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물건을 선정하고 조사하고 입찰하고 명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명도과정, 즉 소유자나 임차인 기타 점유자로부터 열쇠(key)를 넘겨받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경매업무를 하다보면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악이용(?)하여 임차인이 아니면서 임차인으로 권리신고를 하거나 낙찰자에게 아예 대놓고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한 대가로의 일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낙찰자로서는 여간 까다로운 대상이 아니지만, 그냥 무턱대고 가장으로 의심되는 임차인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입찰 전에 가장임차인임을 판별하는 방법이 있을까? 속내를 들여다 보지 않고는 정확한 파악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경매정보상에 나타나 있는 기본 정보를 가지고도 어느 정도 그 임차인이 가장인지 진정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
첫째, 경매개시결정일에 임박하여 전입신고가 이루어졌고 임차인의 신고된 보증금이 소액보증금 이내라면 가장임차인이 거의 확실시 되는 사안이다. 가장임차인의 경우 그 주된 목적은 소액임차인으로서 일정액을 최우선변제 받기 위한 것이므로 보증금을 소액보증금 또는 최우선변제액 범위내에서 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래 사례를 한번 보자. 지난해 5월 30일에 경매진행된 이 물건은 채권자인 벽산건설이 2004년 10월 19일에 경매를 신청한 것인데, 임차관계를 보면 정□□를 비롯하여 강△△, 이◇◇, 이◎◎ 등 모두 4세대가 전입신고되어 있다. 그러나 각각의 임차인의 전입신고일자를 보면 모두가 벽산건설이 경매신청하기 불과 3개월전인 2004년 7월에 동시다발적으로 전입이 되어 있고, 게다가 모든 임차인의 보증금이 각각 2천만원씩 소액임차인 보증금(4천만원) 범위내에서 일률적으로 신고가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임차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가장임차인 추정 예시 물건>















































사건번호


2004-17652


물건용도


아파트


입찰일


2005.05.30


감정평가액


220,000,000


채권자


벽산건설


개시결

정일


04.10.18


최저매각가


176,000,000


채무자


송OO


감정평

가일


2004.11.26


최저가율


80.0%


소유자


송OO


감정기




경일감정


소재지


면적(㎡)


임차관계


권리관계


성동구 금호동 1가 633 벽산 108-1703


정□□

전입 04.07.14

확정 04.07.14

배당 05.01.11

방1(2000만/월 10만)

강△△

전입 04.07.14

확정 04.07.14

배당 05.01.13

방1(2000만/월 10만)

이◇◇

전입 04.07.15

확정 04.07.15

배당 05.01.11

방1(2000만/월 10만)

이◎◎

전입 04.07.14

확정 04.07.14

배당 05.01.13

방1(2000만/월 10만)


가압 벽산건설

02.10.04

2억300만

(중략)

강제 벽산건설

04.10.19

청구액:

193,079,407원


(이하 생략)


대지

32.88/84,501.7

(9.95평)

건물

59.9

(18.12평, 23평형)

(이하 생략)


경매진행결과


낙찰 195,555,000원 (1명)

둘째, 한 가구에 여러 세대가 전입하여 있는 경우에도 그 세대 중 일부(또는 전부)는 반드시 가장임차인일 가능성이 많다. 위 사례에서도 불과 23평형(실면적 18.12평, 방3)의 아파트에 4세대가 세대주로 전입되어 있다. 물리적으로 거주하기도 힘들 뿐더러 방1개씩을 각각 임차한다고 해도 1세대는 거주할 공간이 없다.
셋째,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소유자(또는 채무자)와 임차인이 친인척관계인 경우에도 가장임차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매정보에 나타난 소유자와 임차인의 이름이 비슷하거나 임대차현황조사서에 기재된 소유자와 임차인의 관계가 가장임차인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경매정보상에 드러나있는 내용으로도 어느 정도 가장임차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도 미흡하다면 낙찰 후에 임차인의 가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법원에 접수된 배당배제신청서가 그것이다. 즉 가장임차인으로 의심할 만한 점유자가 있는 경우 십중팔구는 채권자(또는 채권은행)에 의해 법원에 그 점유자에 대한 배당을 배제해 달라는 배당배제신청서가 접수되어 있다. 가장임차인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이해관계인이 바로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위 사례의 경우 4세대가 모두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되어 각각 1600만원씩 총 6400만원을 최우선변제 받는다면 경매신청 채권자인 벽산건설은 청구액 1억9300만원에서 6400만원을 제외한 1억2900만원만 배당(낙찰가 1억9555만5천원에서 추정되는 경매비용 255만5천원을 뺀 실배당액은 1억9300만원이 된다)받게 된다. 물론 벽산건설의 선순위 가압류 채권외에 다른 권리가 없다는 전제이다.
반면 위 4세대가 모두 가장임차인으로 판명된다면 벽산건설은 채권액 모두를 배당받게 된다. 6400만원의 차이,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자인 벽산건설로부터 위 4세대가 가장임차인임을 이유로 배당에서 배제해달라는 배당배제신청서를 접수했을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배당배제신청 사례는 가압류 채권자등에 의한 강제경매보다는 금융기관 담보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사건에서 보다 더 많이 발견된다.
경매정보를 통해서나 현장조사를 통해서 가장임차인으로 의심될 만한 점유자가 있는 경우 낙찰자는 낙찰 후 법원 경매계에 보관된 집행기록을 열람하여 그러한 배당배제신청서가 첨부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일이다. 배당배제신청서까지 집행기록에 편철되어 있다면 그 임차인은 가장임차인이 거의 확실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왜 굳이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가장임차인임을 밝혀낼 필요가 있을까? 위와 같이 조사된 점유자가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된다면 최우선변제를 받기 때문에 낙찰자로서는 명도부담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임차인에 대한 확신 여부는 곧 이주비용이나 기간 등 가옥명도(협의)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한 바, 점유자가 가장임차인이 확실하다면 낙찰자가 그 점유자를 상대로 좀더 강하게 명도를 요구할 수 있고, 명도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인도명령신청을 통한 강제집행을 거론하거나 실제 인도명령신청 등의 방법으로 명도협의에 있어서 점유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점할 수가 있다. 이주비용을 과다하게 요구하면서 명도협의를 거부하는 임차인도 정작 인도명령결정이 떨어지면 바로 저자세로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점유하고 있는 상대방이 가장인지 진정인지를 모른다거나 심지어 누군지도 모르고 있는 등 마냥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비용이나 기간 등 점유자의 요구조건에 끌려다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장임차인은 애당초부터 낙찰자와 적대적인 관계를 예상하고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법원으로부터 최우선변제액을 배당받을 것이라고 100% 기대하지는 않는다. 최우선변제를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낙찰자에게 어느 정도의 이주비라도 받으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그 불순하게 의도된 목적의 달성은 곧 낙찰자의 피해와 직결되는 것이므로 경매정보, 현장조사, 집행기록 열람 등을 통해 가장임차인 여부를 적극 소명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래나 저래나 가장임차인은 경매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낙찰자의 온전한 소유권이전을 방해하고, 채권자의 이익을 해한다는 점에서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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