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내보내는 부동산 명도(인도)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은 상반되고 있다. 명도하는데 몇 년도 걸릴 수 있다면서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반면에, 명도문제를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각각의 케이스가 구체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사실 “어렵다”, “쉽다”고 일률적으로 명도문제를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예전부터 명도문제가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데, 그 이유는 몇 개월이 기본인 재판절차의 구조적인 문제 이외에도, 영업용 건물 임대차에서 1-2년 정도의 단기간으로 기간을 정하는 우리 계약문화 때문에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는 임차인의 처지를 고려해서 법원이 계약에만 집착하지 않고 조정을 권한다거나 임차인의 여러 가지 입증방법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건들에 비해 시간이 더 소요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현상은 건물주의 부도로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낙찰되면서 생기는 임차인 명도사건에서 더 확연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임차인들은 비록 법적으로 구제받기는 어렵지만 종전 건물주의 부도로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어 전재산을 손해보다시피하는 딱한 상황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임대인이나 낙찰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명도사건이 별다른 법적인 쟁점도 없고 나가야 될 것이 명백한 사건인데 빨리 재판이 종결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경매과정에서 명도 문제의 어려움은 경매물건을 기피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경매물건의 환가가치를 떨어뜨리게 하면서 결국 그 피해는 경매물건에 대한 이해관계인 즉, 채권자, 소유자 등의 피해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서 최근 법원실무상으로는 부동산명도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사건들에 비해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고, 경매사건 역시 몇 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민사집행법상 “부동산인도명령제도”를 통해 적법하게 점유할 권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점유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명도재판을 통하지 않고도 간편하고 신속하게 명도집행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도문제는 점유자의 권익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져야 할 쟁점이 많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을 점유하는 입장에서는 점유하는 부동산이 주거나 생업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법이 보호하는 한도 내에서는 조금이라도 점유기간이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또 점유하는 과정에서 점유자가 들인 유익비, 필요비, 부속물에 대한 투자 등 비록 금액적으로는 크지는 않을 수 있더라도 법이 보호하는 범위에서는 금전적인 보상을 당연히 희망한다. 이런 점유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되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명도문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사적으로 진행하는 “임의명도”는 당연히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이미 명도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후에 잘못된 명도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점유관계는 다시 회복하기가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고, 게다가 명도가 완료되면 점유자가 주장할 수 있는 유익비, 필요비 등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원상태가 완전히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전적인 보상도 거의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명도문제 재판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명도를 당하는 측이 사회적인 약자라는 점에서도 명도사건은 소흘히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나, 재판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점유자의 권리를 침탈하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시도는 법조 주변에 브로커들이, 특히 경매브로커들에 의해 많이 자행되고 있는데, 이들은 낙찰자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명도문제까지 위임받은 다음, 점유자가 사회적인 약자이고 법적으로 자기방어능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면 법적인 방법 대신에 임의로 짐을 끄집어내거나 자물쇠를 바꾸는 등의 명도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혹시나 나중에 문제가 되면 이사비 정도로 무마하겠다는 의도인데, 절대 용납해서는 안될 나쁜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이처럼 법적인 절차를 무시한 집행에 대해 방어권을 행사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필자의 생각에는, 점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증인이나 감정신청과 같은 입증방법은 법원이 충분히 수용하되, 대신 재판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명도를 요구하는 측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우려를 고려해서 다른 사건들에 비해 재판간격을 줄이는 방법으로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법원이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이상-
■ 서울서부지방법원 2007. 7. 3. 선고 2007노 433 판결【재물손괴】
* 이 사건의 개요
(1) 피고인은 1990. 6. 12.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계속 거주하면서 2003. 1. 18.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03. 2. 8. 확정일자를 갖추었다.
(2) 피해자는 2005. 2. 10. 설정된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아파트를 경락받았다.
(3) 피고인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임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에 계속 거주하였고, 피해자는 2005. 8. 12. 부동산 인도명령을 받았으나, 피고인이 강제집행 정지결정을받아 이 사건 아파트를 계속 점유하였다.
(4) 피고인이 위 인도명령에 대하여 항고, 재항고하여 2006. 3. 6. 위 재항고가 기각되었음에도 이 사건 아파트를 계속 점유하자, 피해자는 2006. 3. 10. 15:30경 집행관에게 위임하지 않은 채 임의로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 자물쇠를 교체하였고, 이에피고인이 2006. 3. 11. 11:00경 위 자물쇠를 손괴하였다.
(5) 한편 피해자는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 명도소송을 제기하였으나,2006. 11. 24. 피고인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패소하였고,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를 더 이상 점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항소가 기각되어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 이 법원의 판단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이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1990. 6. 12.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계속 거주하면서 2003. 1. 18.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03. 2. 8. 확정일자를 갖추었으므로, 그 후 설정된 근저당권에기한 임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아파트를 경락받은 피해자에 대하여 적법하게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으로 믿고 피해자와 법률적 쟁송을 계속하여 왔고, 그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적법한 강제집행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아파트의 자물쇠를 임의로 교체한 것은 피고인의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사실상의 계속적 점유라는 재산권을 침탈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피고인이 피해자가 임의로 바꿔서 설치한 자물쇠를 손괴한 행위는 점유의 침탈이라는 부당한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긴급하고 유일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 더욱이, 피해자 소유의 자물쇠 손괴는 침해된 피고인의 법익에 비추어 그 피해 정도가 무겁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자신의 점유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소유의 자물쇠를 손괴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인정된다.

■ 민사집행법 제136조 (부동산의 인도명령 등)
①법원은 매수인이 대금을 낸 뒤 6월 이내에 신청하면 채무자·소유자 또는 부동산 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인도하도록 명할 수 있다. 다만, 점유자가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에 의하여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법원은 매수인 또는 채권자가 신청하면 매각허가가 결정된 뒤 인도할 때까지 관리인에게 부동산을 관리하게 할 것을 명할 수 있다.
③제2항의 경우 부동산의 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면 법원은 매수인 또는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담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제공하게 하지 아니하고 제1항의 규정에 준하는 명령을 할 수 있다.
④법원이 채무자 및 소유자 외의 점유자에 대하여 제1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따른 인도명령을 하려면 그 점유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다만, 그 점유자가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에 의하여 점유하고 있지 아니함이 명백한 때 또는 이미 그 점유자를 심문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제1항 내지 제3항의 신청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⑥채무자·소유자 또는 점유자가 제1항과 제3항의 인도명령에 따르지 아니할 때에는 매수인 또는 채권자는 집행관에게 그 집행을 위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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