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최악의 가뭄은 최근 새롭게 부상한 밥상 물가 불안 요인이다. 농민들이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을 원활히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그나마 식탁에 올라온 계절 채소·과일들의 상태도 썩 좋지 않은 실정이다.

유통·식품업계에선 날씨와 상관없이 양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으로 ‘스마트팜 활성화’를 꼽는다. 스마트팜은 빛, 온도, 습도 등 작물 생육 환경을 제어해 날씨의 영향을 최소화한 농장이다. 사시사철 비슷한 품질의 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 이천의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 사진=롯데마트 제공
경기 이천의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 사진=롯데마트 제공
지난 5일 찾은 경기 이천의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도 그런 곳이었다. 이 스마트팜은 지난해부터 롯데마트에 양상추를 납품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이 스마트팜과 계약한 시점은 갑작스러운 한파와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양상추 대란’이 일어난 지난해 10월이다.
지난해 '양상추 대란' 당시 맥도날드에서 판매한 햄버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양상추 대란' 당시 맥도날드에서 판매한 햄버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당시 맥도날드는 양상추 수급 불안정으로 햄버거 제품에서 양상추를 빼고 제공했다. 롯데마트 역시 노지 재배 양상추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 스마트팜과 계약하면서부터 ㎏당 3900원에 양상추를 팔 수 있게 됐다.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은 2930㎡ 규모의 농장에서 버터헤드, 이사벨 등 총 8종의 엽채류 작물을 키우고 있다. 농장에는 총 60개 베드가 있으며, 각 베드에는 작물 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담은 배양액이 담겨 있다. 배양액의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칠러가 작동한다. 이를 통해 배양액 온도를 작물 생육에 최적화한 18도 수준으로 유지한다.
경기 이천의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 베드 배양액이 담겨있는 모습. 사진=롯데마트 제공
경기 이천의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 베드 배양액이 담겨있는 모습. 사진=롯데마트 제공
최근 수년간 어석농업회사법인과 같은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스마트팜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농가의 스마트팜 도입은 매우 더딘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경지면적 155만㏊ 가운데 스마트팜 면적은 0.4%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농민들의 반(反)스마트팜 정서, 법·제도상 문제, 고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신한승 어석농업회사법인 대표는 “경험에 기반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정보기술(IT)·데이터를 앞세운 스마트팜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제도도 스마트팜 활성화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을 이용한 재배시설부터 자연광 도움 없이 발광다이오드(LED)만으로 작물을 키우는 ‘식물공장’까지 모두 스마트팜이라고 통칭한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팜이 모두 농지법상 농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인지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팜을 지었다가 나중에 철거하는 불상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스마트팜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면 양상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날씨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