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건축되지도 않은 상가나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향후 건축될 부동산의 모습을 미리 소개하는 방법으로 모델하우스나 팜플렛, 각종 광고매체가 동원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통해서 미리 본 건물의 모습과 실제 건축된 이후의 모습이 상당히 차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분양하는 회사를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추궁하게 되는데, 책임부담의 기준에 대해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다. 2007. 1. 10.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06나45598호 판결인데, 비록 이 판결은 수분양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결론을 내렸지만,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분양주체의 책임판단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이 판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분양주체에 대한 배상책임의 이론적인 구조를 먼저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분양주체가 약속한 분양계약을 이행하지 않게 되면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라는 두가지 차원에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 채무불이행 책임
우선, 채무불이행책임을 살펴보자.
분양을 받는 행위는 수분양자와 분양주체(회사) 사이의 채권채무관계 즉,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분양계약에서 정한 구체적인 약속을 분양주체가 지키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 책임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분양계약 자체를 소급해서 무효로 할 수 있는 계약해제사유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사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분양계약서상에 기재된 계약내용 이외에 팜플렛이나 모델하우스 등의 광고수단을 통해 홍보된 내용이 과연 수분양자와 분양회사간에 합의된 계약의 내용으로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대상일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 대법원은 적어도 분양계약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상가를 분양하면서 그 곳에 첨단 오락타운을 조성·운영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위탁경영을 통하여 분양계약자들에게 일정액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광고가 이루어지고 또 분양계약 체결시 이러한 광고내용이 계약상대방에게 설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이후에 이런 내용이 실현되지 않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체결된 분양계약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점과 그 후의 위 상가 임대운영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광고 및 분양계약 체결시의 설명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상가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분양 회사는 위 상가를 첨단 오락타운으로 조성·운영하거나 일정한 수익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55618 판결).
부연설명하자면, 분양당시에 설명되거나 광고된 이런 내용들은 계약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고 단순히 계약체결을 유인한 동기에 불과한 것이고, 그 결과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계약위반, 즉 채무불이행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같은 대법원 판결의 영향으로 그 후 하급심판결들은 분양계약서상에 직접적으로 기재된 내용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설명되거나 광고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계약내용으로 해석하는데 매우 보수적이었던 경향이 있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분양폐해가 극심해지면서 법원 역시 잘못된 분양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적으로 분양계약서상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계약내용으로 판단하는 판결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바, 이런 상황에서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계약내용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과 그렇지 못한 요소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합리적인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불법행위책임
한편, 분양회사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수분양자를 속인 행위라는 점에서 채무불이행이라는 평가와 별도로 민사상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점에 관해서 대법원은,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용도가 특정된 특수시설을 분양받을 경우 그 운영을 어떻게 하고, 그 수익은 얼마나 될 것인지와 같은 사항은 투자자들의 책임과 판단하에 결정될 성질의 것이므로, 상가를 분양하면서 그 곳에 첨단 오락타운을 조성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위탁경영을 통하여 일정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광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상대방을 기망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55618 판결). 기망을 이유로 하는 분양계약취소나 손해배상청구는 굳이 분양계약에서 뿐 아니라 다른 사례의 경우에도 매우 엄격하게 판단되어오고 있었고 그 기준도 정립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판단에 있어 별다른 혼란이 없었으며,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 역시 지금까지의 기준에 따른 판단을 한 것에 불과하다.
위 서울고등법원판결은 이렇게 정립된 기준에 따라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여러 가지 약속위반사항들에 대해 하나하나 판단을 하고 있다. 다음은 대법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위 서울고등법원 사건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 사안의 개요
1. 원고들은 2000. 1.경부터 2000. 3.경까지 피고와 사이에 부천시 원미구 △△아파트 256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중 각 1세대씩을 분양받기로 하는 내용의 아파트 분양계약을 각 체결하였고, 피고는 2000년 초경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공사에 착공하여 2002. 4.경 완공하였으며, 원고들은 2002. 5.경 각자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하기에 앞서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공사현장 부근에 모델하우스를 짓고 분양광고를 하였는데, 당시 배포한 분양안내책자에는 ‘경인전철 송내역이 5분, 수도권 동서남북을 잇는 순환고속도로가 탁 트인 생활을 열어줍니다’, ‘5분 거리의 경인전철 송내역과 부개역, 인천지하철 3호선으로 초특급 광역교통망 구축’,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여 초고속 데이터전송, 인터넷, 원격진료 및 의료서비스 지원을 손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몸이 아파도 이제 병원에 직접 갈 필요가 없습니다. 화상전화를 통해 집에서도 의사에게 진찰받을 수 있으니까요’, ‘방범․방재 기능의 첨단 홈오토메이션 및 무인경비시스템, CCTV’, ‘생활 속의 자연공간인 1층 개인정원’, ‘1층 세대에 전용정원 제공, 1층 세대를 위해 전면 발코니와 바로 연결되는 별도의 전용정원을 마련해 드립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부지와 인근 전철역, 모델하우스의 위치 등이 표시된 약도도 첨부되어 있다.
3. 피고가 완공한 이 사건 아파트에는 초고속 통신망이 구축되어 있고, 각세대별로 홈오토메이션이, 공동현관에는 무인경비시스템이, 주차장 등에는 CCTV가 각각 설치되어 있으며, 1층 세대의 발코니 앞에는 수목이 식재된 정원과 1층 전면 발코니에서 정원으로 나갈 수 있는 계단 등도 설치되어 있다.
4. 이 사건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부천 송내역이고, 그 거리는 약 2.5㎞ 정도이며, 보통 사람이 도보로 갈 경우 약 30분 정도 걸린다.
5. 한편, 피고는 2004. 1. 28.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과 사이에 승강기 너비의 기준미달과 관련한 분쟁을 종결지으면서 승강기에 CCTV를 설치하고 지하주차장에 추가로 CCTV를 설치하며 관리사무소와 경비실에 DVR 모니터를 설치하여 주기로 합의하였고, 2004. 3.경 그 공사를 모두 마쳤다.
○ 쟁점
1.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광고나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등에 제시되어 있는 내용이지만 분양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을 청약의 유인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2. 아파트 분양업자의 허위, 과장광고를 기망행위로 인정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것인지 여부
○ 원고들 및 피고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가 배포한 분양안내책자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주변 교통환경과 관련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서 전철역까지 5분 거리’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러한 내용은 개별 분양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당연히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여기서 ‘5분’이라 함은 도보로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아파트와 송내 전철역은 2.5㎞ 정도 떨어져 있어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므로, 피고는 분양계약의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허위․과장광고 등 기망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재산적 손해로서 원고들이 지난 3년간 이 사건 아파트에서 전철역까지 도보가 아닌 택시를 이용함으로써 추가로 지출한 교통비 각 2,736,000원(=택시기본요금 1,900원× 2회 왕복 × 주당 5일 × 4주 × 12개월 × 3년) 중 원고들 과실을 감안하여 각 912,000원을, 위와 같은 교통불편으로 인하여 받은 정신적 손해로서 각 500,000원의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또한 피고가 분양안내책자에서 설치해 주기로 한 원격진료시스템, 무인경비시스템, 첨단 CCTV 시설 등도 당연히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피고는 이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불완전하게 설치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로서 각 300,000원의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분양안내책자에서 들어가 있는 내용은 그것이 분양계약서에 포함되지 않는 한 청약의 유인에 해당될 뿐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에서 전철역까지 5분 거리’라는 부분은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나머지 원격진료시스템, 무인경비시스템, 첨단 CCTV 시설 등은 모두 제대로 시설을 하였다.
○ 법원의 판단
1. 분양광고 및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
가. 대규모 아파트 등을 분양하는 자가 분양광고나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설치 등을 통하여 아파트의 입지조건이나 주변 자연환경, 교통환경, 시설 등에 관하여 다소 과장되게 광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광고내용이 분양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그것이 상거래 관행이나 신의칙에 비추어 그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아직 대단위 아파트가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략의 위치만을 정한 채 평형과 대지 면적만을 특정하여 사전 분양하는 경우에는, 분양자는 분양광고나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설치 등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들에게 아파트의 위치, 평형, 구조, 단지 전체의 크기와 배치 등은 물론 주변여건이나 특별한 편의시설, 공용시설인 주차장, 정원 등의 배치와 면적, 기타 주요시설 등과 그에 기초한 동호수와 평형 등에 따른 분양금액과 그 납부조건 등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미리 알리게 되고, 분양희망자들은 그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아파트 분양청약을 하게되며, 그 후 추첨을 거쳐, 분양자는 당첨자들과 사이에 자신이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아파트 분양계약서를 토대로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경우 분양자는 장차 완공될 아파트가 분양광고나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등에서 제시된 것과 동일한 시설, 환경, 품질 등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보증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수분양자들도 분양자의 그와 같은 보증을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와 같은 대단위 아파트의 사전 분양이라고 하더라도, 분양광고나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등에서 제시된 내용이 모두 분양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볼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분양계약서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내용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도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분양광고나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등을 통하여 제시된 내용이 분양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는 상거래에서 어느 정도의 과장된 광고나 홍보가 허용된다는 점을 고려한 다음, 그것이 아파트의 구조, 시설, 기능 등 분양계약의 본질적인 내용과 관련된 사항인지 여부, 개별적인 분양계약서에 표시하기 부적당한 내용, 즉 아파트 공용시설의 구조, 크기, 재료, 배치 등에 관한 사항인지 여부, 수분양자들이 당해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사항인지 여부, 기타 분양계약 당시의 주택공급현황이나 일반 상거래 관행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나. 한편, 과장광고의 기망성과 관련하여서는,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 또는 지나친 주관적인 예측이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27510 판결 등 참조)
2. 전철역까지 걸리는 시간 관련
피고가 배포한 분양안내책자에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 전철역까지 5분 거리’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로 이 사건 아파트와 송내 전철역까지는 2.5㎞ 정도 떨어져 있어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분양안내책자에 교통수단을 명시하지 않은 이상 ‘5분’이라 함은 도보로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분양안내책자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신축부지와 인근 전철역, 모델하우스의 위치 등이 표시된 약도도 첨부되어 있는 점,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바 있는 원고들은 이 사건 아파트의 주변 교통환경이나 전철역까지의 거리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더구나 위와 같은 사항이 분양계약의 본질적인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아파트나 전철역이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원고들도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분양광고의 내용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가 위와 같이 다소 과장하여 광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상거래의 관행이나 신의칙에 비추어 충분히 시인될 수 있는 한도 내로 보여지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원격진료시스템, 무인경비시스템, 첨단 CCTV 시설 관련
우선, 피고가 분양안내책자에서 광고한 ‘원격진료시스템’이라 함은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화상전화를 통해 집에서도 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하고, 이러한 시스템은 이 사건 아파트에 초고속통신망을 설치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병원과의 제휴를 통하여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가능하다고 할 것인바,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인데 그로써 초고속 데이터전송, 빠른 인터넷, 인터넷 민원처리, 홈쇼핑, 홈뱅킹 등이 가능하게 될 것임을 광고하는 과정에서 장래에는 ‘원격진료시스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여 그와 같이 광고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와 같은 사항은 아파트 분양사업을 수행하는 피고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서 피고의 주관적 예상 또는 희망에 불과함이 그 내용상 명백한 점,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원격진료시스템의 기반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분양광고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피고가 주관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을 다소 과장하여 광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상거래의 관행이나 신의칙에 비추어 충분히 시인될 수 있는 한도 내로 보여지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음으로, 무인경비시스템, 첨단 CCTV 시설에 대하여 보면, 위 시설은 개별적인 분양계약서에 표시하기 부적당한 아파트의 공용시설에 관한 사항으로서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피고가 위와같은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불완전하게 설치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각 세대별로 홈오토메이션을, 공동현관에 무인경비시스템을, 주차장 등에 CCTV를 각 설치하였고, 2004. 3.경에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과 사이에 승강기와 관련한 분쟁을 종결지으면서 추가로 승강기나 지하주차장, 관리사무소 등에 CCTV 및 DVR 모니터 등을 설치하여 주었음을 알 수 있다.
□ 판결의 의미
1. 아파트 등의 분양자가 분양광고, 분양안내책자, 모델하우스 등을 통하여 제시한 내용으로서 분양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사항을 단순히 청약의 유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분양계약의 내용이 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하급심 판결은 엇갈리고 있고,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대법원 판결도 없었는데, 위 판결은 그 판단기준에 대하여 나름대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2. 허위, 과장광고의 기망성과 관련하여,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하지만,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 또는 지나친 주관적인 예측이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판단하였다(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확립된 법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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