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북 '팃포탯(tit-for-tat)' 전략
북한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을 저질렀을 때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고, 특전사 대원들은 미군이 막아섰음에도 북한군 초소 4개를 때려부쉈다. 미국은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로 급파했다. 위협을 느낀 김일성이 유감 표명을 하면서 일단락됐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한다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이 통한 사례는 많다. 2015년 8월 1사단 수색대원들이 북한 목함지뢰를 밟고 큰 부상을 입었을 때도 그랬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고사총 한 발과 곡사포 세 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MDL) 북쪽 500m 지점에 155㎜ 자주포 29발을 쏘자 북한은 대화를 제의했고,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은 2005년 북한의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 의심되던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제재했다. 북한은 김정일 통치자금 2500만달러가 묶이자 제재 해제 조건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약속했다. 북한 고위 외교관은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자 미국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 두 대를 북방한계선(NLL) 북쪽 상공으로 비행하도록 했고, 북한은 기겁했다고 한다. 이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느닷없이 대화의 손을 내민 것도 이런 강공 때문이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미가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쏘자 한·미도 다음날 같은 수의 미사일 발사로 맞불을 놨다. 북한의 소나기 발사가 한국의 ‘킬 체인(선제타격)’과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과시용이라면, 한·미 대응은 원점 정밀 타격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팃포탯 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군은 B-1B 랜서 등을 주일 미군기지에 추가 배치했고, 어제는 한·미 공군이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공중 무력시위를 벌였다.

팃포탯 전략이 북한의 임박한 핵실험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북한도 불리할 땐 손을 내미는 기만전술로 핵·미사일을 고도화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기만전술도 통하지 않고, 북한의 살길은 핵 포기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한·미가 확실한 억지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