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율이자 역대 최고가 낙찰에 해당할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지난 2월 17일에 매각불허가결정이 내려짐으로써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매각허가가 내려졌어도 대금납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다.
사연인 즉 최고가로 입찰한 낙찰자가 입찰가액을 최저매각가 4,096만원보다 조금 더 높은 5,055만원을 기재하려고 하였던 것을 그만 입찰표상의 입찰가액란의 원단위 앞에 한글로 ‘만’자를 기재한 것이 화근이었다.
당초 쓰려던 50,550,000원이 아니라 이보다 1만 배인 50,550,000만원이 돼버렸다. 다행히 매각이 불허가 되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입찰보증금으로 제공한 409만6천원만 몰수당할 뻔 했다. 이날 이 물건에는 11명이 경쟁입찰하였다.
지금까지 입찰표상의 입찰가액란에 입찰하려고 하는 금액보다 ‘0’을 하나 더 붙인 실수로 낭패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이처럼 입찰가액란에 한글로 ‘만’자를 기재해 낙찰된 사례는 없었다. 현행 입찰표상의 입찰가액 기재란에는 숫자 기입만 허용되고 한글로 금액을 기재할 수 없다.
입찰가액란에 ‘0’을 하나 더 붙여 낭패를 본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지난 1월 2일 전주지방법원에서 감정가 1,245만원에 경매에 부쳐진 임실군 강진면 소재 임야가 감정가의 2,605.9%에 해당하는 3억24,44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3,244만4천원 쓰려던 것을 ‘0’을 하나 더 붙인 것으로 이 물건은 1월 9일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졌으나, 결국 대금지급기한인 2월 3일 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1월 19일 정읍지원에서도 감정가 3,460만원에 불과한 부안군 변산면 소재 전 1천여평이 4억5천만원(4,500만원 쓰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에 낙찰되어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졌고, 2월 9일 청주지방법원 차량경매에서는 감정가 250만원짜리 2001년식 쏘나타가 무려 5,620만원에 낙찰되어 역시 매각이 허가되는 등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실수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실수는 입찰표상의 입찰가액을 숫자로만 기입하도록 되어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매월 2~3건 이상 이러한 실수가 종종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매가 대중화 될수록 입찰가액 잘못 기재로 인한 낭패 사례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입찰표상의 이러한 문제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려니와 입찰가액을 실수로 잘못 기재한 경우 어는 법원에서는 매각이 허가되고 다른 법원에서는 매각이 불허가 되는 등 동일사안을 가지고도 각 법원마다 이중적인 잣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입찰가액 잘못기재로 인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입찰표상의 입찰가액 기재를 숫자 뿐만 아니라 한글로도 기재할 수 있게 입찰표를 우선 개선하고, 위 사례처럼 입찰가액의 착오에 의한 기재가 분명한 경우에는 매각을 불허가하여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게 하거나 매각당일 무효처리하여 차순위매수신고인에게 매각을 허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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