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임대차보증금반환과 임대인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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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 임대차문제와 관련해서 흔하게 생기는 문제를 사례로 만들어 설명해보기로 한다.
아파트 소유자 甲으로부터 아파트를 임차한 乙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도 보증금 5천만원을 반환받지 못하자 甲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지라 집을 비워주지는 못하고 계속 점유사용하는 상태에서 소가 제기되었는데, 乙은 이 소장에서 보증금 5천만원과 판결선고일로부터 연25%의 지연이자를 함께 청구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법리적인 원칙에는 맞지 않다.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 즉 명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어서, 비록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집을 그대로 점유사용하는 상태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될 수는 없고, 명도와 동시에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 더구나, 동시이행의무라고 할 수 있는 주택의 명도를 임차인이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임대인은 법적인 채무불이행상태가 아니고, 따라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정상적으로는 ‘갑은 을로부터 &&&을 명도받음과 동시에 5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해야 하고, 이런 판결이 선고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당시 임대인 甲은, 사업부도로 인해 법리적으로는 맞지 않은 이와 같은 내용의 청구가 담긴 소장을 받고서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해, 결국 명도와 동시이행이 아니라 무조건인 보증금지급과 함께 판결선고시부터 연 25%의 막대한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게 되었다. 즉, ‘5천만원 및 이에 대한 판결선고일로부터 완제일까지 연25%의 비율의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는 을의 주장이 모두 반영된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임대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이런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당사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판단에 반영할 수 없는 민사소송법상의 원칙 때문이다. 명도를 해야만 보증금을 줄 수 있다거나 법적인 채무불이행이 아니기 때문에 지연이자는 지급할 수 없다는 식의 피고의 항변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임차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법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일부 법원은 일방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거나 못하더라도 판결이 실체진실이나 정의관념에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임차인에게 아직 주택을 점유하고 있는지 등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 임차인에게 법적으로 무리할 수 있는 주장은 정리하게끔 하지만, 굳이 이런 정리를 법원이 하지 않더라도 무방하다. 그 결과 위와 같은 사안에서,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판결을 선고받을 당시에도 임대차목적물인 주택을 그대로 점유하고 있었고 판결 선고 이후에도 점유사용을 계속 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임대차보증금지급과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그 판결은 유효하다. 그렇다고 해서 임대인이 법적으로 구제받기도 쉽지가 않다. 결과적으로 부당한 결과의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판결을 무효라고 하거나 재심으로 구제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재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 있다. 부당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투면 되지 않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응하지 않아서 확정된 판결이 자칫 다시 풀 수 없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사안을 바탕으로 실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간단한듯 하면서도 법리구성이 쉽지 않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임대차주택을 계속 점유사용하는 상태에서도 동시이행이 아닌 무조건적인 보증금지급과 지연이자까지 가산해서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임차인이, 이런 판결을 받고도 임대차주택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는 등의 조치없이 무려 7년 동안이나 그대로 이 주택을 점유사용하던 중에, 다른 채권자의 경매신청으로 丙이라는 사람에게 낙찰이 되자, ‘종전 임대인을 상대로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고 판결받았기 때문에 7년 동안의 지연이자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명도를 해 줄 수 없다’는 주장을 낙찰자에게 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판결 이후 7년 이상이나 경과한 시점이라 지연이자만 하더라도 보증금의 2배 가까이 불어난 상태였다. 종전 임대인이 받은 이런 판결원리금을 낙찰자가 그대로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자문이었다.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필자는 여러 주변 법조인들과 의논과 연구 결과 이 낙찰자가 종전 임대인이 받은 지연이자까지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자문했다. 민사소송법상으로도 종전 임대인이 받은 임대차보증금 판결의 효력을 낙찰자가 승계할 의무는 없다고 보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택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 역시 보증금 그 자체에 대한 부담을 승계하는 것일 뿐 종전 임대인이 받은 보증금반환판결내용까지 그대로 인정할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
■ 참고법령
민사소송법 제218조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①확정판결은 당사자,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뒤의 승계인) 또는 그를 위하여 청구의 목적물을 소지한 사람에 대하여 효력이 미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대항력등)③임차주택의 양수인(기타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아파트 소유자 甲으로부터 아파트를 임차한 乙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도 보증금 5천만원을 반환받지 못하자 甲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지라 집을 비워주지는 못하고 계속 점유사용하는 상태에서 소가 제기되었는데, 乙은 이 소장에서 보증금 5천만원과 판결선고일로부터 연25%의 지연이자를 함께 청구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법리적인 원칙에는 맞지 않다.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 즉 명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어서, 비록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집을 그대로 점유사용하는 상태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될 수는 없고, 명도와 동시에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 더구나, 동시이행의무라고 할 수 있는 주택의 명도를 임차인이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임대인은 법적인 채무불이행상태가 아니고, 따라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정상적으로는 ‘갑은 을로부터 &&&을 명도받음과 동시에 5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해야 하고, 이런 판결이 선고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당시 임대인 甲은, 사업부도로 인해 법리적으로는 맞지 않은 이와 같은 내용의 청구가 담긴 소장을 받고서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해, 결국 명도와 동시이행이 아니라 무조건인 보증금지급과 함께 판결선고시부터 연 25%의 막대한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게 되었다. 즉, ‘5천만원 및 이에 대한 판결선고일로부터 완제일까지 연25%의 비율의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는 을의 주장이 모두 반영된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임대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이런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당사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판단에 반영할 수 없는 민사소송법상의 원칙 때문이다. 명도를 해야만 보증금을 줄 수 있다거나 법적인 채무불이행이 아니기 때문에 지연이자는 지급할 수 없다는 식의 피고의 항변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임차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법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일부 법원은 일방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거나 못하더라도 판결이 실체진실이나 정의관념에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임차인에게 아직 주택을 점유하고 있는지 등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 임차인에게 법적으로 무리할 수 있는 주장은 정리하게끔 하지만, 굳이 이런 정리를 법원이 하지 않더라도 무방하다. 그 결과 위와 같은 사안에서,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판결을 선고받을 당시에도 임대차목적물인 주택을 그대로 점유하고 있었고 판결 선고 이후에도 점유사용을 계속 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임대차보증금지급과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그 판결은 유효하다. 그렇다고 해서 임대인이 법적으로 구제받기도 쉽지가 않다. 결과적으로 부당한 결과의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판결을 무효라고 하거나 재심으로 구제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재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 있다. 부당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투면 되지 않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응하지 않아서 확정된 판결이 자칫 다시 풀 수 없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사안을 바탕으로 실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간단한듯 하면서도 법리구성이 쉽지 않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임대차주택을 계속 점유사용하는 상태에서도 동시이행이 아닌 무조건적인 보증금지급과 지연이자까지 가산해서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임차인이, 이런 판결을 받고도 임대차주택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는 등의 조치없이 무려 7년 동안이나 그대로 이 주택을 점유사용하던 중에, 다른 채권자의 경매신청으로 丙이라는 사람에게 낙찰이 되자, ‘종전 임대인을 상대로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고 판결받았기 때문에 7년 동안의 지연이자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명도를 해 줄 수 없다’는 주장을 낙찰자에게 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판결 이후 7년 이상이나 경과한 시점이라 지연이자만 하더라도 보증금의 2배 가까이 불어난 상태였다. 종전 임대인이 받은 이런 판결원리금을 낙찰자가 그대로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자문이었다.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필자는 여러 주변 법조인들과 의논과 연구 결과 이 낙찰자가 종전 임대인이 받은 지연이자까지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자문했다. 민사소송법상으로도 종전 임대인이 받은 임대차보증금 판결의 효력을 낙찰자가 승계할 의무는 없다고 보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택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 역시 보증금 그 자체에 대한 부담을 승계하는 것일 뿐 종전 임대인이 받은 보증금반환판결내용까지 그대로 인정할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
■ 참고법령
민사소송법 제218조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①확정판결은 당사자,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뒤의 승계인) 또는 그를 위하여 청구의 목적물을 소지한 사람에 대하여 효력이 미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대항력등)③임차주택의 양수인(기타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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