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사고로 사망…산재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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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역주행 사고를 일으켜 사망했는데도 산재보상을 해줘야 할까. 직원 사망 사고만큼 인사담당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도 없다.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산재처리를 해야 하는지, 회사가 어느정도 부담을 해줘야 하는지, 이후 위로 등은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 등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이에 대한 법원 판결은 엇갈린다. 기본적으로 역주행 등 법 위반을 해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산재 적용을 받기 어렵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37조 2항에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마트에서 일하던 A씨는 2018년 9월 경 친구들과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잠을 자게 됐다. 다음날 마트로 바로 출근 하면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정상 주행하던 승용차와 부딪혀 사망했다. 감정 결과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2%였다.
공단은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친구의 집에서 출근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통상 출퇴근 경로로 볼 수 없고, 교통사고처리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범죄행위 중 사고에 해당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출퇴근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은 "A의 사망을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고 전날 업무와 무관한 사적모임서 음주를 했고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채 마트로 출근했다"며 "중앙선을 넘어 편도 3차선까지 침범을 해 정상 진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했기 때문에 결국 A의 음주운전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의적, 사적으로 한 음주상태에서 출근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순리적 경로로 출근 중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지난해 4월 22일, 사망한 B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B는 한 대기업 1차 협력사 직원으로 일하던 2019년 12월, 업무용 트럭을 끌고 협력사 교육에 참석했다. 이후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대형 트럭과 충돌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공단이 B의 배우자이자 유족인 원고에게 "출장 업무 수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로 사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유족 측이 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반행위와 업무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어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즉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면,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그밖에 정황 증거도 중요하다. 서울행정법원은 "B는 92년에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경력이 없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업무 외적인 관계에서 사고가 기인했거나 우연성이 결여된 사유가 있다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해 유족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 밖에 혈액 감정 결과 음주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수사기관은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근로자가 일부러 음주를 하거나 위법을 저지르지 않고, 단순히 졸음운전을 하는 것은 업무 자체에 내재된 위험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근로자의 운전 과정이 일반적인 출퇴근 경로인지, 사고 자체가 업무에 내재된 위험인지에 따라 역주행이나 졸음운전 사고라고 해도 산재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이에 대한 법원 판결은 엇갈린다. 기본적으로 역주행 등 법 위반을 해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산재 적용을 받기 어렵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37조 2항에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적 모임 후 숙취운전하다 사고...산재 안돼
사적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친구 집에서 출근하다 역주행 사고를 내 사망한 근로자는 산재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2020년 1월, 근로자 A씨의 유족 김 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세종시 마트에서 일하던 A씨는 2018년 9월 경 친구들과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잠을 자게 됐다. 다음날 마트로 바로 출근 하면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정상 주행하던 승용차와 부딪혀 사망했다. 감정 결과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2%였다.
공단은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친구의 집에서 출근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통상 출퇴근 경로로 볼 수 없고, 교통사고처리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범죄행위 중 사고에 해당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출퇴근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은 "A의 사망을 산재법상 출퇴근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고 전날 업무와 무관한 사적모임서 음주를 했고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채 마트로 출근했다"며 "중앙선을 넘어 편도 3차선까지 침범을 해 정상 진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했기 때문에 결국 A의 음주운전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의적, 사적으로 한 음주상태에서 출근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순리적 경로로 출근 중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교육 받고 돌아오던 중 사고...산재 인정
반면 근로자가 교육을 듣고 복귀하던 도중 역주행 사고로 사망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범죄행위 수준의 잘못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지난해 4월 22일, 사망한 B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B는 한 대기업 1차 협력사 직원으로 일하던 2019년 12월, 업무용 트럭을 끌고 협력사 교육에 참석했다. 이후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대형 트럭과 충돌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공단이 B의 배우자이자 유족인 원고에게 "출장 업무 수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로 사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유족 측이 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반행위와 업무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어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즉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면,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그밖에 정황 증거도 중요하다. 서울행정법원은 "B는 92년에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경력이 없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업무 외적인 관계에서 사고가 기인했거나 우연성이 결여된 사유가 있다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해 유족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 밖에 혈액 감정 결과 음주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수사기관은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근로자가 일부러 음주를 하거나 위법을 저지르지 않고, 단순히 졸음운전을 하는 것은 업무 자체에 내재된 위험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근로자의 운전 과정이 일반적인 출퇴근 경로인지, 사고 자체가 업무에 내재된 위험인지에 따라 역주행이나 졸음운전 사고라고 해도 산재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