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이유는, 지급된 잔금으로 말소하기로 한 제한물권을 처리하는데, 잔금이 실제로 사용되는지를 대개의 임차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고 임대인이나 중개업소를 믿고서 잔금을 선뜻 건네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건네받은 임대인이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선순위제한물권은 그대로 유지되어, 임차인 보다 우선순위를 가지게 되면서 향후 임대차목적물이 경매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을 믿고 잔금을 임대인에게 바로 건네버리기 보다는, 잔금지급을 보류한 채 임대인과 직접 동행하면서 제한물권말소에 잔금이 소요되는지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여의치 않으면 중개업소로 하여금 중개업소 책임하에 제한물권을 틀림없이 말소할 수 있도록 각서를 받고서 잔금을 지급하는 것도 차선책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약속을 한 중개업소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향후 중개업소나 중개업소가 가입한 공제사업자(손해보험사업자)에게 배상청구를 해서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중개업소의 책임을 엄격히 판단한 판결이 최근 선고된 바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2005. 2.경에 인천지방법원 1심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인데, 이 사안은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대차보증금 잔금으로 제한물권을 말소해주기로 중개업소가 분명하게 약속하지는 않고, 다만 임대차계약서상에만 “잔금으로 가등기말소함”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었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중개업소가 직접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지급받아 임대인에게 건네주었는데, 법원은 바로 이 점을 문제삼아 중개업소에게 책임이 부담하도록 판결하였다. 중개업소의 책임은 계약체결할 때 의뢰인에게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설명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원칙적이어서, 임대차계약체결 이후에 받은 잔금으로 제한물권을 말소한다는 약속의 책임은 거래당사자인 임대인에게만 있고, 중개업소는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위 판결은 ‘중개업소측에서 임대차보증금 전달을 임차인으로부터 위임받았다면,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약정된 제한물권말소의 책임이 중개업소에게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여, 중개업소의 책임을 넓게 보고 있다. 임대차보증금을 전달해 달라는 위임에 대한 책임을 제한물권말소책임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서 향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문제에 대처함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잔금으로 제한물권을 말소하기로 한 약속 역시, 잔금이 지급되고 난 이후에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구제방법이 사실상 곤란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을 형사상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까지 각오하고 약속한 부분을 이행하지 못하는 처지의 임대인에게 형사고소 역시 효과적인 조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임차인 스스로 나서서 직접 잔금으로 제한물권을 말소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안전할 수 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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