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04년이 지났다. 각종 부동산정책과 이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왔고 더불어 경매시장도 요동을 쳤다.

2004년 전국 경매시장 결산 결과 가장 뚜렷한 특징은 투자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기존의 아파트에서 토지로 바뀌었다는 것과 아파트, 연립ㆍ다세대 등 공동주택과 숙박시설 경매물건이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2003년도 대비 전반적으로 모든 종목에서 경매물건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토지 경매물건만은 2001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낸 것도 2004년 경매시장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갖가지 기록과 이슈들을 생산하며 숨가쁘게 진행되어 왔던 2004년 경매시장이 지난 12월 31일 동부산지원(경매6계)과 창원지법(경매6계) 경매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04년 전국 경매시장을 요인별로 결산해보기로 한다.

[경매시장 규모] – 감정가 총액 69조원에 이르고, 낙찰가는 10조원 돌파

2004년 한 해 동안 진행된 경매물건의 최초감정가 규모는 총 68조9223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03년의 51조921억원 대비 34.9% 증가한 것이지만 2000년 당시의 149조5025억원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치는 규모이다. 경매물건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시장규모 면에서 보면 아직은 외환위기 수준은 아닌 듯하다. 다만 경매물건 증가폭이 워낙 컸던 연립ㆍ다세대 만큼은 2000년의 6조4804억원 보다 15.1% 증가한 7조4598억원을 기록하였다.

종별 최초감정가 규모는 근린이 19조3197억원으로 가장 컸고, 공장이 11조3216억원으로 다음을 차지하였다. 토지(9조4528억원)와 아파트(9조2317억원)는 그 시장규모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2000년에는 근린, 토지, 공장, 아파트 순이었으나 2004년에는 토지와 공장이 자리바꿈 하였다.

낙찰가(매각금액)는 총 10조8356억원으로 2002년에 9조원 대로 떨어진 이후 2년만에 다시 10조원을 돌파하였다. 아파트가 2조2631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근린 2조655억원, 토지 1조9652억원, 공장 1조517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2000년에는 총 18조7592억원, 2001년에는 13조4077억원의 낙찰가를 기록하였다.

[경매물건수] – 총 46만4,850건 진행, 2건중 1건은 공동주택, 토지는 감소

지난 한해 동안 진행된 경매물건은 총 46만4,850건으로 2003년 대비 39.9%가 증가하였다. 2001년의 46만341건을 이미 초과하였고, 2000년 54만4,586건의 85.36%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종별로는 연립ㆍ다세대가 11만7,398건으로 전체의 25.26%를 차지하였고, 아파트 역시 11만4,133건으로 24.55%를 기록하여 공동주택이 전체의 49.81%라는 압도적인 구성비를 이루었다. 토지가 9만4,965건으로 다음을 차지하였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토지 경매물건이 가장 많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토지 경매물건만 2003년 대비 3.58% 감소하였을 뿐 나머지 모든 종별에서 경매물건이 증가하였다. 연립ㆍ다세대와 숙박시설은 전년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업무시설은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아파트와 연립ㆍ다세대 및 숙박시설은 2000년 보다 더 많이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각종 개발호재 탓에 인기가 많았던 토지는 2001년 15만4,946건을 정점으로 이후 유일하게 3년 연속 감소하였다.

지난해에 새로이 경매시장에 등장한 물건(신건)은 총 14만5,466건으로 전체 경매물건의 31.29%에 해당한다. 이는 2003년 대비 33.11% 증가한 것이며, 2000년의 87.13% 수준이다.

[낙찰가율] – 3년 만에 60%대 진입, 영업용은 50%대, 토지는 아파트 추월

2004년 경매시장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그간 줄곧 선두를 유지해 왔던 아파트 낙찰가율이 토지에 밀려 2위로 추락하였다는 점이다. 2003년 10.29 대책 이후 아파트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감소되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자 상대적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토지분야로 옮겨졌고, 신행정수도 이전, 신도시 등 전국단위로 분포되어 있는 각종 개발호재를 등에 업고 낙찰가율 79.81%을 기록하여 아파트 낙찰가율(77.71%)을 2.1% 가량 앞섰다.

전체 평균낙찰가율은 66.63%로 지난 2001년 62.67%를 기록한 이래 3년만에 다시 60%대로 하락하였다.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종별은 숙박시설로 50.92%를 기록하였고, 근린 57.06%, 공장 59.25% 등 이른바 영업용 부동산이 50%대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건수 증가폭 만큼이나 시장에서도 연립ㆍ다세대(63.11%)와 함께 철저히 외면을 받았던 셈이다. 2003년에 비해 낙찰가율이 오른 종목은 토지가 유일하다. 토지 낙찰가율은 2001년 59.33% 이후 2004년의 79.81%를 기록하기까지 3년 연속 낙찰가율이 상승하였다.

[낙찰률] – 아파트는 사상 처음 20%대로 하락, 토지는 30%대로 상승

전체 평균 낙찰률은 27.37%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24.69%를 기록한 이래 4년만에 최저 낙찰률을 기록하였다. 경매에 부쳐진 10건중 2.7건이 팔렸다는 뜻이다. 경매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 부동산은 토지로 처음으로 30%대 진입(31.62%)에 성공하였다. 반면에 그간 인기를 구가하면서 줄곧 30% 이상의 낙찰률을 기록하였던 아파트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0%대(29.36%)로 하락하였다.

근린은 2003년에 이어 2년 연속 10% 후반대의 낙찰률을 기록하였으며, 최하위의 낙찰가율을 기록한 숙박시설은 낙찰률에서도 최하위(16.71%)를 기록하여 경기침체에다 9월 23일 발효된 성매매방지특별법 이후 더욱 인기가 저감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가낙찰건수] – 토지가 전체 고가낙찰건수의 58% 이상 차지

전국단위로 분포되어 있는 각종 개발호재 영향으로 낙찰가율이나 낙찰률에서 아파트를 추월하였던 토지의 인기를 증명하듯 최초감정가 이상에서 고가낙찰되는 사례도 토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해 고가낙찰된 경매물건은 총 1만5,339건으로 이중 58.63%에 해당하는 9,028건이 토지로 2003년 7,154건에 비해 26.19%가 증가하였다. 반면 아파트 고가낙찰건수는 2,158건으로 2003년 3,309건에 비해 34.78%가 감소하였다. 업무시설이나 숙박시설은 구성비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