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고 나가는 거예요? 아니면 반납이에요?"
7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2터미널 앞.
'단결 투쟁'이라고 쓰인 붉은 머리띠를 한 조합원들이 터미널로 들어가는 트레일러 차량을 멈춰 세우고 이같이 물었다.
운전기사는 창문을 내려 "고생이 많다"고 말을 건넨 뒤 화물 배송을 마친 빈 컨테이너를 싣고 오는 '반납'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해당 차량을 터미널 안으로 들여보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가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의왕ICD를 오가는 트레일러는 이같은 반납 차량 외에 거의 없었다.
가끔 컨테이너를 싣지 않은 차량이 차고지를 찾아 드나들 뿐 수도권 물류 허브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합원 300여 명이 의왕ICD 1∼2터미널에 나뉘어 비조합원들의 물류 배송을 막는 '봉쇄 투쟁'을 벌였지만, 드나드는 컨테이너 차량이 없어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드나드는 컨테이너가 적은 이유에 대해 "이번 파업의 주된 요구인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는 노조원뿐 아니라 모든 화물 기사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노조원의 공감도도 높다"며 "집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물류 운송 중단에 동참하는 기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류사들이 연휴에 바짝 물량을 빼내고 파업이 예고된 오늘은 발주를 거의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가 며칠이나 버티겠냐는 심산일 텐데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의왕ICD 측은 파업에 대비, 지난 현충일 연휴를 이용해 물량을 미리 소화하는 등 사전 조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를 통한 운송은 이어지고 있지만,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보관할 수 있는 여력)은 55%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파업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왕ICD는 전체 부지 75만㎡에 42만㎡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갖춰 매년 137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가 오가는 수도권 물류 허브 중 하나다.
의왕ICD 관계자는 "파업 여파로 당분간 일일 물동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장치율은 아직 평시 수준이지만 육상 배송이 막히면 계속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 확대 ▲ 유가 급등에 대한 대책 마련 ▲ 지입제 폐지 ▲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 일몰제(2020∼2022년)로 도입돼 오는 12월 31일 시행이 종료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