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대상물은 서울 강남 소재 근린생활시설 건물과 해당 부지이고, 거래금액은 약 110억원이다. 의뢰인은 중개법인을 통해 매매계약을 했는데, 매매대금과 계약금, 공제할 금액 등 계약의 상세 내용을 모두 합의한 후 이를 바탕으로 위 중개법인 이름이 기재된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지역 토지가 거래허가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매매계약서에 바로 날인하는 대신, 확약서에 날인한 후 매매계약서를 첨부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확약서 상에는 계약금 20억원 중 일부인 1억원만 지급하면서, 이틀 후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여 거래허가를 득한 후 일주일 이내에 첨부된 계약서로 본 계약체결하면서 나머지 계약금 19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계약당시 계약서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매수인의 편의를 위하여 매수인이 설립한 법인으로 매수인을 변경하기로 쌍방 합의했다. 이 약속에 따라 매수인은 계약체결 직후 모 법인을 설립한 후, 매도인에게 토지거래허가절차에 협력에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매도인은 매매대금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이런저런 핑계로 토지거래허가절차를 회피하더니 급기야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했으니 계약이행을 거절한다’고 정식 통보해왔다.
결국 매도인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게 되었는데, 가장 시급한 것은 해당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받는 것이었다. 소송 도중 매매대상물이 타인에게 처분되어버리면 소송실익이 크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110억원이 넘은 매매계약에서 1억원만 지급된 상태이고 매매계약서상에는 날인도 되지 못해 이 상태에서 과연 가처분이 받아들여질지 의문시되는 상황이었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자칫 상대방과의 싸움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가처분 인용에 최선을 다해야했다. 이를 위해 본 소송을 함께 제기했다. 단순히 가처분만 신청하기 보다는 본 소송이 함께 제기되면 가처분인용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매도인 상대로 제기된 ‘토지허가절차에 협력하라’는 취지의 소장이다. ‘매수인 변경에 매도인이 동의했는지’ 여부에 다툼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설법인을 주위적 원고로, 기존 개인을 예비적 원고로 하여 청구했다.
소장 접수 직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처분금지가처분신청서를 접수했다.
통상의 가처분신청서 내용은 소장과 대동소이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소장에서는 주위적·예비적 원고로 하여 신설법인과 개인 모두를 원고로 넣었음에 반해 가처분신청서에는 개인을 제외하고 신설법인만을 채권자로 했다. 일단, 매수인변경에 대한 매도인 동의사실이 여러 가지 정황상 분명해보였고, 본 소송과 달리 주위적·예비적 채권자로 신청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신설법인만으로 처분금지가처분이 등재된 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은, 허가절차 협력청구를 구하는 본소송에서는 대상물이 토지에 국한되었지만, 가처분신청에서는 건물을 포함했다. 그 때문에, 가처분 피보전권리를 토지에 대해서는 거래허가절차 협력청구권으로, 건물에 대해서는 매매약정에 따른 이전등기청구권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가처분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다음과 같은 법원 보정명령을 받게 되었다. 상대방의 계약불이행을 떠나 110억원이 넘는 매매대금 중에서 불과 1억원만 수수된 상태라는 점 때문에 처분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취지였다. 이런 보정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기에, 다음과 같이 취지로 보정서를 제출했다. 해약의 의사표시가 없었을 뿐 아니라, 해당 부동산 취득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다음과 같은 가처분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가처분결정 당일, 토지건물 모두에 다음과 같은 처분금지가처분등기가 등재될 수 있었다. 마지막 조치로, ‘1억 배액을 제공하고 상대방이 해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계약을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신설법인과 기존 매수인 개인이 각각 매도인계좌로 5천만원씩을 추가송금하게 하였다.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소유권이전등기]
[1]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2] 매매계약의 체결 이후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매도인이 구두로 구체적인 금액의 제시 없이 매매대금의 증액요청을 하였고, 매수인은 이에 대하여 확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하였는데, 그 이후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여 해제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매도인을 당초의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거나 ‘매수인에게 계약내용 변경요청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매도인은 위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1997. 2. 28. 선고 96다49933 판결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등】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거래허가 구역 내의 토지에 대하여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기 전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쌍방이 그 계약이 효력이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당사자 사이에 당사자 일방이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한 협력 자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허가신청에 이르기 전에 매매계약을 철회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일정한 손해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유효하게 할 수 있다.
이로써 상대방이 계약이행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봉쇄된 셈이다. 향후 상대방의 태도와 재판경과가 기다려진다. -이상-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