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수평과 균형의 리더십
오늘날 요구되는 리더십, 조직문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이 있다면 ‘임플로이언서(employee-influencer)’가 아닐까 싶다. 톱다운 방식의 권위적인 문화가 아니라 조직 또는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가 서로 주체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십의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오늘날 사회의 변화와 함께 경제활동의 중심에 선 MZ세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고, 일의 사회적 가치 중시, 평생직장에 관한 생각 변화 등 가치에 대한 무게중심 이동에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됐다.

이는 오늘날 기업 인사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직장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시대에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잠재력과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활발해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는 결국 수평과 균형으로 수렴된다. 특히 현세대는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이 지켜지길 바라고, 일에 대해 존중받고 자부심과 가치를 찾기 원한다. 이는 직급에 관계없이 의견을 포용하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개인의 시간을 보장받는 문화 추구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문화가 개개인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성과에도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필자는 GE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전 세계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동료와 리더들을 만나왔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과 인재가 다르고, 문화에 따른 선호도 달랐다. 하지만 시대와 문화를 포괄하는 리더가 있다면 존중과 경청을 통해 개개인에게 자신감과 주도성, 동기를 심어주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추구하는 가치는 이러한 리더와 문화의 보편화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선진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업의 리더로서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직원들이 나의 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재 사관학교라 불린 GE는 오래전부터 리버스멘토링 등을 통해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에게 배우는 조직 문화를 강조해왔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변화한 만큼 필자의 사무실 문이 더 많이 두드려지길 기대한다. 모두가 조직의 주인이 되어 스스럼없이 의견을 내고, 본인의 가치와 조직의 가치가 한 방향으로 걸어가게 되길 희망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습이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가 있다’는 유명한 소설의 한 구절처럼, 언제나 정답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았다.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음을, 좋은 리더의 덕목을 새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