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67)는 "팬데믹을 예방하는 조직을 마련하는 것이 전 세계가 우선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0일 번역 출간되는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비즈니스북스)을 통해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글로벌 전염병 대응·동원팀'(GERM) 결성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한 때를 언급하며 "문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는 특정 지역에서 작은 규모로 질병이 급증하는 것을 뜻하는 '아웃브레이크'를 감지하고 대응해 팬데믹 발생을 막을 만한 조직이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관리를 받는 GERM이 대안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GERM이 팬데믹을 선언할 권한이 있어야 하며 국가 정부 및 세계은행과의 협력으로 대응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빌 게이츠는 GERM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물, 백신 개발, 데이터 시스템 등 전 분야를 총망라하는 인재가 필요하며 이들에게 줄 급여와 장비 등 연간 1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처럼 수조 달러의 비용이 드는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라고 강조한다.

빌 게이츠는 2015년 테드(TED) 강연에서 "몇십 년 내 1천만 명 이상을 사망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전쟁보다는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를 예견하고 경고한 선각자로 주목받았다.

책은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만에 여러 백신을 만들어낸 것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백신 후보의 성공 확률은 6%"라며 "질병의 역사에서 이례적인 일이고 기적"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가장 유망한 기술로는 화이자·모더나 등이 개발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꼽았다.
그는 "미래의 아웃브레이크에서는 최초 확진 이후 최초 백신 후보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몇 주 혹은 며칠 단위로 측정하게 될 것이다. mRNA가 이를 가능케 할 기술로 자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국이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등 비약학적 개입을 한 것에 대해서는 "호흡기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고 저렴한 방법"이라며 "아웃브레이크 초기에 가장 중요한 도구"라며 과잉 대응처럼 보인 부분이 있더라도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변종이 출현할 수도 있다며 "위험한 바이러스가 진화할 때를 대비해 우리를 보호해줄 새롭고 개선된 도구를 만드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