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명도를 손쉽게 하는 차원에서 임대차계약과 동시에 제소전화해조서를 많이 작성하고 있다. 건물명도를 위한 제소전화해조서는 명도판결을 받아둔 것과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제소전화해조서를 작성해 둔 임대인으로서는 임대차기간이 종료하면 조만간 틀림없이 임대차목적물을 명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임대차목적물이 타인에게 무단전대되거나 무단양도된 경우에는 이러한 임대인의 예상이 전혀 빗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해당 임대차목적물을 임차인이 계속 점유하고 있으면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해 명도집행이 당연히 가능하지만,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무단전대하는 등으로 점유주체가 변경되면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한 집행이 법적으로 곤란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판결(제소전화해조서, 두가지는 효력면에서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용어를 적절히 혼용하기로 한다)의 효력(기판력, 집행력)은 기본적으로 재판의 당사자간에게만 미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변론(재판심리)이 종결된 이후에 소송목적물을 승계한 사람에 대해서는 판결의 효력이 승계될 수 있다. 따라서, 제소전화해절차의 재판종결일 이후에 임대차목적물을 승계받은 사람 역시 제소전화해조서의 효력을 받게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승계인에 대하여 제소전화해조서(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경우가 현행 판례상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률적인 용어로 정리하자면, 제소전화해조서의 효력이 승계인에게 미치는 것은 제소전화해조서의 청구(신청)원인이 대세적 효력이 있는 물권적 청구권일 경우에 국한되고, 대인적인 효력에 불과한 채권적 청구권일 경우에는 제소전화해의 효력이 승계인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의 대법원판례이다(대법원 1991. 1. 15.선고 90다9964호). 예를 들어 피고의 불법점유로 인하여 원고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물권적 청구권)에 기한 명도청구를 하고 이러한 재판 끝에 판결이 선고되었다면, 그 이후 변론종결일 이후의 점유자는 판결의 효력을 그대로 받게 되지만, 반면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어 임대차계약기간만료에 따른 청구(채권적 청구권)를 해서 판결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면, 변론종결 이후의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기존의 판결의 효력을 미치게 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채권적 청구권과 물권적 청구권을 불문하고 판결의 효력을 승계인에게 미치게 해야 한다는 학설이 있지만, 대법원은 이를 명백히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임차인의 부당점유를 막고자 신청되고 있는 제소전화해신청의 거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서, 임대차계약기간만료 내지 차임연체 등 채권적 청구권에 기해서만 청구되고 있을 뿐이어서, 현행 판례에 따르면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무단으로 전대하더라도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한 효력을 전차인에게 미치게 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건물명도를 위해 제소전화해신청을 하는 것이라면, 명도신청(청구)을 임대차기간만기나 월세미납과 같은 채권적인 청구권에만 의존하지 말고,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도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신청서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하는 것이 향후 무단점유자에 대한 집행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서, 무단점유자가 발생하기 이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현 임차인을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받아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집행된 이후에는 비록 점유자가 변경되더라도 가처분의 효력에 따라 점유변경이 가처분권자에 대해서는 무효가 되기 때문에 무단점유자에 대해서도 판결의 효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가처분이후의 점유변경은 형사상 공무상표시무효죄로 처벌될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제소전화해조서는 법원 앞에서 한 엄정한 약속이면서 판결과 대동소이한 효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판례에 의하면 무단 전대차행위에 대해서는 자칫 무용지물이 될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고 할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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