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상가분양계약서상에 준공일(입주일)약정이 서면상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게된다. 반면에, 상가분양회사 직원들은 언제까지 준공(입주)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있게 구두상으로 장담하면서 분양을 권유하곤 한다. 그러나, 막상 상가건물의 준공은 구두약속과 달리 지연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공사자금부족, 토지매입의 지연, 주변의 민원 등이 준공지연의 대표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분양계약 당시 분양회사로서는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하여 당초 예상했던 준공일까지 준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서도 이러한 위험을 수분양자들에게 고의로 알려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분양회사의 입장에서는 분양계약서상 준공예정일을 대략이라도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현행 선분양제하에서 분양회사로서도 공사기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하여 준공지연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고자 하기 위함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분양회사가 제시하는 표준화된 상가분양계약서상에 특약사항의 형식으로 대략의 준공예정일이라도 명시해 줄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약, 준공예정일이 전혀 기재되지 않은 채 분양계약을 하게 된,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준공이 지연될 경우 분양회사의 계약위반을 이유로 언제부터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결국, 분양회사가 언제까지 상가를 완공하여 수분양자로 하여금 입주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물론, 서면상으로 준공일약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구두상으로도 준공일에 관한 약정이 분명하게 있었다면 구두상의 약정일이 준공약정일로 인정될 수는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러나, 구두상으로 이러한 언급이 있었다는 점은 그 자체의 입증도 쉽지가 않은데다가, 이러한 구두상의 언급이 바로 법률적으로 구속력있는 약정으로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분양담당자로서의 대략의 예측에 불과한 것으로서 법률적인 약속이 아닌 것인지의 판단도 곤란할 수 있어, 구두상으로 언급된 준공예정일을 그대로 준공약정일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면상 준공일약정이 없다고 하여, 분양회사측에서 준공일을 무작정 늦출 수 있는 권리는 없을 것이다. 즉, 계약일로부터 10년이고 20년이고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결국, 해석상으로는 일정기간 내에 준공의무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일정기간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서면상의 약정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종합적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축건물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 사이에 건물의 완공 및 입주 예정일에 관한 별도의 명시적인 약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는 합리적인 상당한 기간 내에 건물을 완공하여 수분양자로 하여금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 기간은 분양계약의 내용과 계약체결 경위, 분양계약 체결을 전후하여 당사자가 예상하고 있었던 건물의 완공 및 입주 예정일, 건물의 규모와 용도, 그러한 건물을 신축하는 데에 통상 소요되는 기간, 당초 예상하지 못한 사정의 발생 여부와 그에 대한 귀책사유, 다른 수분양자들과의 사이에 체결된 분양계약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호 판결). 즉,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구체적인 준공약정일을 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위 대법원 사례는, 1991. 6.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1992. 3.경에 2차 중도금을 지급하면서 분양담당자로부터 입주예정일을 1993. 7.경으로 분양계약서에 기재받은 후,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자, 1996. 5.경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의 해제의사표시를 한 사안인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분양계약일로부터 약 5년이 지난 1996. 5.경에는 건물을 완공할 의무가 있으므로 해제는 적법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이 준공약정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유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구체적인 준공약정일이 언제인지와 관련해서는 최근에 선고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합34641호 판결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은, 2002. 10.경에 상가분양계약을 체결하고, 2003. 4경까지 중도금이 3차례에 걸쳐 나누어 지급되었으며, 분양대금의 15%에 해당하는 잔금은 점포추첨일 전 분양회사가 지정하는 일자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분양담당자들은 2004. 12.말경이 입주예정일이라고 설명하였지만, 2004. 9.경까지 사업부지매입조차 완료되지 못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계약일이 2002. 10.경이고, 잔금을 제외한 중도금까지의 최후지급기일이 2004. 2. 10.이고 계약금과 중도금의 합계가 전체 분양대금의 85%를 차지하고, 이 사건 상가의 완공이 지체된 주된 원인은 주로 분양회사가 이 사건 상가부지를 전부 매수하지 못한데 있을 뿐이고, 수분양자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점에서, 분양계약일로부터 2년 이상이 경과하고, 최종의 중도금지급기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는데, 2005. 2.경까지는 현재의 공사상황으로 완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약해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향후 다른 사안에서도, 준공약정일을 판단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비록 계약서상 건물의 완공일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점을 참작하여 완공일이 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간까지 완공되지 못할 경우 수분양자로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 분양대금을 계속 납부할 것인지 아니면 계약을 해제하고 납부한 대금을 반환받을 것인지를 냉정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분양회사에서 고의로 준공일을 계약서상 기재하지 않는 점에 대응해서, 분양회사 내지 대행회사 직원들로부터 준공일에 관하여 분양계약서가 아닌 다른 서면상에라도 명시적으로 받아두거나, 부득이하다면 준공일에 관한 구두약속을 녹음이라도 해 둘 필요가 있다. 준공일을 속이는 분양회사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자기방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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