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는 다른 일반물건의 거래와 달리 대체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측에서 권리를 취득하기에 앞서 상당한 금전을 미리 지급하는 선지급구조가 관행이 되어있다.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는 돈을 지급하면서 바로 물건을 받아오게 되지만, 부동산의 경우에는 부동산에 대한 권리에 해당하는 등기를 넘겨받기 이전에 상당한 돈을 계약금이나 중도금이라는 명목으로 미리 지급하고, 마지막으로 잔금이라는 돈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등기를 넘겨받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거래방식은 사실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천적으로 권리를 취득하는 입장에서 볼 때 여러 가지 위험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매도인이 이중으로 처분할 위험성이 있다. 계약금, 중도금명목으로 상당한 대금을 전부 지급했는데, 매도인이 악의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해당 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해 버리고 잠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둘째, 계약이행과정에서 매도인의 다른 채권자로부터 상당한 가압류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10억원에 아파트를 매매하고 계약금 중도금명목으로 5억원을 지급하고 잔금 5억원을 지급하기 직전에 매도인의 채권자라는 사람이 매도인에 대한 채권을 이유로 해당 아파트에 7억원의 가압류를 해 버리는 경우이다. 미지급된 잔금의 범위 내에서 가압류가 된다면 가압류된 금액을 공제하고 대금을 지급하면 되지만, 지급해야 할 금액을 초과한 금액이 가압류되면 해결이 곤란해진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위험성은 굳이 매매 뿐만 아니라 임대차와 같은 경우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잔금지급이전에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상당한 가압류가 되거나, 건물주가 고의로 상당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부동산권리를 취득하는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어떠한 대비를 해야 할까?
우선, 언제 법적인 권리를 확보하게 되는지를 염두에 두고 그 때까지는 부동산상의 권리변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매매의 경우에는 이전등기를 넘겨받게 되는 시점, 임대차의 경우에는 점유를 넘겨받아 주민등록, 확정일자를 갖춘 시점에서야 비로서 매수인과 임차인으로서 비교적 확고한 지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전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항상 인식하면서, 계약체결 이후 잔금지급 사이에 거래 부동산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등기부를 통해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선지급된 금액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물건을 거래하는 기본원칙은 동시에 서로 주고받는 방식이 가장 공평하지만, 부동산거래는 대금이 크다는 점과 오랜 관행이라는 점에서 선지급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고의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미리 지급되는 금액을 가급적 적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즉, 중도금을 없애고 계약금지급 후에 바로 잔금을 지급하거나, 계약금액도 가급적 액수를 적게하는 식이다.

셋째, 잔금지급되기 이전이라도 가등기나 근저당권과 같은 물권적인 조치를 해 둘 필요가 있다. 가등기를 통해서는 그 이후 다른 처분을 방지할 수 있고, 근저당권설정을 통해서는 대금으로 지급한 금액에 대한 우선순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매도인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데, 일반적인 거래관행상 이례적인 조치여서 매도인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네째, 거래가 완결되기 이전에 대금을 미리 상대방에게 지급하지 않고 중립적인 사람에게 임시적으로 보관케하는 방법이다. 선지급구조의 기본문제는 계약진행과정에서 계약에 문제가 발생하여 지급한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상대방인 매도인이 받은 돈을 지급해 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데서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리 지급되는 계약금, 중도금을 매도인이 보관하지 말고, 중립적인 금융기관이나 변호사와 같은 지위에 있는 공신력있는 측에 보관케하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에스크로우(Escrow)라는 이름으로 부동산거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홍보부족과, 위험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지불에 대해 사회적인 관념이 뒷받침되지 못해 부동산거래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사고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물건을 받기 이전에 돈을 미리 지급하는 거래방식은 그 방식자체에 위험성을 내포할 수 밖에 없다. 아파트나 상가의 선분양제도도 바로 그것이다. 완공하기 이전에 미리 여러차례에 나누어서 돈을 지급하다가, 분양하는 측에서 부도가 나거나 부실한 건물을 짓게 되는 것이다.

관행도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상식에 맞지 않은 관행이라면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는 바, 부동산거래에서 선지급의 관행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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