진행하는데, 브로커에게는 엄청난 금액의 수수료가 지불된다. 예를 들어 1채 가격이 2억원 정도인 빌라 거래에 브로커수수료로 2천만원이라는 거액이 지급되는 것이다. 브로커는 그 중에서 3백만원 정도의 금액을 자신이 구한 들러리 집주인에게 분배한다.


필자를 방문할 당시 해당 언론사는 중개업자의 과다수수료 내지 무자격자의 불법 중개 정도로 이 사건을 이해하고 있었다. 부동산거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때문이다.


사건 구조를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부동산 대출사기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거래대금의 거의 대부분을 금융회사 대출금으로 충당하는데, 대출명목은 임대차보증금 대출이었으며, 이를 위해 정상적으로 분양된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있어 들러리 수분양자를 조직적으로 모집하는 방식을 취했다. 정상 수분양자가 아니라 돈을 주고 모집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금융회사에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회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대출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 자체만으로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아파트와 달리 정해진 분양 가격이 없어 정상가를 판단하기 어려운 빌라나 다세대 특성을 이용해서 정상가 보다 상당히 높여진 금액으로 분양금액을 정한 다음(어차피 들러리 수분양자는 분양 가격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를 기준으로 해서 적당한 임대차보증금을 정하고 보증금에 비례한 대출을 받게 되면서 정상적인 금액 이상이 대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관심은 애초부터 정상적인 분양이나 임대차가 아니라 금융회사 대출, 그것도 최대치 금액의 대출로 수익을 실현하는데 있었을 것이다.


현격한 집값상승이 없다면, 이런 구조에서는 임대차기간 종료 후에 당연히 보증금반환이 불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세입자의 대출금반환도 어려워지면서 결국 해당 주택에 대한 경매로 이어진다. 부실한 담보 때문에 당연히 상당금액이 회수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전세자금대출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 국책 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기 때문에 거의 피해가 없다. 금융회사에 손해가 없는 구조이다 보니, 금융회사 직원도 주의가 해이할 수 있고 심지어는 대출사기에 함께 공모할 유인도 커진다. 결국, 국민세금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거래인 셈이다.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인 셈이다.

해당 언론사가 취재한 지역에서만 이런 의심거래가 수천 채에 이르고 있고 애초부터 정상적인 분양이나 임대차를 배제한 채 이런 방법으로 기획된 빌라 건축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공공연한 불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소위 정상영업을 하다가 미분양, 미임대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탈법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애초부터 정상영업과 공존이 불가할 수밖에 없다. 정상영업을 하는 순간 정상적인 가격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집값의 10%에 달하는 브로커 수수료 등을 포함한 부풀린 가격으로 유지되는 이런 불법영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원에도 팔리지 않던 물건을 들러리를 끼고 110원에 판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어서 쉽게 적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국책기금의 보증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쉽게 이루어지는 점을 악용하여 처음부터 기획된 고도의 사기사건인 셈이다. 건축단계에서부터 이 구조를 염두에 두고 브로커를 동원해서 분양받는 들러리를 구한 다음, 자기 돈 없이 거의 대출금으로만 임대차를 원하는 임차인을 꼬드겨서 진행되는 고도화되고 조직화된 사기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회사 직원들까지도 이런 사기집단의 한패일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해당지역 다세대빌라에 보증금사고가 잇따르면서 여러 언론사의 취재가 있었지만, 거래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단순히 갭투자 사고로만 다루었다고 하는데 구조적인 대형 사기사건으로 재조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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