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경매제도에서 취하고 있는 입찰방식으로 기일입찰과 기간입찰이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기일입찰은 입찰일을 정해놓고 그 정한 날짜에 입찰과 개찰이 동시에 마무리되는 입찰방식인 반면 기간입찰은 7일간의 입찰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동안 경매법원 집행관 사무실에 직접 또는 등기우편으로 입찰서류를 제출하게 한 후 7일 후에 별도의 개찰기일을 갖고 최고가매수인을 선정하는 절차이다.
현재 전국 모든 법원에서 취하고 있는 보편적인 입찰방식이 바로 기일입찰제이고, 2004년 11월 9일 창원지방법원이 처음으로 도입한 기간입찰제는 현재 전국 11개 법원 51계 경매계에서 일부 물건에 한해 법원이 재량으로 선별하여 실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부지방법원에서 같은 해 12월 3일에 처음으로 기간입찰제를 도입하여 입찰을 실시한 바 있다. 기간입찰 물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경매진행건수의 5%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간입찰제의 도입은 바로 원격지 거주자들이 법원에 직접 오지 않고 우편입찰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일입찰제에서와 같이 법원에 나와서 입찰하는 번거로움을 조금이나마 덜 뿐만 아니라 입찰을 위한 비용을 절감하고 경매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기일입찰제에서는 입찰 당일 현장에 와서 입찰표를 교부받고 입찰하면 되므로 경매법정에 한번의 왕래로 족하지만, 기간입찰제의 경우 우선 입찰표를 교부받기 위해 법정에 가야하고, 또 입찰한 후에도 개찰결과를 보기 위해서나 차순위 또는 최고가매수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 – 차순위매수신고는 반드시 법정에 출석하여 하여야 하며, 최고가매수인이 2이 이상인 경우 하게 되는 추가입찰은 기일입찰방식으로 경매법원에서 실시 - 하기 위하여 별도의 개찰기일에 참석하여야 하는 등 최소한 두 번은 경매법정에 출석하여야 한다.
원격지 거주자들이 그 먼 경매법정까지 나와 입찰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하고자 도입한 기간입찰제가 오히려 더 입찰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비용도 더 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입찰표를 경매진행법원에 가서 받아와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입찰표를 교부받기 위해 법원에 가는 것만 줄여도 그 불편함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입찰표를 법원에 가지 않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입찰표를 대법원 또는 각 지방법원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 때 기간입찰봉투가 문제다. 입찰봉투마저 인터넷으로 다운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간입찰봉투는 기일입찰봉투(황색 대봉투)처럼 크지도 않고, 일반 편지봉투 만한 크기에다가 등기우편으로 입찰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일반 편지봉투를 이용하게 해도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입찰시 일반 편지봉투에 수신인으로서의 법원명칭과 주소를 기재하고, 매각(개찰)기일 기재를 의무화하면 된다.
다음으로 (일반 편지봉투가 문제가 된다면) 기간입찰봉투와 입찰표를 법원이 지정하는 은행에 상시 비치를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입찰자가 가까운 은행에서 언제라도 기간입찰봉투와 입찰표를 교부 받아 입찰에 응할 수 있도록 하면 입찰표를 받기 위해 관할 경매법원에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기일입찰의 경우에는 입찰당일 입찰표를 교부 받고 입찰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입찰표를 인터넷으로 다운받게 할 필요성이 기간입찰방식에서 처럼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다. 다만 입찰일에 가뜩이나 혼잡한 법정에서 입찰표를 교부받으려는 인파로 인해 더욱 혼잡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미리 안정된 마음으로 입찰표를 작성하도록 하여 입찰실수를 줄인다는 취지에서 보면 기일입찰표 역시 사전에 인터넷으로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인터넷으로 다운받을 수 없는 보증금봉투와 기일입찰봉투(황색 대봉투)는 기간입찰에서 거론한 방식대로 법원이 지정한 은행에 비치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입찰자는 법원이 정한 일정한 틀 안에서 숱한 불편함을 무릅쓰고 입찰에 참여해 왔다. 입찰하기 위해 또는 입찰표를 교부받기 위해 경매법정에 가야 하고, 앉을 공간도 없는 비좁은 곳에서 3~4시간 이상을 서서 입찰과 개찰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낙찰 후에도 대금을 납부하기 위해 또 법원에 가야 하는 등등..,
법원경매절차에 있어서 법원은 판매자이고, 입찰자는 고객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갈수록 경매참여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은 대고객 서비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옳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법원에 가지 않고 모든 입찰절차를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KAMCO의 공매절차와 같이 모든 입찰절차가 전산화되어야 한다. 이는 당장 개선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우선적으로나마 입찰표를 인터넷으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입찰자를 위한 작은 배려이자 대고객 서비스의 시작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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