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례는, 임차인이 이사하고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은지 바로 며칠 후에 세금체납으로 압류등기가 이루어진 상황하에서 결국 경매에 부쳐진 이 주택을 낙찰받으려는 어느 의뢰인이 필자에게 자문을 의뢰한 내용이다.
이 의뢰인은, 일반 조세채권의 경우 경공매물건에 압류 여부를 불문하고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임대차계약에서의 확정일자 보다 앞서게 되면 배당순위에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보다 앞서게 되는데, 이 임차인이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해 둔 일자가 비록 세무서 압류등기일보다 며칠 빠른 날짜이기는 하지만 조세채권이 발생한 “법정기일”이라는 것은 통상적으로 등기부상 압류날짜 보다는 훨씬 이전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조세의 법정기일은 이 임차인의 전입신고, 확정일자보다 빠른 시점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낙찰자가 임대차보증금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다시말하면, 법정기일을 기준으로 배당하게 되는 조세채권이 있을 경우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지는지의 기준을 ① 조세채권의 압류기입등기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② 아니면 법정기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가 사건의 쟁점이었다.

사실 이 케이스는, 전입신고 이전에 설정된 선순위 저당이나 선순위 압류가 있을 때 그 임차인이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이론적으로 풀어보면 비교적 쉽게 답을 낼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뢰인은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더구나, 이 의뢰인은 경매재테크를 업으로 하다시피하면서 실전에서 쌓은 상당한 경매지식을 바탕으로 법적인 문제소지가 있는 물건만을 취급하는 소위 “경매 내공”이 깊은 사람이었다. “대항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법리에 대한 이해없이 임차인의 전입신고 이전에 선순위저당이나 (가)압류 같은 것이 있는지 여부로만 기계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문제의 해결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임차인의 대항력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익일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하고, 제2항에서는 “임차주택의 양수인(기타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문상으로만 보면 선순위 저당이나 압류에 불구하고 임차인이 전입신고(주민등록)만 하면 낙찰자에 대해서도 대항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있다. 하지만, 만약 이미 선순위 저당이나 압류가 된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한다면, 선순위저당권자가 기대했던 담보가치가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때문에 현저히 저감될 수 밖에 없고, (가)압류의 처분금지효력으로 압류 이후의 처분은 (가)압류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무효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당해 임대차목적물에 선순위저당이나 압류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비록 전입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낙찰자에 대해 대항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당연히 해석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선순위 저당이나 압류 이후의 전입신고된 임차인에게는 대항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조세채권의 경우 비록 관련 조세법령에 따라 배당이 “법정기일”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대항력의 기준은 법정기일이 될 수 없고 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이라는 기본원칙에 입각해서 압류등재 시점이 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법정기일”을 기준으로 대항력 유무를 따지게 되면, 등기부상에 전혀 나타나지 않은 조세채권 때문에 임차인의 지위가 현저히 불안해 지는 폐단이 불가피하게 된다. 결국 이런 필자의 자문을 받고 이 의뢰인은 입찰참여를 포기했다.

이 경우에서처럼 경공매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게되고 아주 기본적인 이론으로 보이는 대항력, 우선변제권의 법리마저도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민사적인 기본법리와 임차인 보호라는 특별법의 법리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면서 법적인 해석이 쉽지 않은데다가, 단촐한 임대차보호법 조문 때문에 많은 구체적인 경우를 법리해석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경매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인데, 큰 돈을 투자하는 입장에서 너무 안일하고 위험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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