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중개와 관련된 우리 부동산중개업계의 바람직하지 못한 업무관행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공동중개란, 2인 이상의 중개업자가 중개행위에 관여하여 거래를 성사시키는 중개활동으로서, 한 명의 중개업자만이 중개행위를 하는 단독중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공동중개의 일반적인 모습은, 매도인이나 임대인과 같이 권리를 처분하고자 하는 측의 중개업자와 그 반대편의 매수인이나 임차인과 같이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각자의 의뢰인을 데리고 와서 공동으로 거래를 성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독중개가 일반적이었음에 비해, 인터넷의 발달로 부동산정보망을 활용하여 중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공동중개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공동중개과정에서 매수인이나 임차인과 같이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 매도인이나 임대인의 권리에 대하여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좋지 못한 관행이 있다. 단독중개를 하여 거래당사자 모두로부터 의뢰받아 중개하게 되면 권리를 처분하게 되는 측의 권리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확인하는데 반해, 공동중개를 통해 권리를 취득하는 측을 위해 중개하게 되면 단독중개에 비해 권리관계 확인에 따른 주의가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현재의 업무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 실제 사례
공동중개와 관련해서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한 사례로는, ① 이혼을 앞두고서 남편의 아파트를 남편 허락없이 마음대로 처분하기로 마음먹은 처가, 집에 있는 남편의 인감도장을 이용하여 인감증명서를 남편 대리로 발급받고 위임장에 남편 인감도장을 마음대로 찍어 위임장을 위조한 다음 근처 중개업소에 매도를 의뢰했는데, 중개업소에서 위임관계에 대해 철저히 확인못함으로써 선의의 매수인과 매매계약이 체결되었고 급기야 매매대금 전부가 지급되고 이전등기까지 마쳐졌지만, 나중에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이 처를 형사고소하고 매수인을 상대로 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재판 끝에 승소함으로써, 결국 매수인이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 경우, ② 월세로 아파트를 임차하게 된 것을 기화로 집주인의 신분증을 위조할 수 있게 된 사기꾼이 집주인을 사칭하여 그 집을 인근 중개업소에 전세로 내놓았는데, 전세를 의뢰한 사람이 집주인 본인과 동일한지 여부에 대하여 중개업소에서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고 보증금전부가 수수되고 세입자가 입주까지 마쳤지만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실제 집주인이 세입자를 상대로 명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도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된 경우가 있었다. 이들 사건 모두 공동중개로 거래가 성사되었는데, 이 사건에서 매수인과 임차인을 소개한 중개업자들 모두는 상대방 중개업소에서 어련히 알아서 확인하겠거니 하면서 매도인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처가 위임권한을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나 임대인 본인이 맞는지에 대한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 주의가 소홀한 이유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지금의 중개업계 관행은 아마도, 중개업자들간에 상대방 중개업자의 업무영역 내지 전문성을 존중해주는 차원일 수도 있고, 거래당사자 모두로부터 수수료를 받게 되는 단독중개에 비해 공동중개는 거래당사자 일방으로부터만 수수료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은 보수 때문에 아무래도 노고가 덜 들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짐작된다.
■ 지금의 관행이 문제가 있는 이유
그러나, 이런 업계의 관행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권리를 취득하는 중개의뢰인으로서는 수수료를 주게 되는 자신의 중개업자가 상대방의 권리관계에 대해 꼼꼼히 체크해 줄 것을 기대하는데,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서 권리확인을 소홀히 하게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권리관계 확인의 필요성은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측에서 더욱 필요한데,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자신의 중개의뢰인을 위해서 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정이라는 점에서 권리를 처분하게 되는 측의 중개업자에게 그 쪽 의뢰인의 권리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하기를 기대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에, 권리를 취득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권리관계확인을 상대방 중개업자에게 맡겨두는 지금의 관행은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권리를 취득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상대방 중개업자를 믿고 거래상대방의 권리관계에 대해 자세한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있기 위해서는 거래상대방의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자신은 배상책임이 없다는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사고가 발생하여 결국 권리를 취득하는 측에서 손해를 입게 된다면 그 책임은 권리를 처분하게 되는 측의 중개업자 뿐 아니라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중개업자도 있다는 점에서도, 지금의 업무관행은 문제가 있다. 즉,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손해를 입게 된 거래당사자로서는 양쪽 중개업자 모두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게 되고, 만약 중개업자가 확인설명을 잘못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양쪽 중개업자에게 (부진정) 연대해서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국 중개업자 스스로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라도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 권리확인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 양쪽 중개업자간의 구체적인 책임비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정확한 책임비율은 피해자에 대해서 실제로 배상을 한 한쪽 중개업자가 다른 쪽 중개업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구상금청구소송에서 결정될 수 있다).
결국, 이런 관행하에서는 공동중개에 의한 거래를 하게 되는 중개의뢰인, 특히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중개의뢰인으로서는 스스로의 권리보호를 위해 자신의 중개업자에만 의존하지 말고 상대방의 권리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고 할 수 있다.-이상-
<참고법령>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 (손해배상책임의 보장)
①중개업자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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