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손해이냐, 아니면 특별손해이냐 하는 것은, 거래당사자의 직업, 거래의 형태, 목적물의 종류 등의 제반사정을 종합해서 당사자들이 그러한 손해의 발생을 어느 만큼 용이하게 예견할 수 있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당사자들이 일반적, 객관적으로 당연히 그 채무불이행으로부터 발생하리라고 예상하였어야 할 손해이면 통상손해이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특별손해가 된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런 구분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판단이 명확하지 않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무렵에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세입자가 다른 집을 구했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 때 내주지 못해 결국 새로 구한 집의 계약이 파기되면서 세입자가 계약금을 몰수당하는 손해를 입은 후에 이를 기존의 임대인에게 청구한다면, 이 손해는 통상손해일까 아니면 특별손해일까?
이 점에 관해 최근에 서울서부지방법원 2007. 12. 20. 선고 2007나6127호 손해배상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판결은 이런 손해를 통상손해로 판단했다(물론, 이 판결은 이런 손해를 통상손해라고 판단하면서도, 가사 통상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라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만료 전에 세입자가 이사갈 것을 임대인에게 미리 통보했고, 새로운 계약체결 사실과 계약위반시 위약금손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까지 사전에 임대인에게 고지했기 때문에 손해발생사실을 임대인이 알았다고 보충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의 우리 사회통념으로는 이런 손해를 통상손해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이 판결에 대해 다른 여러 법조인들과 상의한 결과도 대체로 필자의 생각과 비슷했다).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당연시되고 이를 전제로 세입자가 다른 집을 구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면 이런 손해를 통상손해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 거래관행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임대차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임대인이나 세입자 모두 아무 말 없이 임대차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많고, 기간이 종료했다고 해서 아무런 말도 없이 다른 집을 구해버리는 것이 거래관념상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 법원의 판단에는, 지금처럼 기간이 끝났는데도 임대인이 자진해서 보증금을 돌려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세입자가 알아서 보증금을 빼나가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관행이고 또 이런 관행을 조속히 고쳐야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필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통상손해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아직 우리의 거래관념으로는 이를 특별손해로 해석하되, 임차인에게 이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임대인이 알거나 알 수 있었다는 식으로 폭넓게 인정해서 부당한 관행을 바꿔나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한다.
어쨌든, 합당한 배상을 받고 거래를 원만하게 잘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문제는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별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손해를 알거나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입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준비는 비단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 뿐 아니라, 손해배상에 부담을 느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계약을 틀림없이 이행해야하겠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해서 법적인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이상-
<참고조문>
민법 제393조 (손해배상의 범위)
①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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