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판결 직후인 2013년에 쓴 칼럼으로 사건 소개를 갈음한다.
유니클로 명동점에 대한 인도판결
유니클로 동양 최대매장이라고 하는 명동점에 대한 인도판결이 최근 선고되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부천 소재 “소풍”이라는 쇼핑몰과 서울 중구 소재 “굿모닝시티” 쇼핑몰 사건을 비롯해서 구분소유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쇼핑몰 입점추진행위에 대해 소수 구분소유자들을 대리해서 여러 소송을 수행하다가, 이 번 유니클로 명동점 사건도 담당하게 되었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이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판결전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 30.선고 2012가단5006687 건물명도, 2012가단5053041(병합) 건물명도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은 서울 중구 ** 지상에 건립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상의 집합건물인 하****빌딩(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의 제1 내지 4층 중 별지 1 기재 해당 부분(이하 ‘이 사건 각 구분점포’라고 한다)을 분양받아 소유권을 취득한 자들이고, 피고 제****** 주식회사(이하 ‘피고 제******’라고 한다)는 이 사건 건물 관리단(집합건물법상의 고유한 의미의 관리단뿐만 아니라 각 층별로 구분소유자 상호간의 이해관계 조정과 상가의 원할한 운영도모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임의단체인 소위 각 층별 관리단 포함, 이하에서는 이들을 통틀어 ‘관리단’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위 건물 전체를 임차한 회사이고, 피고 에****** 주식회사(이하 ‘피고 에******’라고 한다)는 피고 제******로부터 위 건물 중 제1 내지 4층을 전차한 회사이다.
나. 이 사건 건물의 지하 1층, 1, 2, 3층의 구분소유자들은 2006년경 해당 구분점포를 분양받았으나 상가 임대가 활성화되지 아니하자, 이 사건 관리단을 통하여 각 층마다 이를 하나의 목적물로 임대하는 이른바 통임대를 추진하기로 하였고, 이에 위 관리단은 2008. 2.경부터 구분소유자들의 동의 및 위임을 받아, 위 각 층의 각 점포 경계표지를 제거하여 부동산임대업체인 주식회사 지****** 등에게 각 층마다 일괄 임대하였으며, 이에 따라 수령한 차임은 해당 구분소유자들에게 점포 면적에 비례하여 균등하게 분배하여 왔다.
이 사건 관리단은 위 통임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건물 전체의 상권 활성화라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아니하자 2011. 2.경 위 건물 전체에 대한 통합임대차를 추진하여 위 건물 전체를 피고 제******에게 임대하였고, 피고 에******는 2011. 3. 15. 위 건물 중 제1 내지 4층 전체를 피고 제******로부터 전차한 후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라는 상호로 의류판매업을 하고 있다.
2. 판단
가. 피고 에******의 인도의무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에******는 원고들 소유인 이 사건 각 구분점포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위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위 각 점포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들의 피고 제******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나아가, 피고 제****** 역시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구분점포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불법점유를 이유로 하여 그 명도 또는 인도를 청구하려면 현실적으로 그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하여야 하고 불법점유자라 하여도 그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인도하여 현실적으로 점유를 하고 있지 않은 이상 그 자를 상대로 한 인도 또는 명도청구는 부당한데(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9045 판결),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제******는 이 사건 각 점포를 포함한 이 사건 건물 제1 내지 4층을 피고 에******에 전대하여 이를 현실적으로 점유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 에******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각 구분점포가 구분소유권의 객체성을 상실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에 관하여
이에 대하여 피고 에******는 먼저, 이 사건 건물 중 제1 내지 4층은 경계표지 등이 모두 제거된 후 하나의 건물로 임대되면서 각 구분점포의 구조상·이용상의 독립성이 상실되어 공유로 전환되었으므로, 원고들은 위 피고를 상대로 구분소유권의 객체성을 상실한 이 사건 각 점포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집합건물법상 건물의 일부분이 구분소유권의 객체로 될 수 있으려면, 그 부분이 구조상으로나 이용상으로 다른 부분과 구분되는 독립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접한 구분건물 사이에 설치된 경계표지가 일단 제거되었다고 하여 무조건 구분소유권의 객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경계표지의 제거가 사회통념상 구분점포로서의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각 구분점포의 위치와 면적 등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복원이 용이한 것이라면, 경계표지가 일정한 사유로 제거됨으로써 각 구분점포가 구분점포로서의 구조상 및 이용상의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각 구분점포가 구분점포로서의 실체를 상실하여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되지 아니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9. 6. 2.자 98마1438 결정 참조).
그런데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관련 법령에 따라 명백하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건물 중 제1 내지 4층은 그 분양 시에는 각 구분점포 간의 경계표지가 분명하고, 칸막이와 차단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어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던 점,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건축물대장에 건축물현황도가 포함되어 있고, 집합건물법 제1조의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의2 제1항의 경계표지 및 건물번호표지에 관한 규정이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의 경우에는 경계표지 등에 관하여 다소 완화된 특례를 두고 있어 현재 각 구분점포의 위치와 면적을 특정하여 경계표지를 복원하는데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점, 위 각 구분점포 사이의 경계표지를 철거한 것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원활한 점포 임대를 위하여 임차인의 점포 이용의 편의를 기하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구분소유자들이 2007년 작성하여 이 사건 관리단에게 교부한 동의서상에도 “하**** 빌딩의 ‘구분소유자로서’ 하**** 상가의 활성화를 위하여 ‘등기부상의 소유권 및 점포 지번(호수 및 위치)’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을 것”이 조건으로 기재되어 있고, 2007. 4. 30. 당시 관리단장 신**도 동일한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각 구분점포간의 경계표지가 제거되어 일시적으로 구분점포로서의 구조상 및 이용상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구분점포로서의 실체를 상실하여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들이 이 사건 관리단에게 임대차계약 체결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하였거나 해당 임대차계약을 묵시적으로 위임 또는 추인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에 관하여
피고 에******는 또한, 원고들은 2008년경 이 사건 관리단에게 위 관리단이 향후 체결할 모든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그 체결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하였으므로 위 관리단은 피고 제******에게 이 사건 각 구분점포를 임대할 권한이 있다거나, 설령 원고들이 위와 같이 포괄적으로 위임한 사실은 없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피고 제******로부터 매월 월차임을 지급받아 온 이상 위 관리단에게 피고 제******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하였거나 또는 대리권 없이 체결된 위 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4호증의 1 내지 10의 각 기재에 따르면 원고 장**, 최**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2008년경 위 관리단이 이 사건 각 구분점포를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구분점포와 일괄하여 주식회사 지****** 등에 임대하는 것에 동의한 후 점포 면적에 비례한 차임을 배분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 제******가 원고 조**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월임료 명목으로 위 피고가 산정한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원고 권**, 이**, 최**에게는 일부를 지급하였다).
그러나 원고들 중 일부가 이 사건 각 구분점포의 일괄 임대에 한 차례 동의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에 기초하여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 또는 최초 임차인이 아닌 다른 임차인과의 사이에 새로운 일괄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까지 수여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또한 원고 조**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피고 제******로부터 월차임 상당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받아왔다고 하더라도 위 원고들이 부당이득금 또는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수령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해당 임대차계약 체결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하였거나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위 임대차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권리남용 취지의 주장에 관하여
피고 에******는 마지막으로,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점포를 인도받아 독자적으로 영업을 할 의사 없이 현재 성업 중인 피고 에******의 유니클로 매장 영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으로 압박하여 추가적인 월 임대료나 합의금을 수령하기 위하여 이 사건 청구에 이른 것이고, 원고들의 위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위 유니클로 매장이 철수하여 이 사건 건물 전체가 유령상가가 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구분소유자 전체가 피고 에****** 등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 채무를 부담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위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살피건대, 권리의 행사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하려면, 그 권리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관리단이 원고들의 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각 구분점포를 무단 임대한 이상 이를 원상회복하려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위 피고에게 오직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는데 그 목적이 있을 뿐 원고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고, 설령 위 피고 주장과 같이 위 청구로 인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구분소유자들이 거액의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위 무단 임대의 결과일 뿐 원고들에게 그 책임을 돌릴 것은 아니므로,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에******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피고 제******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당시 유니클로 해당 점포가 입점한 곳은 명동역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하이해리엇”이라는 건물이었다. 동대문 “두타”나 “밀리오레”와 같이 당시 유행이었던 쇼핑몰 형태로 분양되었다. 때문에 한 개 층에만 수백명의 구분소유자가 있을 정도로 권리관계가 복잡했다. 만약, 쇼핑몰이 계속 유행을 지속했다면 다를 수 있었겠지만 유행이 바뀌어 더 이상 쇼핑몰로 운영하기 어렵게 되자 잠재해있던 권리관계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대규모 공간을 특정 회사에 임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임대할 공간을 소유하는 수백명 소유자들의 전체 동의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이해리엇 역시 소송제기한 십여 명의 의뢰인 동의 없이 명동중앙점이 오픈하게 된 것이다. 회사로서는 이런 점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구분소유자 전체동의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 하에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 결과 결국 명도하라는 판결이 선고되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회사의 이미지 추락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판결 선고 후 회사는 큰 충격을 받고 의뢰인과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런 점포가 결국 폐점하게된 것인데, 유니클로 입점 전에 내포된 구조적인 문제, 즉 어떤 임차인을 어떤 조건으로 입점시킬지,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구분소유자 동의는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다시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고 큰 홍역이 예상된다. 몇 년 전에 비해 경기가 훨씬 좋지 않아 접점을 찾기가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쇼핑몰과 같은 분양형태는 태생부터 이런 분쟁소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미 큰 홍역을 치른 터라 쇼핑몰 형태의 분양은 거의 없어졌지만, 분양형호텔과 같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분양 행태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어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