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지역유통업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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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중앙의 대형유통업체와 지역유통업체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답은 의외의 곳에서 간단하게 나왔다. 중앙의 대형유통업체가 서울 및 수도권을 벗어나 촌각을 다투어 지방으로 지방으로 출점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반면 지역상권에 터잡아 오래 전부터 영업을 해왔던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판매시설들은 영업부진에 따른 매출감소, 관리 부실 등 총체적 경영난으로 잇따라 경매에 부쳐지고 있어 중앙유통업체와 지방유통업체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지방의 대형판매시설들이 경매에 부쳐진다고 해도 권리관계의 복잡성, 수많은 임차인과의 명도협의, 기존 수분양자와의 관리권 문제 등 일련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응찰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감정가의 50% 또는 그 이하를 맴도는 수준에서 낙찰되고 있거나 아예 경매가 진행이 안되어 수년간 변경과 유찰만을 거듭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홀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부산지역 경매사상 역대 최고의 감정가(508억6494만원)를 기록하였던 부산진구 범천동 소재 성보쇼핑 소유의 지하6층, 지상 19층 이지벨백화점의 10월 27일 낙찰가격은 불과 135억원으로 낙찰가율이 고작 26.56%에 불과하다.
지난 12월 27일 경매에 부쳐지려다 변경된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소재한 대백쇼핑 역시 그 대표적인 예. 대백쇼핑은 대구백화점으로부터 빌린 186억7천만원을 갚지 못해 지난 3월 18일에 경매개시결정된 후 10월에 첫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유찰되었고 11월에 한차례 더 유찰된 후 3회차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변경되었다.
88년 1월에 개점한 대백쇼핑은 97년에 인근의 대백D마켓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받은 자금압박이 IMF를 거치면서 심화되어 경영난에 처하게 되었으며,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인수합병을 추진하였으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결국 경매에 부쳐졌다. 최근 삼성홈플러스가 대백쇼핑 중 할인점인 대백D마켓만을 인수하기 위해 대백측으로부터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포항지역 재래시장 및 상가 상인들의 반대가 심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포항지역에는 현재 지역유통업체인 동아백화점, 대백쇼핑 뿐만 아니라 중앙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및 월마트가 이미 출점해 있고, 까르푸 역시 이 지역 출점을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등 유통업체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울산지역 현실 또한 마찬가지이다. 울산 최초의 재래시장인 중구 옥교동 소재 중앙시장은 내년 1월 11일에 최초감정가 258억7211만원보다 67.23% 하락한 84억7777만원에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울산중앙시장 번영회를 중심으로 지난 99년 시장 재건축을 추진하여 2003년에 지하3층, 지상4층 규모로 재건축을 하였으나 인근에 중앙의 대형유통업체들이 속속들이 들어오면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고, 2년이 다되도록 시공회사인 ‘H’건설사에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공사비 회수를 위해 지난해 11월 경매에 넘겼다. 올해 7월 7일에 첫매각이 실시된 후 4차례의 유찰과 1번의 변경과정을 거쳐 최근 12월 14일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또다시 유찰되었다.
울산시장 번영회가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울산시가 시장재건축지원을 위한 정책자금으로 1차 23억원을 지원한 후 추가 정책자금으로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으나, 추가 정책자금은 지원되지 않았다. 이후 채권자들의 가압류, 정책자금보다 비싼 금리로의 대출에 따른 부담 등 분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었고 결국 공사비 연체로 시공회사가 경매에 부쳐져 그간 건축비 일부를 부담해온 상인들만 피해를 보게 되었다.
울산지역에는 현재 울산의 왕성한 소비력을 대변하듯 현대백화점(3개점), 롯데백화점 외에 홈플러스(3개점), 이마트,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만 해도 무려 7개 점포가 입지해 있다. 지난 10월 7일에는 1996년 부도 이후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왔던 울산 남구 달동 소재 구 올림푸스백화점이 감정가 346억8282만원의 51.2%인 177억5900만원에 이랜드그룹계열인 ㈜뉴코아에 낙찰되기도 하였다. 리모델링을 거쳐 2006년에 뉴코아아울렛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내년도 울산지역 유통업계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형판매시설의 경매는 비단 지방에서만 비롯되는 일만은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12월 20일에 노원구 중계동 소재 건영옴니백화점이 최초감정가 369억7천만원에서 2회 유찰된 236억6천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매수자가 없어 유찰된 바 있고, 뉴코아 아울렛과의 관리권 양도문제 및 기존 임차인과의 마찰로 영업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산본(역사)백화점도 지난 12월 8일에 최초감정가 222억9550만원(건물만)에 첫매각에 부쳐지려다 변경된 적이 있다.
2005년 11월 현재 전국적으로 둥지를 틀고 있는 중앙의 대형할인점은 이마트 79개점, 삼성홈플러스 44개점, 롯데마트 43개점을 비롯하여 약 250여개에 달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수퍼마켓을 포함하면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서울 및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택지개발이 이루어지거나 신규 상권이 형성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일착으로 중앙의 대형유통업체들이 달려가고 있다. 통일이 되면 이제는 복부인이 아니라 유통업체들이 가장 먼저 나서서 요소요소를 선점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매장이 현대화되어 있고 부대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형유통업체가 출점하는 경우 그 지역 일대 주민의 쇼핑환경개선뿐만 아니라 삶의 질 자체를 상승시킬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중앙의 대형유통업체간 출혈경쟁 뒤에는 지역상권에 오랫동안 터잡아 생계를 일구어온 지역유통업체나 재래시장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이곳에서 종사하는 상인들의 생계수단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쇼핑환경의 개선, 삶의 질적 향상, 새로운 상권의 출현 등 이른바 수요가 있으면 응당 이에 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중앙의 대형유통업체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든 말든 지역유통업체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한번쯤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새롭게 부지를 물색하여 출점할 것이 아니라 ㈜뉴코아가 울산의 구 올림푸스백화점을 인수하였듯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관리부실로 경매에 부쳐지거나 부쳐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유통시설을 인수하여 리모델링이나 재개발을 통해 영업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중앙유통업체들의 ‘마이웨이’만을 고집하다간 지역에 기반을 둔 유통시설들은 설자리를 잃게 되고 결국 대ㆍ중ㆍ소규모 가릴 것 없이 지역유통시설의 경매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지역상인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사회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중앙유통업체의 출점을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답은 의외의 곳에서 간단하게 나왔다. 중앙의 대형유통업체가 서울 및 수도권을 벗어나 촌각을 다투어 지방으로 지방으로 출점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반면 지역상권에 터잡아 오래 전부터 영업을 해왔던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판매시설들은 영업부진에 따른 매출감소, 관리 부실 등 총체적 경영난으로 잇따라 경매에 부쳐지고 있어 중앙유통업체와 지방유통업체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지방의 대형판매시설들이 경매에 부쳐진다고 해도 권리관계의 복잡성, 수많은 임차인과의 명도협의, 기존 수분양자와의 관리권 문제 등 일련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응찰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감정가의 50% 또는 그 이하를 맴도는 수준에서 낙찰되고 있거나 아예 경매가 진행이 안되어 수년간 변경과 유찰만을 거듭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홀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부산지역 경매사상 역대 최고의 감정가(508억6494만원)를 기록하였던 부산진구 범천동 소재 성보쇼핑 소유의 지하6층, 지상 19층 이지벨백화점의 10월 27일 낙찰가격은 불과 135억원으로 낙찰가율이 고작 26.56%에 불과하다.
지난 12월 27일 경매에 부쳐지려다 변경된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소재한 대백쇼핑 역시 그 대표적인 예. 대백쇼핑은 대구백화점으로부터 빌린 186억7천만원을 갚지 못해 지난 3월 18일에 경매개시결정된 후 10월에 첫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유찰되었고 11월에 한차례 더 유찰된 후 3회차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변경되었다.
88년 1월에 개점한 대백쇼핑은 97년에 인근의 대백D마켓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받은 자금압박이 IMF를 거치면서 심화되어 경영난에 처하게 되었으며,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인수합병을 추진하였으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결국 경매에 부쳐졌다. 최근 삼성홈플러스가 대백쇼핑 중 할인점인 대백D마켓만을 인수하기 위해 대백측으로부터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포항지역 재래시장 및 상가 상인들의 반대가 심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포항지역에는 현재 지역유통업체인 동아백화점, 대백쇼핑 뿐만 아니라 중앙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및 월마트가 이미 출점해 있고, 까르푸 역시 이 지역 출점을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등 유통업체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울산지역 현실 또한 마찬가지이다. 울산 최초의 재래시장인 중구 옥교동 소재 중앙시장은 내년 1월 11일에 최초감정가 258억7211만원보다 67.23% 하락한 84억7777만원에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울산중앙시장 번영회를 중심으로 지난 99년 시장 재건축을 추진하여 2003년에 지하3층, 지상4층 규모로 재건축을 하였으나 인근에 중앙의 대형유통업체들이 속속들이 들어오면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고, 2년이 다되도록 시공회사인 ‘H’건설사에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공사비 회수를 위해 지난해 11월 경매에 넘겼다. 올해 7월 7일에 첫매각이 실시된 후 4차례의 유찰과 1번의 변경과정을 거쳐 최근 12월 14일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또다시 유찰되었다.
울산시장 번영회가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울산시가 시장재건축지원을 위한 정책자금으로 1차 23억원을 지원한 후 추가 정책자금으로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으나, 추가 정책자금은 지원되지 않았다. 이후 채권자들의 가압류, 정책자금보다 비싼 금리로의 대출에 따른 부담 등 분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었고 결국 공사비 연체로 시공회사가 경매에 부쳐져 그간 건축비 일부를 부담해온 상인들만 피해를 보게 되었다.
울산지역에는 현재 울산의 왕성한 소비력을 대변하듯 현대백화점(3개점), 롯데백화점 외에 홈플러스(3개점), 이마트,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만 해도 무려 7개 점포가 입지해 있다. 지난 10월 7일에는 1996년 부도 이후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왔던 울산 남구 달동 소재 구 올림푸스백화점이 감정가 346억8282만원의 51.2%인 177억5900만원에 이랜드그룹계열인 ㈜뉴코아에 낙찰되기도 하였다. 리모델링을 거쳐 2006년에 뉴코아아울렛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내년도 울산지역 유통업계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형판매시설의 경매는 비단 지방에서만 비롯되는 일만은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12월 20일에 노원구 중계동 소재 건영옴니백화점이 최초감정가 369억7천만원에서 2회 유찰된 236억6천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매수자가 없어 유찰된 바 있고, 뉴코아 아울렛과의 관리권 양도문제 및 기존 임차인과의 마찰로 영업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산본(역사)백화점도 지난 12월 8일에 최초감정가 222억9550만원(건물만)에 첫매각에 부쳐지려다 변경된 적이 있다.
2005년 11월 현재 전국적으로 둥지를 틀고 있는 중앙의 대형할인점은 이마트 79개점, 삼성홈플러스 44개점, 롯데마트 43개점을 비롯하여 약 250여개에 달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수퍼마켓을 포함하면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서울 및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택지개발이 이루어지거나 신규 상권이 형성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일착으로 중앙의 대형유통업체들이 달려가고 있다. 통일이 되면 이제는 복부인이 아니라 유통업체들이 가장 먼저 나서서 요소요소를 선점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매장이 현대화되어 있고 부대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형유통업체가 출점하는 경우 그 지역 일대 주민의 쇼핑환경개선뿐만 아니라 삶의 질 자체를 상승시킬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중앙의 대형유통업체간 출혈경쟁 뒤에는 지역상권에 오랫동안 터잡아 생계를 일구어온 지역유통업체나 재래시장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이곳에서 종사하는 상인들의 생계수단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쇼핑환경의 개선, 삶의 질적 향상, 새로운 상권의 출현 등 이른바 수요가 있으면 응당 이에 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중앙의 대형유통업체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든 말든 지역유통업체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한번쯤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새롭게 부지를 물색하여 출점할 것이 아니라 ㈜뉴코아가 울산의 구 올림푸스백화점을 인수하였듯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관리부실로 경매에 부쳐지거나 부쳐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유통시설을 인수하여 리모델링이나 재개발을 통해 영업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중앙유통업체들의 ‘마이웨이’만을 고집하다간 지역에 기반을 둔 유통시설들은 설자리를 잃게 되고 결국 대ㆍ중ㆍ소규모 가릴 것 없이 지역유통시설의 경매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지역상인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사회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중앙유통업체의 출점을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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