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량위기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식량 공급 불안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6일(현지시간) 식량위기에 관한 공동 보고서를 내고 “우크라이나전쟁, 극단적인 날씨,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내몰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량위기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작물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다. 러시아군이 흑해 항구를 장악한 탓에 곡물 수출도 가로막혔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가 큰 아프리카 국가에서 기아 인구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농작물에 치명타를 입히는 이상기후도 식량위기의 원인으로 꼽혔다.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이 가뭄에 시달리는 동안 남수단공화국에선 대규모 홍수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가뭄 홍수 허리케인 등이 반복되면서 농산물과 가축 공급량이 줄어들고 극심한 기아를 부추기는 뉴노멀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WFP와 FAO는 기아 위기가 심각한 20개 나라를 선정했다. 이 중에서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남수단공화국 예멘 등 6개국은 재난급 위기에 직면한 곳으로 꼽혔다. 이들 지역에서 최대 75만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나 아사 위기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우리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해오던 수백만 가정을 위협할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은 2011년 아랍의 봄 사태나 2007~2008년 식량위기 때보다 훨씬 더 안 좋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