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상담한 사례이다.
의뢰인 갑은 최근에 을과 임대차계약을 하고 계약금조로 임대차보증금의 일부인 50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중도금지급기일이 지나도록 을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해 을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자 하였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병이라는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다시 이를 임대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부터 얼마 후에 을이 나타나 ‘왜 갑이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중으로 임대하였느냐. 따라서 계약위반책임이 갑에게 있으니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뢰인 갑은, ’중도금지급기일까지 을이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계약위반책임은 을에게 있는 것이며, 을에게 연락을 취하고자 시도하였지만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니만큼, 을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몰수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할까?

이 사례의 쟁점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누구의 귀책사유로 갑을간의 임대차계약이 해제되었는지의 문제이다. 일단, 중도금지급기일까지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한 책임이 을에게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을간의 계약이 즉시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을이 중도금지급기일까지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법률적으로 “이행지체”라고 하는데, 이행지체의 상대방인 갑이 이행지체의 책임이 있는 을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催告)”해야 한다. 즉, 을에게 며칠 내로 중도금을 지급해 줄 것을 촉구하는 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법률적으로 이러한 최고행위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결국 갑으로서는, 비록 을이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의 해제를 위한 최고행위를 거치지 못한 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갑을간의 임대차계약이 그대로 유효한 가운데 갑이 을의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병이라는 사람에게 임대해버려 을과의 임대차계약은 더 이상 이행되기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갑을간의 임대차계약이 결국 해제된 것이다(이를 이행불능에 기한 해제라고 한다). 결국, 갑을간의 임대차계약이 해제된 것은 법률적으로는 을이 아니라 갑에게 원인(귀책사유)이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위약금약정이 갑을간의 임대차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다면, 갑은 계약금의 배액인 1천만원을 을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그렇다면 을과 연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의 입장에서는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최고”를 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적법한 계약해제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최고를 해야 하는데, 유선이나 우편상의 방법으로도 을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최고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한 점이 있는 것이다.
우선, 이점과 관련해서 갑의 입장에서 을에 대한 최고를 “발송”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최고가 을에게 “도달”하게 할 필요까지 있는지가 논의될 수 있다. 결론은, 도달하게까지 해야 한다. 우리민법은 의사표시의 “도달주의”원칙을 채택하고 있어,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발송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도달하여야 할 것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선상으로나 우편상으로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을에게 어떤 방법으로 최고를 도달하게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의사표시의 공시송달”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민법 제113조는,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 과실없이 상대방을 알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주소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사표시를 민사소송법상의 공시송달규정에 의해 송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제도에 근거해서, 갑은 을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공시송달신청을 할 수 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법원에 의해 공시송달결정이 되면, 결정문이 법원게시판 등에 게시되는 때로부터 2주 후에 상대방인 을에게 도달한 것으로 간주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률적인 문제에 있어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되어야만 효력을 발생하게 되므로, 법률적으로 의사표시의 도달이 필요하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우편이나 유선으로 송달되지 않는 때에 의사표시의 공시송달제도는 매우 유용하다고 하겠다.

위에서 본 사례 이외에도 부동산거래와 관련해서 의사표시 공시송달절차가 실무상으로 자주 활용될 수 있는 경우로는, ①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양수받은 채권자가 임대인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함에 있어, 임대인에게 통지가 계속 송달되지 않은 경우, ② 묵시적 갱신을 막기 위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거절통지를 하는데, 임차인이 내용증명우편물 수령을 계속 거절하는 등의 이유로 송달불능인 경우, ③ 각종 계약해제(지)의 의사표시가 도달되지 못할 경우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처럼, 이러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상대방이 의무를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는 것에만 집착하여, 법적인 절차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임의로 행동하게 되면, 도리어 약속을 잘 지킨 사람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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