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철거민에 대한 특별분양권 폐지발표로 요즘들어 특별분양권을 투자한 사람들의 상담의뢰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담결과 놀라운 점은, 이들 투자자들이 거의 대부분은 철거예정가옥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별분양권이 기대되는 가옥이라는 상당부분은 “기획부동산”이라고 불리는 전문업자들에 의해 거래된다. 이들이 미리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서 매집한 다음에 투자자들에게 미등기로 되파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특별분양권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고 철거보상금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서, ‘철거보상금을 매도하는 측이 가진다’는 계약을 근거로 자신들이 향후 받아갈 철거보상금명목으로 그 가옥에 세입자로부터 받을 임대차보증금을 자신들이 챙길 수 있는 위임을 투자자들로부터 받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식의 수법은 업자들의 입장에서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다.

▶ 먼저, 약정한 철거보상금을 효과적으로 먼저 취할 수 있다. 철거보상금은 법적으로는 소유자에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약속에 따라 업자들이 철거보상금을 취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이런 협조과정에서 분쟁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아예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철거보상금 대신 미리 받아버리면 업자들로서는 매우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임대차보증금과 철거보상금의 차액정산차원에서 철거가옥매매계약서상에 ‘ 매수인이 철거보상금을 받아 매도자에게 지급하면, 매도자는 임대차보증금을 해결한다(책임진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해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 업자들은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나 법적인 문제는 생략된 채, ‘특별분양권이 틀림없이 나올 수 있고, 그 때는 철거보상금만 돌려주면 되고, 임대차보증금은 자신들이 책임질테니 신경쓰지 마라’는 취지로 투자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또한, 이런 방법은 명목상의 투자금액을 적게 보이게 함으로써 투자 권유에 훨씬 유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증금은 향후 투자자가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보증금을 포함한 금액이 총 투자금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별도로 취급하고 또 마치 자신들이 모두 책임진다는 식으로 설명하면서 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을 투자금액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면서, 투자금액이 실제보다 저렴하다는 오해를 가지게 할 수 있게 된다.

▶ 또한 세무적인 면에서도 임대차보증금을 별도 취급하고 보증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 매매대금으로 계약서에 기재하게 되면, 양도소득세를 산정하는 양도차액을 줄이는데도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분양권이 나올지는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업자들의 호언장담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특별분양권이 틀림없이 나올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투자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특별분양권이 부여되는 철거가옥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근거가 되는 도시계획사업이 제대로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도시계획사업의 실제 집행은 예산 등의 면에서 변수가 많아 집행여부가 근본적으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예상과 달리 특별분양권이 나오지 않게되면 전혀 부담을 예상치 않았던 임대차보증금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특별분양권이 부여되는지 여부에 불구하고 임차인에 대해서는 일단 투자자가 임대차보증금을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경위가 어떠하건간에 임대차계약을 업자에게 위임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한 후에 그 돈을 업자에게 돌려달라는 청구는 가능할 수 있을까? 업자들이 소유자인 투자자 대신 보증금을 취한 근본적인 이유는 철거보상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에서, 특별분양권이 나오지 않아 결국 철거보상금을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게 된 상황에서는 이들이 가져간 보증금은 다시 반환되어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 업자들이 이런 책임을 실제로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처음부터 탈세와 민사책임회피를 의식해서, 매도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회사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다가, 애초부터 책임질 의도가 없기 때문에 이들 회사는 사업이 정리되면서 거의 껍데기 뿐인 조직으로 변해간다. 더구나, 특별분양권이 나올지 여부가 확정되기까지는 비교적 장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사업을 정리하는 시간을 벌기에도 안성맞춤일 수 있다.

특별분양권을 기대하고 몇 년 전에 철거가옥에 투자했다가 서울시의 분양권폐지조치로 결국 속았다는 것을 알게되어 며칠 전 필자의 법률사무소에 상담왔던 어느 학교선생님 한 분은, ‘1년만 기다리면 특별분양권을 받게된다고해서 투자를 했는데, 2년, 3년이 지나도록 분양권이 나오지 않아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해마다 연말에는 반드시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에 결정을 미루다가 학교 방학이 끝나면 일상에 치여서 법률상담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몇 년이 흘렀다’ 고 했다. 선량하고 무지한 투자자들의 서글픈 현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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