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토지에 밀려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해왔던 연립ㆍ다세대(‘빌라’)가 다시금 뜨고 있다.
연립ㆍ다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전세대란이 있었던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임대수요를 노리고 우후죽순으로 공급되었고, 2002년 7월부터 적용된 일반주거지역의 종 세분화(1종, 2종, 3종)로 기존의 일반주거지역으로서의 용적률(300%)을 적용받기 위한 개발사업이 2003년까지 봇물을 이루면서 공급과잉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한동안 임대수요도 뒷받침되어 수도권 경매시장에서도 2001년 8월부터 2003년 5월 80.14%를 기록하기까지 연립ㆍ다세대 낙찰가율이 80%를 넘나들면서 호황국면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이후 경기침체의 장기불황, 연립ㆍ다세대의 공급과잉 및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금융부담의 증대,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상승 및 전국단위에 소재한 개발호재로 인한 토지투자에 대한 관심 고조 등 갖가지 원인으로 연립ㆍ다세대에 대한 인기가 저하되면서 지난해 1월에는 59.84%까지 낙찰가율이 하락하기도 하였다.
연립ㆍ다세대 경매물량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하여 전국 전체 경매물건중 연립ㆍ다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29%로 아파트(26.78%) 다음을 차지하고 있으나, 수도권내에서는 48.89%로 가장 많다. 특히 인천, 부천지역에서는 65% 정도로 연립ㆍ다세대 비중이 압도적이며, 서울 강서지역(강서구, 양천구)의 경우 전체 경매물건 중 연립ㆍ다세대가 무려 70%를 넘는다.
주거용 부동산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거래시장이나 경매시장에서의 매물이 넘쳐날 정도로 많다 보니 투자자들 또한 연립ㆍ다세대에 대한 투자의사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결국 아파트나 토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수도권 연립ㆍ다세대 평균 낙찰가율이 60%~70% 사이에 머물렀던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취하자니 먹을 것 없는 그야말로 ‘계륵’이자 ‘애물단지’였던 셈이다.
이렇듯 투자자들로부터 별로 관심을 얻지 못하였던 연립ㆍ다세대 경매물건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 낙찰가율이 치솟고, 입찰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모처럼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3월 수도권지역 연립ㆍ다세대 경매물건의 경매동향 분석결과에 따르면 낙찰가율은 2월 대비 2.5% 상승한 77.28%로 2003년 5월 80.14% 이후 만 2년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낙찰가율 상승과 더불어 입찰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3월 기록한 입찰경쟁률은 5.34대 1. 경매통계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2000년 이래 사상 최고 경쟁률에 해당한다. 특히 인천지역 연립ㆍ다세대 입찰경쟁률은 6.24대 1로 수도권 평균을 웃돌 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아파트 입찰경쟁률(6.75)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이다.
이 뿐이랴! 개발호재가 있거나 주거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지역에 소재한 연립ㆍ다세대의 경우에는 평균 이상의 낙찰가율을 보이거나 수십명 이상이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반 지하이고 뭐고 가릴 것 없이 입찰경쟁이 치열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서울을 비롯하여 인천, 부천 등 곳곳에 분포한 뉴타운이나 재개발ㆍ재건축 등 각종 도심형 개발호재가 즐비하다. 아파트보다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여 정도의 시세차익은 물론 개발 후의 개발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이점이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5년 연립ㆍ다세대의 평균 낙찰가율이 60%에 불과했던 인천지역의 경우 가정동 뉴타운 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투자열풍이 불어 지난 3월 70.66%까지 낙찰가율이 상승하였고, 최근 재개발ㆍ재건축 예정지역이 폭 넓게 분포된 부천지역 역시 지난 3월 연립ㆍ다세대 평균 낙찰가율이 84.52%로 2005년의 72.45%에 비해 12% 이상 상승하였음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확대, 투기지역내 대출제한 등 아파트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효과로서의 특수를 누리고 있음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주택이 기준시가 9억원 이상에서 6억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강남, 분당, 목동 등 주요 지역 아파트 대부분이 이에 해당하지만 뉴타운이나 재개발ㆍ재건축 호재가 있는 지역의 연립ㆍ다세대 경매물건의 감정가는 고작해야 5천만원 내지 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2~3채 이상을 취득해도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투기지역내 아파트의 경우 기존의 담보대출규제(기존 대출 있을 경우 투기지역내 신규 대출 제한) 외에 최근 3.30대책에 의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40%)되는 등 투기지역내의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지만, 연립ㆍ다세대의 경우에는 이러한 담보대출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최근의 '전세대란'으로 인한 임대목적의 투자자가 부쩍 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국민은행 발표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전세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1987년 ~1988년, 2000년~2001년에 있었던 전세가 상승과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연립ㆍ다세대 물건을 찾기 마련이다. 이러한 임대수요를 노리고 몇 채씩 낙찰받거나 높아만 가는 전세가 부담으로 아예 내 집 마련을 연립ㆍ다세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 연립ㆍ다세대의 낙찰가율이 74.65%(수도권, 올해 1/4분기)로 아파트(84.9%)보다 10% 이상 낮다는 것도 연립ㆍ다세대가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끄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그간 애물단지나 다름없었던 연립ㆍ다세대가 아파트나 토지외의 또 다른 투자종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특별한 개발호재 없이 단순한 임대목적을 위한 무분별한 취득은 지양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립ㆍ다세대 경매물건이 이미 넘칠대로 넘쳐나 있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과거에도 그랬듯 어느 순간 일반시장에서의 임대 또는 매물증가로 그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연립ㆍ다세대는 아파트처럼 가격이 상승하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고가낙찰로 향후 투자원금마저 회수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임대목적으로 취득한다면 임대가 잘 될 수 있는 지역, 예컨대 지하철역이 가깝거나 인근에 공원이 있고, 단지구획정리가 잘 되어 있는 지역, 신축된 지 얼마되지 않은 물건으로서 주차장이 잘 갖추어져 있는 물건을 고르는 것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임대시장 침체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