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부동산과 관련해서 자주 발생하는 법률문제가 바로 "시효취득"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 땅값이 상승하면서 시효취득과 관련한 부동산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비록 다른 사람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자기의 소유인 것으로 알고 일정기간 부동산을 점유하게 되면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시효로 인한 소유권취득이라고 하는데,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하여 점유취득시효제도를, 제2항은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하여 등기부취득시효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시효취득의 자세한 요건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시효취득과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많이 논란 되고 있는 두가지 점에 대해서만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 먼저, 오랜동안 다른 사람에 의해 관리되어 오고 있는 부동산은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오랜기간 동안 점유함으로서 시효로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소유의 의사를 갖고 있어야 하고, “소유의 의사”는 소유자가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배타적 지배를 사실상 행사하려는 의사라고 일반적으로 설명되는데, 이 점과 관련해서 학설과 판례는 權原(권원)의 성질에 의해 객관적으로 소유의 의사 여부를 판단한다. 즉, 매매나 증여와 같이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의해 부동산의 점유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그 취득원인 즉 권원의 객관적 성질에 의하여 ‘소유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임대차 등에 의하여 점유를 취득한 때에는 그 취득원인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他主(타주)점유가 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 관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오랜기간 동안 점유되고 있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향후 시효취득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점유하고 있는 원인에 대하여 미리 정확하게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임대차계약서라거나 사용대차계약서와 같은 계약서를 작성한다거나 아니면 ‘그동안 소작해 왔음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확인서 형식으로, 점유의 권원이 타주점유로 비쳐질 수 있는 증빙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점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못한채 재판으로 가게 되면,“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는 민법 제197조에 의해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소유자가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주점유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판례가 다양하게 판단하고 있어 매우 복잡하다).
■ 다음은, 시효취득기간이 완성된 이후에 부동산 소유명의가 변경되었을 경우의 법적인 판단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다른 사람의 토지를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20년간 점유함으로써 시효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아직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이전등기청구를 하지 못하던 중,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었다면 점유자는 변경된 소유명의자에 대해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런 결과는 새로 소유명의를 취득한 사람이 점유시효취득기간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소유명의를 넘겨받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시효취득의 요건이 완성되었다고 하여 점유자가 바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등기를 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기 때문이다. 이런 법률관계는 마치 이중매매와 같이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등기를 넘겨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넘겨받은 제3자에 대해 제1매수인이라고 하여 소유권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따라서, 점유자의 입장에서는 소유명의가 변동되기 이전에 하시라도 빨리 시효취득에 기한 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고, 부동산이 처분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시효취득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미리 처분금지가처분신청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땅을 오랜기간 동안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소유자의 소유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반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영속하는 현 상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제도가 엄연히 실정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유자나 소유명의자 모두 각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이 제도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상-
■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77352,77369 판결
[1]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 그 추정이 깨어진다.
[2]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점유자가 그 등기를 하기 전에 제3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에는 점유자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 제3자 명의의 등기가 적법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위 제3자 명의의 등기가 원인무효인 경우에는 점유자는 취득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를 대위하여 위 제3자 앞으로 경료된 원인무효인 등기의 말소를 구함과 아울러 위 소유자에게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 있고, 또 위 제3자가 취득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의 상속인인 경우에는 그 상속분에 한하여는 위 제3자에 대하여 직접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 있다.
[3] 부동산 소유자가 취득시효가 완성된 사실을 알고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줌으로써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에 빠지게 되어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고,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가 부동산 소유자의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면 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4] 취득시효 완성 후 경료된 무효인 제3자 명의의 등기에 대하여 시효완성 당시의 소유자가 무효행위를 추인하여도 그 제3자 명의의 등기는 그 소유자의 불법행위에 제3자가 적극 가담하여 경료된 것으로서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 대법원 2006.5.12. 선고 2005다75910 판결
[1] 타인의 토지를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자는 등기를 함으로써 비로소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점유자가 원소유자에 대하여 점유로 인한 취득시효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는 등 그 권리행사를 하거나 원소유자가 취득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점유자의 권리취득을 방해하려고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소유자는 점유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기까지는 소유자로서 그 토지에 관한 적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2] 원소유자가 취득시효의 완성 이후 그 등기가 있기 전에 그 토지를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제한물권의 설정, 토지의 현상 변경 등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하여 시효취득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위 처분행위를 통하여 그 토지의 소유권이나 제한물권 등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 및 그 권리취득의 소급효를 들어 대항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니, 이 경우 시효취득자로서는 원소유자의 적법한 권리행사로 인한 현상의 변경이나 제한물권의 설정 등이 이루어진 그 토지의 사실상 혹은 법률상 현상 그대로의 상태에서 등기에 의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따라서 시효취득자가 원소유자에 의하여 그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시효취득자가 용인하여야 할 그 토지상의 부담을 제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 할 것이니, 위 변제액 상당에 대하여 원소유자에게 대위변제를 이유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1]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2]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
[3] [다수의견]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