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시장은 광풍 그 자체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백약이 무효이고, 서울 등 대도시와 일부 지방의 아파트는 신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상승기로 돌아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뛰게 되면 부동산 매매시장에 으레히 생기는 현상이 있다.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도인과 매수인간 계약해제와 관련 분쟁이 봇물을 이루게 되는데, 최근 필자도 수십건의 관련 상담을 하고 몇건의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일단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훨씬 더 오를 것이 예상되거나, 다른 매수자로부터 더 주고 팔라는 유혹을 받으면, 더 많이 받고 팔고 싶은 욕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더라도 계약을 파기하려고 시도한다. 이에 대해 매수인은 매수인대로 더 오른 가격의 차익을 자신이 챙기려고 어떻게든 계약을 지키려고 저항한다.

여기서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매매계약 ‘파기’와 ‘지키기’ 전쟁이 시작된다.

(참고로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하강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하락하니까, 이번에는 거꾸로 매수하는 즉시 손해를 보게되는 매수인이 계약을 파기하려고 시도하고, 매도인은 지키려고 시도하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벌어진다.)

# 매도인의 '계약 파기' - 해약금에 의한 해제
먼저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통상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받은 후 중도금을 받기 전에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반환하고 계약을 파기하려고 시도한다. 이는 민법상 해약금 해제 규정에 의한 파기(해제)인데, 기본적으로 중도금을 받기 전이라야 가능하다.

그 외에도 매수인이 매매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행에 착수’했다면 더 이상 파기가 불가능하다. 예컨대 매매계약 후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등이다.

그러므로 매도인이 유효하게 계약을 파기하려면, 상대방이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에, 즉 ‘이행의 착수’를 하기 전에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배액을 지급할테니 게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내용의 통지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매수인에게 보내거나 적어도 문자메시지, 카톡 등으로 통지해야 한다. 내용증명은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는데, 매수인에게 도달하는데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고, 매수인이 일부러 안받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문자메시지 등은 보내는 즉시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상대방이 읽기만 하면 도달된 것이 되어 해제의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해약금인 계약금 배액을 매수인 통장으로 송금하거나 통장이 폐쇄되었다면 법원에 공탁을 하고 그 사실을 매수인에게 통보하는 것이 좋다. 그 전에 매수인이 혹시라도 중도금 일부를 일방적으로 송금할 수 있으므로 매도인 자신의 계좌도 폐쇄할 필요가 있다.
해제통지서의 도달일과 중도금 지급일이 같은 날이면 해제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신속히 문자메시지나 카톡 등을 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매도인 입장에서 매매계약금의 전부가 아닌 일부(예컨대, 매매대금 10억 원인 계약의 계약금 1억 원 중 1,000만 원)만 받았을 경우, 해약금에 의해 해제하려면, 받은 돈(1,000만 원)의 배액(2,000만 원)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전액(1억 원)과 받은 돈(1,000만 원) 모두를 지급(공탁)해야 해제됨을 유의해야 한다.

# 매수인의 '계약 지키기' - 중도금 일부 송금 등
한편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계약체결 후 매도인이 해제하고 다른 곳에 처분할 낌새가 보이면, 중도금(잔금) 지급기한 이전이라도 일방적으로 중도금(잔금) 전부 또는 일부를 매도인 계좌로 송금하거나 계좌가 폐쇄되었다면 법원에 공탁할 필요가 있다.
매매계약서에 기한 전에 중도금, 잔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특약이 없는 한 일방적으로 지급해도 중도금, 잔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또한 매수인이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건축허가를 받는 등 이행의 착수를 해 두면 매도인이 함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매도인이 잔금기한에도 수령하지 않고 계좌도 폐쇄했다면 중도금, 잔금을 모두 공탁한 후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소할 수 있다.

결국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계약파기와 지키기’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느냐는 누가 위의 법리를 더 잘 알고 더 빨리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