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유전자 조작(GM)으로 개량한 밀 파종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에 밀 공급량이 급감해 가격이 폭등할 거란 전망이 잇따라서다. 종자 개량을 통해 식량 자급률을 늘려나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질농업공사가 아르헨티나 농작물 업체 바이오세레스가 협업해 유전자 조작 밀 종자를 개발하는 중이다. 두 회사는 가뭄에 저항성을 지닌 밀 종자를 개발한 뒤 브라질에서 시범적으로 파종할 예정이다.

브라질농업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브라질 농작물 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당시 엠브라파 관계자는 브라질 중서부에 있는 세라도에 개량한 밀 종자를 심었다고 밝혔다. 시험 재배에 성공해도 상용화까진 약 4년이 걸릴 거라고 예측했다.

브라질이 밀 종자 개량에 주력하는 이유는 수요가 폭증해서다. 브라질은 지난해 밀 소비량은 1250만t에 달했다. 수확량은 770만t에 그쳤다. 이 중 210만t은 수출했다. 국내 수요를 맞추려고 해외에서 매년 700만t 이상씩 수입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세계의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밀 종자를 개량해 자급률을 끌어올려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의도다.

브라질 농업 컨설팅 업체 사프라스&메르카도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에서 밀 생산 면적은 360만 헥타르에 이를 전망이다. 36년 만에 최대치다. 주로 남부에 있던 밀 재배지가 북상하기 시작해서다. 브라질 밀의 90%가 습한 남부지역에서 수확된다. 재배지역을 확장하려면 건조한 북부에서 자생할 수 있는 종자가 필요한 이유다.

유전자조작 농작물에 관한 브라질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줄었다. 이전까진 콩과 옥수수 위주로 유전자 조작 기술이 적용됐다. 가축용 사료로 활용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서였다.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밀은 유전자 조작 반대 여론이 거셌다. 로이터는 “최근 들어 브라질 국민 중 70%가 유전자 조작 밀을 섭취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며 “식량난이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