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층'의 함정…지나친 염도는 생명을 죽인다 [여기는 논설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그룹의 '네탓이오' 공방이다. 연고도 없는 지역구(인천 계양을)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책임론이 비등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되짚어 가다 보면 강성지지층을 등에 엎은 당내 강성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언제나 지지자들의 기초 위에 있어야 하는 거지만, 그런 지지자들이 수동적 추종자가 아니라 적극적 팬덤의 모양새를 띠게 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때부터였다. 이후 친박, 친문, 친명으로 팬덤이 이어졌고, 그 결집력과 목소리가 점점 강해져왔다. 이 과정에서 강성지지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그룹이 당내에 형성됐고, 이들 강성파에 당 전체가 휘둘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문제는 팬덤 정치의 비민주성이다. 여기엔 추앙과 추종만 있을 뿐 비판이 없다. 다양한 견해가 끼어들 틈도 없다. 오직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만 절대선일 뿐이다. 그러니 누가 뭐라 해도 오직 '마이웨이'만 있을 뿐이다. 2019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극성 지지자들의 당내 경선 상대 후보에 대한 문자폭탄과 악플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해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 결과가 내분과 혼란에 휩싸인 현재의 민주당이다.
이와 관련해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이 지난 6일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노사모 때는 이렇게까지 팬덤정치는 아니었다"며 "친문에게는 노무현 트라우마가 너무 강하게 깔려 있고, 끝까지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전략적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팬덤화되는 경향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종합적인 반성과 평가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친문의 구체적인 잘못에 대해 그는 "최저임금, 부동산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도 하고 비판하면서 정권의 핵심적인 사람들인 친문 의원들이 더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소극적이거나 소홀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만 믿고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됐다"고 자성했다. 당내 다양한 의견의 개진을 막는 억압적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점도 잘못이라고 자인했다.
정당이든 사회단체든 강경파가 장악한 조직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이 소수 강성파의 위세에 눌려 침묵했고, 그런 침묵이 당을 그릇된 방향으로 몰아갔다는 지적이 많다. 강성 지지층과 강성파의 주장이 '절대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이견을 용납하지 않았고, 다양한 목소리가 허용되지 않는 '불통'의 정당이 됐다는 것이다.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겐 낙인을 찍고 솎아내는 게 당연할 일처럼 됐다. '민주당인 척하지만 속내는 국민의힘'이라는 뜻에서 '수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일쑤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진영 논리 앞에선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도 힘을 잃고 만다. 위성정당, 위장탈당 등의 꼼수와 편법도 우리편이 하는 거라면 옳다는 식이다.
염도 3.5~5% 정도인 바다가 수많은 생명을 품고 사는 건 열려 있어서다. 수많은 강과 하천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유입과 증발의 균형을 이룬다. 반면 염도가 26~33%에 이르는 이스라엘의 사해(死海)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물이다. 요르단강이 흘러들기만 할뿐 빠져나갈 곳이 없고, 사해 주변은 덥조 건조한 환경이라 수준 증발이 빠르고 염분만 남게 된다.
강성 지지층이 받쳐주는 콘크리트 지지율은 사해의 염분과 같은 존재다. 바닷물의 염도처럼 적당히 섞여 있는 강성지지층은 조직에 활력을 주겠지만 사해의 염도처럼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조직의 건강을 해치고 죽음으로 이끈다. 민주당 일각의 자성론이 염도 조절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화동 논설위원
정치는 언제나 지지자들의 기초 위에 있어야 하는 거지만, 그런 지지자들이 수동적 추종자가 아니라 적극적 팬덤의 모양새를 띠게 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때부터였다. 이후 친박, 친문, 친명으로 팬덤이 이어졌고, 그 결집력과 목소리가 점점 강해져왔다. 이 과정에서 강성지지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그룹이 당내에 형성됐고, 이들 강성파에 당 전체가 휘둘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문제는 팬덤 정치의 비민주성이다. 여기엔 추앙과 추종만 있을 뿐 비판이 없다. 다양한 견해가 끼어들 틈도 없다. 오직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만 절대선일 뿐이다. 그러니 누가 뭐라 해도 오직 '마이웨이'만 있을 뿐이다. 2019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극성 지지자들의 당내 경선 상대 후보에 대한 문자폭탄과 악플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해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 결과가 내분과 혼란에 휩싸인 현재의 민주당이다.
이와 관련해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이 지난 6일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노사모 때는 이렇게까지 팬덤정치는 아니었다"며 "친문에게는 노무현 트라우마가 너무 강하게 깔려 있고, 끝까지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전략적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팬덤화되는 경향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종합적인 반성과 평가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친문의 구체적인 잘못에 대해 그는 "최저임금, 부동산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도 하고 비판하면서 정권의 핵심적인 사람들인 친문 의원들이 더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소극적이거나 소홀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만 믿고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됐다"고 자성했다. 당내 다양한 의견의 개진을 막는 억압적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점도 잘못이라고 자인했다.
정당이든 사회단체든 강경파가 장악한 조직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이 소수 강성파의 위세에 눌려 침묵했고, 그런 침묵이 당을 그릇된 방향으로 몰아갔다는 지적이 많다. 강성 지지층과 강성파의 주장이 '절대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이견을 용납하지 않았고, 다양한 목소리가 허용되지 않는 '불통'의 정당이 됐다는 것이다.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겐 낙인을 찍고 솎아내는 게 당연할 일처럼 됐다. '민주당인 척하지만 속내는 국민의힘'이라는 뜻에서 '수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일쑤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진영 논리 앞에선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도 힘을 잃고 만다. 위성정당, 위장탈당 등의 꼼수와 편법도 우리편이 하는 거라면 옳다는 식이다.
염도 3.5~5% 정도인 바다가 수많은 생명을 품고 사는 건 열려 있어서다. 수많은 강과 하천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유입과 증발의 균형을 이룬다. 반면 염도가 26~33%에 이르는 이스라엘의 사해(死海)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물이다. 요르단강이 흘러들기만 할뿐 빠져나갈 곳이 없고, 사해 주변은 덥조 건조한 환경이라 수준 증발이 빠르고 염분만 남게 된다.
강성 지지층이 받쳐주는 콘크리트 지지율은 사해의 염분과 같은 존재다. 바닷물의 염도처럼 적당히 섞여 있는 강성지지층은 조직에 활력을 주겠지만 사해의 염도처럼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조직의 건강을 해치고 죽음으로 이끈다. 민주당 일각의 자성론이 염도 조절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화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