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混同)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보거나 생각한다’는 것이지만 법률적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법률적 의미로서의 혼동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속하는 것과 같이 채권자의 지위와 채무자의 지위가 동일한 주체(동일인)에 귀속하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채권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으므로 해당 채권은 소멸시킨다. 다만 이 채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때에는 예외적으로 채권이 존재하게 되는데(민법 제507조 참조),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이라 함은 혼동으로 소멸하는 채권에 질권이나 담보물권 등이 설정된 경우를 말한다. 혼동은 부동산 경매물건에서도 가끔 나타나는 바, 경매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지난 10월 21일 여주시 능서면에 소재한 ○○연립 한 개 호수가 감정평가액 5400만원에 두 차례 유찰돼 최저매각가격이 2646만원까지 저감된 물건이다. 결과적으로 이 물건은 1명이 단독으로 입찰하여 약 3178만원에 매각이 됐다. 최저매각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진 것도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유찰가능성이 있었던 이유(결과적으로 단독으로 낙찰이 됐지만)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임대차미상의 선순위 점유자가 있었던 것이고, 또 하나는 등기부등본상에 최선순위로 설정된 전세권이 있는데 그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임대차미상의 선순위 점유자는 현장답사 결과 임대차관계 없이 점유하고 있는 소유자의 친척으로 밝혀져 명도에 문제가 되지 않을 듯했다. 다음으로 배당요구하지 않은 선순위 전세권은 매각으로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그 전세금을 매수인이 떠안아야 하는 것은 권리분석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 이유로 모 경매정보업체의 자동권리분석에도 아래와 같이 선순위 전세권이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되는 것으로 표기돼 있으니 입찰자가 적거나 한차례 더 유찰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예상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위 사례의 권리분석은 틀렸다. 본 경매물건의 등기부등본상의 권리관계를 자세히 보면 전세권자 유○○이 전세권 설정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전세권 목적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즉, 전세권자가 자신의 채권의 목적이었던 부동산을 당초 소유자였던 김○○으로부터 매수한 것으로 전세권자와 현재의 소유자가 유○○으로 같아졌다. 이런 경우가 바로 혼동의 예로서 선순위 전세권이 혼동으로 소멸하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민법 제507조 규정에 의하면 2008년 7월 30일에 설정된 유○○의 전세권은 소멸하게 된다. 전세권이 소멸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세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 예컨대 전세권을 담보로 질권이 설정돼 있거나 저당권이 설정돼 있어야 하나 2009년 9월 3일에 전세권자 유○○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 설정된 권리관계를 보면 이러한 권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상식적으로도 전세권자와 소유권자가 같아졌는데 소유권자가 전세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민법은 바로 이러한 상식에 기해 혼동의 법리를 명문상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순위 전세권은 혼동으로 소멸하게 되며 매수인은 선순위 전세권자의 보증금 3천만원을 인수하지 않아도 됐다. 비록 단독으로 입찰하여 최저경매가보다 약 530여만원 정도 더 높은 가격에 낙찰이 됐지만 선순위 전세권자의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 거래 시세(6천만원-6억5천만원)의 50% 정도에서 낙찰을 받은 셈이다. 혼동의 법리를 잘 이해하고 입찰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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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50~200위권 중견 건설사가 잇달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 미수금 증가, 책임준공 부담에 미분양까지 급증해 돈줄이 마른 영향이다. 건설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과 건설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 브랜드 ‘벽산블루밍’으로 알려진 벽산엔지니어링(시공능력평가 180위)이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공사비가 급등하고 금융 비용이 증가한 데다 현금 흐름까지 나빠진 게 법정관리를 택한 배경이다.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신동아건설(58위)과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지난달 24일 국내 토목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71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삼정이앤시(122위), 대우조선해양건설(2023년 기준 83위) 등 200위 내 건설사도 자금난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열흘간 벽산엔지니어링까지 중견 건설사 6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올해 1~2월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도 109곳에 이른다.업계에서는 12월 결산법인 실적이 나오는 다음달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4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성(준공 후) 미분양’과 공사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등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벽산엔지니어링 등 중견업체 열흘간 6곳 법정관리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최악'…올해 종합건설사 109곳 폐업“최근 사업을 벌이고 있는 프로젝트가 치솟은 공사비와 미수금 증가로 수십억원에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50~200위권 중견 건설사가 잇달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 미수금 증가, 책임준공 부담에 미분양까지 급증해 돈줄이 마른 영향이다. 건설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과 건설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 브랜드 ‘벽산블루밍’으로 알려진 벽산엔지니어링(시공능력평가 180위)이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공사비가 급등하고 금융 비용이 증가한 데다 현금 흐름까지 나빠진 게 법정관리를 택한 배경이다.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신동아건설(58위)과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지난달 24일 국내 토목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71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삼정이앤시(122위), 대우조선해양건설(2023년 기준 83위) 등 200위 내 건설사도 자금난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열흘간 벽산엔지니어링까지 중견 건설사 6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올해 1~2월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도 109곳에 이른다.업계에서는 12월 결산법인 실적이 나오는 다음달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4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성(준공 후) 미분양’과 공사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등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안정락/임근호 기자
최근 중견 건설회사가 잇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연쇄 부도 위기감이 커지면서 건설사 사이에서 재무 건전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본사 건물은 물론 자회사를 매각해 부채 비율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매각을 검토 중이다. 1980년부터 45년 동안 본사로 쓰고 있는 상징성 있는 건물이다. 롯데건설은 자산 유동화로 1조원가량을 마련해 196%(지난해 말 기준 추정치)인 부채비율을 15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가운데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아졌다.부채비율이 251%(작년 3분기 기준)인 SK에코플랜트도 환경 관리 자회사 리뉴어스 지분 75%와 리뉴원 지분 100%를 매각해 약 2조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스페인 수처리 회사 GS이니마를 최소 1조5000억원 이상 가격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작년 말 250%인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DL그룹은 지난해 말 본사 사옥으로 쓰던 서울 서대문 D타워 돈의문을 매각해 현금 130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는 호텔 부문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매물로 내놨다.건설사의 내실 경영은 주택 수주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만 선별 수주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공사비 1조7000억원 규모의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1·2·3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은 GS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 삼성물산이 압구정 재건축 등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월 송파구 문정동 가락1차현대 재건축 사업도 롯데건설만 참여의향서를 제출해 다음달 다시 입찰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