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주는 오랜 기간 증시에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성장성이 뚜렷한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무역부터 물류, 자원 개발, 패션, 건설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상사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012년 5만원대이던 LX인터내셔널 주가는 2020년 초 6590원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인플레 바람 타고 주가 급등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미운 오리새끼였던 종합상사주가 백조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LX인터내셔널은 3.46% 상승한 4만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LX인터내셔널은 올 2월 대비 65.84%, 올해 저점 대비 78.54% 급등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같은 기간 17.69%, 21.88%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각각 8.88%, 14.78%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2월 이후 1.3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선방한 실적이다.

오랜 기간 외면받아왔던 종합상사주가 올 들어 크게 상승한 것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물류 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자원 개발과 수출을 주업으로 하는 종합상사가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1분기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매수세가 몰렸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해외에 유전·광산 및 팜 농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과 호주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세넥스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호주·중국의 석탄 광산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생산한 발전용 유연탄을 해외에 판매한다. 팜 농장 투자와 운영 사업도 하고 있다.

인플레 정점이라지만…실적 ‘탄탄’

종합상사 가운데서도 LX인터내셔널 주가가 급등한 것은 실적 증가율이 경쟁사 대비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X인터내셔널은 2020년까지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운임도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656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7601억원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지난해 초 국민연금이 석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배제 원칙을 꺼내면서 주가가 눌려 있었지만 1년 넘게 특별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으면서 주가가 폭발적으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종합상사 기업의 실적도 덩달아 꺾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가에선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8.2%로 예상하고 있다. 전월(8.3%)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8.5%)을 정점으로 낮아지는 흐름이다.

호실적이 유지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LX인터내셔널은 한국유리공업, 포승그린파워 등을 인수하면서 3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수백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당 배당금도 지난해(2300원)보다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세넥스에너지 인수(지분 50.1%)를 통해 올해 영업이익이 3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