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물건 - 부동산 가치보다 저당 금액 현저하게 적으면 손대지 말아야
이번에는 중요한 '경매의 함정' 하나를 알아보자. 경매시장에서 아무리 돈 되는 부동산을 낙찰받았더라도 예상치 못 하는 함정을 만난다면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경매의 ‘취하’와 ‘취소’다. 경매시장에서 좋은 부동산을 싸게 낙찰받았는데 갑자기 잔금을 내기 전에 경매 자체를 취소 또는 취하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02년 11월 민사집행법 시행 이전의 경매시장은 내가 봐도 불합리한 시장이었다. ‘지나가는 개가 항고를 해도 다 받아준다’는 식으로 항고가 남발해 어렵게 낙찰받아도 언제 경매가 취하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또 매각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돼 언제 어떤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사라지게 될지 예상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경매시장은 많이 달라졌다. 모든 항고인들은 공탁금을 걸고서 항고해야만 했고, 매각조건 확정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돼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취하와 취소’는 골칫거리다. 물론 채무자가 채권자의 돈을 갚아버리거나 해서 경매의 원인이 없어진다면 언제든 경매는 없었던 것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경매투자자는 ‘취하’와 ‘취소’ 여지가 있는가부터 꼭 확인하고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입찰 전에 권리분석과 물건분석을 정말 열심히 해서 어렵게 낙찰받았다 하더라도 잔금을 내기 전에 경매 자체가 취하 또는 취소된다면 경매투자자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낙찰자 위주로 경매시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취하 가능성이 높은 경매물건을 고른다면 시간 낭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 않은가. 경매 상담을 하다 보면 경매 취하나 취소 때문에 경매 투자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한숨을 쉬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걸 볼 수 있다. 실제로 경매 과정 중 취하 또는 취소되는 물량이 전체 매물의 10~20% 정도 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런 물건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취하될 낌새가 있는 경매물건을 확인하는 노하우를 소개할까 한다. 투자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한숨 최근 아는 사람이 사건번호를 알려주면서 급하게 권리분석을 요구해 왔다. 급하게 법원의 경매서류를 훑어보니 이 물건은 십중팔구 입찰 리스트에 올라와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재 D아파트 25평형이었는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부동산의 가치보다 경매신청권자의 청구금액이 너무 적었다. K씨가 채권자, Y씨가 이 집의 소유자 겸 채무자였다. 감정가 2억4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채권자가 강제경매에 부친 것인데, 가압류 금액이 1500만원에 불과했다. 다른 저당권이나 압류 같은 것도 없이 달랑 가압류 하나만 붙어 있는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차분하게 그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물건은 취하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이 물건을 포기하고 다른 매물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그는 펄쩍 뛰었다. “이 물건은 내가 사는 곳과 가깝고 딸에게 상속할 수 있는 좋은 물건”이라며 “꼭 입찰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이렇게 숨어 있는 ‘취하 함정’에 대해서는 그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였다. 아니다 다를까. 그는 혼자 입찰 경매법정을 찾아갔던 모양이다. 결국 그는 혼자 그 경매법정에 갔다가 허탕(?)만 하고 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물건은 입찰 당일 입찰게시판에 ‘취하’란 표시의 붉은 색 도장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가치보다 저당금액이 적다고 해서 경매절차에서 100% 취하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채무자(경매에 부쳐진 부동산의 소유자) 입장을 생각해보자. 내 집이 경매에 부쳐졌는 데 내 집에 부쳐진 빚이 현재 부동산가치보다 현저하게 적다면 누가 경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집이 낙찰되기를 바라겠는가. 이런 물건은 필시 채권자와 채무자와 감정싸움 때문에 경매에 부쳐진 것이리라. 즉 채권자는 돈을 갚지 않으니 “당신 집, 경매에 부친다!”라고 했을 것이고, 채무자는 “법대로 하라!”고 대응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채권자는 강제집행을 부쳐 경매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굳이 이런 물건에 손댈 필요는 없다. <계속> 메트로컨설팅(www.metro21c.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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