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습을 포기하고 취업하는 대학생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에 생계비 부담이 크게 늘고 일자리를 쉽게 구하는 환경이 지속돼서다. 장기적으로 미국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줄 거란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립학생정보센터(NSCRC)가 지난달 발표한 통계자료를 인용해 올해 미국 대학 진학생이 대폭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4년제 대학교 봄학기를 등록한 학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만명 2000명(4.7%) 감소한 1408만 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3년제 전문대학교(커뮤니티 컬리지) 등록자 수도 올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봄학기를 등록한 학생 수는 지난해 학생 수의 7.8%인 약 35만명이 줄었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대학 등록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4년제 대학 등록자 수는 2019년 대비 6.6% 감소한 1444만명으로 기록됐다. 커뮤니티 컬리지는 지난해보다 82만여명(13%) 감소했다. 1970년 오일 쇼크 이후 저점을 찍은 것. 더그 샤필로 NSCRC 연구원은 “미국의 고임금 일자리가 늘어나며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도 등록을 보류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미국 내슈빌주립커뮤니티컬리지 총장인 샤나 잭슨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선 ‘지금 돈을 벌고 나중에 학교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일자리가 넘쳐나는 시대가 도래하자 고용주들이 고임금을 내걸고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취업이 수월해지자 대학 수업이 등한시됐다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에선 노동자 1명당 신규 일자리가 2개가 마련될 정도로 구인난이 이어졌다. 임금 상승률도 1980년대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로 저임금 미숙련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레저와 서비스업 분야에서 임금이 대폭 상승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16세~24세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12%)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임금 상승률 평균(4.7%)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저숙련 노동자(5.0%)의 임금 상승률이 높은 직무역량이 요구되는 직종(4.6%)을 앞질렀다. 일자리가 많고 임금은 오르니 대학 진학의 기회비용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대학 진학률을 떨어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차료, 식료품비 등 생계비 부담이 증대되자 학생들에게 학습보다 노동의 가치가 우위에 놓인 것. 10대 청소년들도 앞다퉈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미국 16~19세 청소년들의 실업률은 10.1%를 기록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산업화 열풍이 불던 1950년대 후반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학 교육이 근본적으로 평가절하된 탓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며 교육의 가치를 의심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1954년~1963년 출생자)들의 은퇴로 노동시장에 초과 수요 현상이 장기화할 거란 전망에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졌다. 고등교육이 취업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인식이 더 짙어졌다고 NYT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릇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고졸 취업자가 고임금을 받는 호시절이 단기에 끝날 거라는 설명이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학력이 낮은 노동자가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팬데믹 직후에도 고졸 노동자의 실업률은 17.6%로 치솟지만 대학 졸업생들은 8.4%에 그쳤다.

알리사 모데스티노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현재 세태가 장기화하면 청년들의 삶이 악화할 것”이라며 “대학 교육을 못 받으면 결국 저임금 직업만 전전하게 돼 경제 전체에 큰 손실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