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매매를 함에 있어 실제 거래가격보다 가격을 낮추어서 관공서에 신고하기 위해 소위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보다 거래금액을 낮추어 신고함으로써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취득세, 등록세를 절감할 수 있고,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이러한 이해관계가 합치되어 “다운계약서”작성은 그동안 부동산거래의 관행이 되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거래가신고를 선호하는 측면에서, 비록 계약과정에서는 다운계약서작성에 합의하였지만, 막상 계약이행과정에서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매도인의 부탁으로 일정금액 이하로 거래금액을 신고하기로 하고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이, 나중에 마음이 변해 다운계약서 작성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매도인은, 실제 거래금액 그대로 신고할 수밖에 없어, 당초 예상한 이상의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는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합의위반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아니면, 절감할 수 있었던 세금부분을 매수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실무상으로 매우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판례나 학설상 논의가 분명치 않고 있어,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접근해 보기로 한다.


우선, 다운계약서작성 합의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다운계약서를 통해 세금을 절감하지 않고는 매매계약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세금절감이 매매계약체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으면 계약의 해제사유가 될 수 있지만, 그에 이르지 않는다면 단순한 “부수적 의무”에 불과하여 계약해제사유가 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7795호 판결). 따라서 통상적으로는, 다운계약서작성에 협조할 의무는 주된 매매계약에 대한 부수적인 의무로 해석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반면, 다운계약서작성을 거부한 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법에서 금지하는 탈세행위를 통하여 취하고자 하는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고 하여, 이를 재판상의 손해배상청구를 통해서 보호할 수는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재판을 통한 청구는, 법에서 보호될 수 있는 “적법한 이익”에 국한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일실이익산정에 있어 “위법소득”을 배제하고 있는 판례의 태도와도 상통한다고 판단된다. 즉, 사립학교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이 사망당시 유흥업소의 밴드원으로 전속출연하여 소득을 얻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득은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영리목적의 업무종사 금지규정에 위반한 것이어서, 밴드원활동에 따른 소득은 일실소득으로 산정하지 않고 있는 판례의 태도와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 밖에, 이러한 다운계약서약정행위 그 자체를 민법 103조의 반사회질서법률행위로 해석할 수 없는지도 논의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약정자체가 무효라고 한다면, 다운계약서작성을 합의한 후 이를 협조해 주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나 손해배상청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이는 무효인 약정을 근거로 한 청구이기 때문이다. 반사회질서인지의 여부는 법률행위의 내용, 동기, 목적 등 주위사정에 따라 다소 해석에 유동적일 수 있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러한 약정자체가 반사회질서로서 무효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인다. 이는, ➀ 계약해제와 관련한 위 대법원판결에서도 다운계약서를 함께 작성하기로 합의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보되, 다만 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논하고 있다는 점, ➁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하는 여러 법률행위에 대해서 사법적으로는 유효하다고 판시한 그 밖의 다른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예를 들어, 상속세 면탈목적의 제3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 실질은 매매이지만 양도소득세회피를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토지를 출자하는 형식을 취한 경우 등).


한편, 다운계약서작성약정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별도로 위약금약정을 한 경우 그 위약금 약정의 효력유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운계약서작성에 협조해 주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한 세금의 차액을 약정을 위반한 측에서 부담하기로 하는 특약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 역시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약정은 단순한 세금절감을 이유로 한다는 점에서, 세금절감을 목적으로 한 다른 민사적 행위가 민사적으로는 유효하다고 보는 이상,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약정에 위반한 경우의 위약금약정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이러한 위약금약정은 탈세행위라는 범법행위에 나아가도록 강제하는 것일 뿐 아니라, 만약 위약금약정이 유효하다고 해석할 경우 결국 위약금약정이 없는 경우에 다운계약서작성약정을 위반한 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부정하는 결과와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무효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가능할 수 있다.

향후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더 필요할 것이다. -이상-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