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회사 동의 없이 임의로 양도된 민간임대주택 임차권의 양수인이 의뢰인 상대로 임차권명의변경을 구하는 소송에서, 필자는 피고인 의뢰인을 대리하고 있다(사건의 실체는, 의뢰인의 부인이 의뢰인 허락 없이 임의로 처리한 무권대리지만, 법리설명을 위해 무권대리 쟁점은 설명에서 제외키로 한다).


처음 사건을 수임할 당시에는 해당 임대주택의 성격이 무엇인지 자세히 검토하지 못했다. 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임대주택인 것으로 전제하고 법위반 불법거래로 예단했는데, 수임 이후 기록 검토결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는 임대주택이었고, 그 결과 적용법리가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공공임대주택은 공공주택 특별법 제49조의4에 따라 임차권 양도가 법으로 금지된다.



★ 공공주택 특별법 제49조의4(공공임대주택의 전대 제한)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은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매매, 증여, 그 밖에 권리변동이 따르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되, 상속의 경우는 제외한다)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전대(轉貸)할 수 없다. 다만, 근무ㆍ생업ㆍ질병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서 공공주택사업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양도하거나 전대할 수 있다.



★ 동법 제57조의3(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4호부터 제6호까지에 해당하는 자로서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3천만원을 초과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임대받거나 임대받게 한 자
2. 제40조의12를 위반하여 시공자를 선정한 자와 시공자로 선정된 자
3. 제49조의4를 위반하여 공공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을 전대한 자 및 이를 알선한 자



하지만, 의뢰인 사건과 같은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임차권양도금지규정이 없다. 오히려, 분양권전매금지를 정한 주택법 제64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까지 하다.



★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42조(민간임대주택의 공급)

① 임대사업자는 임대기간 중 민간임대주택의 임차인 자격 및 선정방법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급하여야 한다.
1.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주거지원대상자 등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공급
2.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가 정한 기준에 따라 공급

③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택법」 제20조, 제54조, 제57조부터 제63조까지, 제64조 및 제65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주택법 제64조(주택의 전매행위 제한 등)

① 사업주체가 건설ㆍ공급하는 주택[해당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입주자로 선정되어 그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ㆍ자격ㆍ지위 등을 말한다)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01조에서 같다]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그 주택을 전매(매매ㆍ증여나 그 밖에 권리의 변동을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되, 상속의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같다)하거나 이의 전매를 알선할 수 없다. 이 경우 전매제한기간은 주택의 수급 상황 및 투기 우려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지역별로 달리 정할 수 있다.
1. 투기과열지구에서 건설ㆍ공급되는 주택



결국, 이 사건 임차권양수도는 법위반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유효인 계약이라는 점에서, 임차권양도를 거부할 수 있는 새로운 논리구성이 필요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깨알같은 임대차계약서를 샅샅이 검토한 결과, 다행히 결정적으로 유리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임차권 양도금지”특약이었다. 즉, 「“갑”(임대인)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민간임대주택을 타인에게 전대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특약이 임대차계약서에 명시되고 있었다.


이 경우 임차권양도는 (임대인에 대해서 뿐 아니라 당사자간에도) 무효로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어서, 의뢰인으로서는 원고의 임차권명의변경 주장을 능히 방어할 수 있었다.



★ 대법원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
(가)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449조 제1항). 그리고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49조 제2항).
이처럼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이하 ‘양도금지특약’이라고 한다)한 경우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한다.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 채권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지 아니한다. 반대로 양수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면 채권양도는 유효하게 되어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양도금지특약을 가지고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 채권양수인의 악의 내지 중과실은 양도금지특약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하려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나)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고, 이와 견해를 같이하는 상당수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재판실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이 당사자가 양도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채권을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것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는 의미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법조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양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나아가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는 본문에 의하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가 무효로 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당연히 무효이지만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의의 제3자에게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 위 단서규정을 해석함이 문언 및 본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다.


② 이처럼 해석하는 것이 지명채권의 본질과 특성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다.

③ 물권에 관하여는 물권법정주의에 따라 법이 규정하는 바에 의하여 물권의 종류와 내용이 정해지는 반면(민법 제185조), 채권관계에서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 계약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합의에 따라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특약을 하였다면 이는 채권의 내용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속성을 이루는 것이어서 존중되어야 한다.


④ 계약당사자가 그들 사이에 발생한 채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되는 것인데, 민법에서 별도의 규정까지 두어 양도금지특약에 관하여 규율하는 것은 이러한 특약의 효력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⑤ 채권은 이전되더라도 본래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함이 원칙이고 양도금지특약도 이러한 계약의 내용 중 하나에 속하므로, 원칙적으로 채무자는 지명채권의 양수인을 비롯하여 누구에게도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은 명문으로 이를 다시 확인한 규정이라 볼 수 있다.


⑥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되어 원칙적으로 채권양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악의의 양수인과의 관계에서 법률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⑦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한 압류나 전부가 허용되는 것은 양도금지특약의 법적 성질과 상관없이 민사집행법에서 압류금지재산을 열거적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반사적 결과에 불과하다. 나아가 양수인이 악의라고 하더라도 전득자가 선의인 경우 채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은 채권의 양도성을 제한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의 취지를 중시하여 제3자의 범위를 넓힌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⑧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석이 아닌 법규정을 통해 달성되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문언상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이 부인된다는 의미가 도출되는 민법 제449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를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새로운 해석을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민법 제449조(채권의 양도성)

①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 법리를 바탕으로 한 답변서를 작성해서 의뢰인 컨펌을 구했는데 의뢰인 역시 매우 흡족해 하였다. 비록 수임단계에서는 법리검토를 잘못 했지만 재판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나마 승소할 수 있는 묘책을 찾을 수 있어서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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