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네덜란드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을 찾는다.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와 삼성SDI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다.

이날 오전 11시45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전세기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등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 기간은 이날부터 18일까지 12일간이다. 이 부회장은 구체적인 일정과 취업제한 규정 위반 논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 대신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서는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는 한 대에 2000억~3000억원의 고가인 데다 한 해 생산량이 40여 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장비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공격적으로 EUV 장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도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ASML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한 행사장에서 약450조원의 대규모 투자 관련 질문에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제2 파운드리에 들어갈 장비를 준비하기 위해 ASML을 찾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국가별 반입·반출만으로도 외교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해당 국가 정부와의 교섭이 꼭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길에는 최윤호 사장 등 삼성SDI 임원 4명이 동행했다. 삼성SDI 경영진이 이 부회장과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 입장에서 유럽은 배터리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나오는 최대 시장이다. 헝가리 1·2공장을 통해 폭스바겐그룹, BMW, 스텔란티스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유럽 완성차 업체 수뇌부와 새로운 합작회사(JV) 설립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스텔란티스와 미국에서 JV를 세우는 데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삼성SDI가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면 유럽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출장을 떠나는 7일은 29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1993년 6월 7일)이 나온 날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은 독일 출장 중이던 1993년 6월 7일 임원들을 불러 모아 놓고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