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계 노벨상' 받은 이수지…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그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그림책에 담아냈던 이수지 작가(사진)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통해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전한다.

비룡소는 최근 그림책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을 출간했다. ‘아동문학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올해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신작이다. 글은 미국 그림책 작가 팻 지틀로 밀러가 썼다. 이 작가가 그림과 글 번역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책은 먼 곳에 떨어져 사느라 자주 만나지 못하는 할머니와 손주의 애틋함과 그리움을 그렸다. 손주의 상상과 재치가 백미다. 편지봉투 속에 납작하게 들어가고, 로켓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할머니에게 닿는 꿈을 꾸는 식이다.

'아동문학계 노벨상' 받은 이수지…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그리다
“우리 다시 언젠가 꼭!” 만나자는 외침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리운 사람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던 독자들에게 건네는 위로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보고 싶을 때 서로 볼 수 있고, 안고 싶을 때 서로 안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리기 위한’ 실험을 이어갔다. 전작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의 ‘사계’를 모티브로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풀밭에서 뛰어놀고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여름의 생명력을 그려냈다. 이번 책에서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페이지 중간중간에 구멍을 뚫었다. 그림 중 일부를 오려서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을 통해 뒷장의 그림이 앞장의 일부가 되도록 연결하는 ‘다이컷’ 기법을 썼다.

미국의 서평전문잡지 커커스 리뷰는 “기발한 디자인과 결합된 이수지의 따뜻한 그림은 이야기를 훨씬 더 풍부하게 한다”며 “구멍을 뚫어 만든 다이컷, 다채로운 배경색과 페이지 크기, 글꼴, 텍스트 배치의 변화가 주인공들의 조바심, 실망, 그리움,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창’의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