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참여하다 보면 조사 및 입찰단계에서 낙찰 후 대금을 납부하고 명도하기 까지 갖가지 세상살이들을 경험하게 된다.

현장조사 할 때의 힘들고 어려움, 입찰할 때 -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입찰가액을 기재할 때 - 의 팽팽한 긴장감, 최고가매수인으로 선정되었을 때의 환희, 매각이 확정되기까지의 불안과 초조, 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을 때의 안도감, 그리고 가옥명도(또는 인도) 협의시 악의적 점유자의 적대적 관계로 인한 좌절과 분노 등 세상을 살면서 수년간에 걸쳐 경험할 수 있는 희로애락을 맛보게 된다. 그것도 단 몇 개월 만에.

바꾸어 말하면 입찰을 결심하고 선정한 물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는 순간부터 낙찰받은 부동산의 열쇠(key)를 넘겨받을 때까지의 그 몇 개월동안 입찰자는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일반중개물건이야 계약만 체결되면 모든 내용이 계약서대로 이행되고, 입주 역시 매도인과 매수인간 협의한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매는 낙찰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고, 대금을 납부하여 소유권이전을 마쳤다 해서 그것으로 온전한 소유권이 내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점유자를 명도(또는 인도)하고 입주를 마무리하기 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 들이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다.

어찌 되었건 경매를 통해 희로애락을 겪는다 해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그것이 금전적 손해와 곁들여진다면 상당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경매에 있어서의 금전적 손해는 낙찰자가 예상외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거나 권리상의 문제를 떠안게 되는 등의 부득이한 사유로 낙찰대금납부를 포기함으로써 결국 보증금을 잃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권리나 비용을 안고서도 대금을 납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그것은 특수한 사례에 그치고 대부분은 매각이 허가되는 경우의 대금미납이라는 의식적 행동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낙찰자는 법원에 매각불허가신청을 하여 금전적 손해발생을 예방할 수 있지만 문제는 권리분석을 잘못하여 권리를 인수하게 되었다거나 시세조사를 잘못하여 고가낙찰 되었다거나 또는 입찰표상의 금액기재를 잘못 기재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매각불허가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7월 1일 시행된 민사집행법에 열거된 매각불허가(신청)사유는 매각절차상의 하자 또는 매각절차 진행중에 밝혀진 중대한 권리관계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낙찰자의 물건분석상의 잘못으로 인한 사유로는 매각불허가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전 칼럼에서 필자가 예를 들었듯 지난 10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입찰가를 1억4천만원으로 기재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14억원으로 써내 낙찰된 경우에도 매각불허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각이 허가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예상했던 대로 낙찰자는 대금납부기한인 11월 22일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낙찰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시 제공한 최저매각가의 10%(재경매의 경우에는 20~30%)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하게 된다. 물건규모가 클수록 감정가나 최저매각가가 높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대금미납은 낙찰자에게 상당한 손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대금납부보다는 입찰보증금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즉 낙찰로 떠안게 되는 권리상의 부담이나 시세 이상 낙찰된 가격 부담이 용인할 정도로 미미하다면 굳이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을 포기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낙찰자의 객관적 또는 주관적 판단하에 권리나 비용의 추가 인수가 용인가능한 범위를 훌쩍 뛰어넘을 때 낙찰대금 미납이라는 종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입찰금액 기재 실수로 인한 대금미납은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사례이고, 대금미납사유로 종종 나타나는 것은 주로 시세조사를 잘못하였거나 입찰분위기에 떠밀려 고가낙찰되는 경우, 권리분석을 잘못함으로써 상당한 부담이 되는 권리를 떠안게 되는 경우이다. 이외에도 정부의 개발계획을 신뢰하고 투자하였다가 그 계획이 후퇴함으로 인하여 대금을 미납한 경우,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이지만 공법상 규제사항 조사 미흡으로 사실상 쓸모없는 땅을 낙찰받은 경우 등 실로 여러 가지가 있다. 대금미납사유만을 알아도 경매가 보인다고 할 정도이다.

다음 회차에는 대금을 미납할 수 밖에 없었던 갖가지 사유들을 실제 낙찰된 사례를 예로 들어 살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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