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화전동 화전마을 주민 수십명이 토지주와의 건물철거판결에서 패소하여 쫓겨날 위기에 있는 사건에 대해 최근 방송인터뷰를 했다. 화전마을은 1972년 삼척 광전광업소 대규모 갱내수 유출로 수재민이 된 주민들의 집단이주로 생겼는데, 당시 삼척군(현 태백시)과 광전광업소에서 현재 화전마을 부지를 제공하면서 연립 형태로 42가구의 사택단지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건물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건축허가도 받아 주민들 앞으로 등기까지 완료했지만, 이후 광업소 파산으로 마을 부지인 토지가 경매로 매각되면서 현 토지 소유주가 주민들에 대해 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해서 아래와 같이 주민들의 패소판결이 선고되었다.



★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1. 6. 23. 선고 2018가단1280 토지인도 판결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1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한국국토정보공사 태백삼척지사의 측량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는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의 소유자이고, 피고들은 아래 표 기재 ‘피고 소유 건물 표시 및 점유면적’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 지상에 건물을 소유하면서 해당 면적만큼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아래 표 ‘피고 소유 건물 표시 및 점유면적’의 해당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부분 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1 내지 27, 41, 42, 43, 44, 45의 주장에 관한 판단
위 피고들은 1972년경부터 20년 이상 각 해당 건물을 소유하면서 각 해당 건물 부지에 관한 지상권을 시효취득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위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타인의 토지 위 건물은 그 존립근거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철거되는 것이 원칙이라, 이 사건 건물주인 주민들에게 건물의 존립근거(항변)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지상권에 대한 시효취득항변이 주장되었다. 토지소유권을 승계 받은 사람에 대해 법적으로 유의미한 항변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채권이 아니라 물권적 항변이 필요한데, 소유권에 대한 시효취득을 주장하기에는 적절치 않아서, 부득이하게 “지상권”이라는 물권의 시효취득 이론을 구성한 것으로 짐작된다.




★ 민법 제248조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의 취득시효)
전3조의 규정은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의 취득에 준용한다.


★ 민법 제279조(지상권의 내용)
지상권자는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가 있다.




원래 민법상 지상권은 지상권을 설정하려는 계약(합의)과 함께 지상권 등기가 되어야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물권의 효과가 발생하는데, 해당 부지에 대한 아무런 등기를 취득하지 못한 주민들로서는 부득이하게 ‘지상권을 시효취득했다’는 논리로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 검토결과, 40년이라는 오랜 기간 점유에도 불구하고 시효취득의 요건 중 하나인 “자주점유”에 대한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자주점유는 소유권에 대한 시효취득의 경우 “소유의 의사”를 의미하는데, 지상권의 경우에는 ‘지상권자로서의 의사’가 될 수 있다. 판례상 자주점유 여부의 판단은 “권원의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소유권에 대한 시효취득의 경우 매수인, 수증자, 절도범은 자주점유자가 되고, 지상권자, 전세권자, 질권자, 임차인, 수임인, 명의수탁자, 분묘기지권자 등은 타주점유가 되는 것이다. 지상권에 대한 시효취득의 경우에도 이를 유추적용 할 수 있다.




★ 대법원 1993. 9. 28. 선고 92다50904 판결 [소유권보존등기말소등]


가. 건물소유자가 6·25 당시 피난간 사이에 그 건물에 거주한 경우 타주점유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나. 타인의 토지에 관하여 그 지상 건물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의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려면, 그 토지의 점유사실 외에도 그것이 임대차나 사용대차관계에 기한 것이 아니고 지상권자로서의 점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표시되고 계속되어야 하고, 그 입증책임은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으며, 그와 같은 요건이 존재하는가의 여부는 개별사건에서 문제된 점유개시와 건물 등의 건립경위, 대가관계, 건물의 종류와 구조, 그 후의 당사자간의 관계, 토지의 이용상태 등을 종합하여 그 점유가 지상권자로서의 점유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실질이 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7984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타인의 토지에 관하여 공작물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의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려면 그 토지의 점유사실 외에도 그것이 임대차나 사용대차관계에 기한 것이 아니라 지상권자로서의 점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표시되어 계속되어야 하고, 그 입증책임은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으며, 그와 같은 요건이 존재하는가의 여부는 개별사건에서 문제된 점유개시와 공작물의 설치 경위, 대가관계, 공작물의 종류와 구조, 그 후의 당사자간의 관계, 토지의 이용상태 등을 종합하여 그 점유가 지상권자로서의 점유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실질이 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당원의 판례이다( 당원 1993. 9. 28. 선고 92다50904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토지의 지하에 1969년경 군작전용 고압송유관을 매설하고 그 때부터 20년간 이를 점유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무상지상권을 시효취득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하려는 의사로 점유하여 왔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주 당시 토지주와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상권과 같은 물권적 권리를 분명히 갖추었더라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토지에 대한 적법한 권원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지상 건물에 대한 매매는 계속 이루어졌고, 이런 건물양수자들도 이번 재판에 모두 패소했다고 하니, 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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