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후 중년 가장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내 집 늘리기다. 전셋집부터 시작해 어렵사리 작은 집을 마련했더라도 자녀들이 커가면서 좁은 주거공간은 항상 불편하기 마련이다. 넉넉한 평수의 아파트에 살기를 꿈꾸지만 너무 많이 오른 주택 값 때문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내 집 늘리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만은 아니다. 바로 저가 매입의 기회가 많은 법원 경매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법원 경매는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가장 큰 메리트는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평수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싼값에 낙찰 받아 집 늘리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초동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조○○씨(50)는 3명의 자녀들이 부쩍 성장하면서 반포동의 85㎡ 짜리 아파트가 늘 비좁기만 했다. 사업은 큰 탈 없이 꾸려나가니 기회만 되면 집 평수 늘리기에 나서고 싶었지만 집값은 내려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고민에 빠져있던 조씨는 우연한 기회에 사무실과 가까운 곳인 지하철 2호선 라인에 위치한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진 걸 알게 됐다.

이미 이 아파트에 친지가 살고 있어 내부 구조나 시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시내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라도 소음과 먼지가 별로 없고 내부에 각종 상가들이 들어서 있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지난 해 서울중앙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서초구 서초동 서초D타워 145㎡ 아파트였다. 지난 96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사무실과 불과 10여분 떨어진 도심 내 아파트인데다 아이들 학교와도 멀지않고 입지나 교통이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다만 평수가 커서 가격의 무리가 있었지만 싸게 낙찰 받는다면 약간의 대출을 얻어 서서히 갚아나갈 생각이었다.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10억5000만원이었지만 2회 유찰돼 최저가가 6억720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입찰 당일 3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72%인 6억9550만원에 조씨가 낙찰 받았다. 지하 3층~지상 19층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6층까지는 상가와 사무실로 이용되고 7층~19층까지는 64세대가 거주하는 역세권 대형 아파트였다.

시세 대비해 제세금과 경비(이사비 300만원, 체납관리비 80만원) 등을 제하고도 무려 2억5000만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기존 아파트보다 훨씬 넓은 아파트에 옮기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기존에 살던 아파트는 오른 값으로 팔았기 때문에 굳이 은행돈을 빌려 쓰지 않았어도 큰 돈 없이 경매를 통해 내 집을 장만하는 실속 부동산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아파트 경매물건은 수요가 많은데다 환금성이 좋아 입찰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인기가 높은 대신 수익률은 크게 떨어진다. 특히 역세권 일대 중소형 아파트 경매물건은 감정가를 웃도는 경우도 많다. 초보 투자자가 과열분위기에 휩쓸려 턱없이 높은 가격을 써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심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와 소규모 아파트 단지, 노후 아파트는 경매의 틈새물건이다. 특히 역세권에 있는 한 동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는 수요자들이 잘 찾지 않는 소외매물이다. 통상 1회 이상 유찰되고 낙찰가율이 80%대를 간신히 넘기기 일쑤다. 이런 아파트는 비록 인기가 없고 가격 상승폭도 작지만 실거주 용도, 특히 내 집 늘리기 용이라면 시세보다 20% 이상 싸게 잡을 수 있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것도 유리한 점이다. 이들 아파트는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파악이 힘들어 감정가 자체가 보수적으로 잡힌다. 동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탓에 시세가 들쭉날쭉하다. 때문에 아파트를 감정하는 감정사들도 그런 점을 감안해 시세보다 5~10% 정도 낮게 잡는다고 보면 틀림없다.

실수요자라면 주로 고급빌라 밀집지역이나 강남 일대 인기지역 물건을 노려볼 만하다. 일산 · 분당 · 용인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원형 빌라도 경매시장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한 달에 20~30건 정도 꾸준히 경매에 부쳐지고 있으므로 물건정보를 세심하게 찾아보면 큰 평수의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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