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명도소송을 하다보면, 건물명도를 요구당하는 쪽에서 소송에 대응하는 것과 별개로 건물에 현수막 등을 통해 건물명도소송이나 집행을 비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명도를 당하게 되는 다급한 사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참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법적인 대응과 별도로 명도집행을 곤란하기 위한 의도로 상대방을 공연히 비방하는 이런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취지를 분명히 한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869호, 하급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07. 11. 8. 선고 2007노 1037호).

■ 사안의 개요
피고인 甲은 乙로부터 서울 ○○아파트 00호를 양도받아 입주하였으나 위 아파트를 건축주 丙으로부터 매수한 피해자 丁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제기한 건물명도소송에서 2005. 12.경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피고인 甲의 점유 권원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丁에게 건물을 명도하라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받았음에도 이에 불복하고 피고인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다음 위 아파트 입주자 여러 명과 공모하여,
1. 건축물의 부설 주차장은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2006. 1. 중순경부터 같은 해 9. 22.경까지 피해자 소유의 위 아파트 1층에 설치된 약 300평 규모의 옥내 부설주차장에 조립식 패널을 이용하여 약 18.72평방미터 상당의 사무실을 만들어 비상대책위원회 집회장소로 사용하여 부설주차장을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하고(주차장법 위반),
2. 사실은 위 피해자가 아파트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2006. 2. 중순경부터 같은 해 5.경까지 아파트 입주민을 포함한 불특정다수인들이 통행하는 위 아파트 외부 및 주차장 벽 등에 빨간색과 검정색의 매직 및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하여 “이 건물은 사기꾼 이○○와 재판중이니 더 이상 피해당하는 서민이 생기지 않도록…사기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더러운 이○○ 개들아 너도 죽고 나도 죽자. 악덕사채업자야 각성하라”는 등 내용의 글을 적어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고(형법상 모욕죄),
3. 공동하여,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 사항과 같이 위 피해자 소유의 건물 벽에 낙서를 함으로써 도색공사가 필요하도록(피해자 신고 도색공사비 약 1,300만원) 위 건물을 손괴하였다<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
■ 쟁점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로 무죄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2003. 6. 25. 선고 2003도 493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乙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00호를 양도받아 입주하였으나, 丁이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피고인을 포함한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들을 상대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丁에게 건물을 명도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항소하여 위 소송은 현재 항소심에 계속 중인 사실, 피고인은 위 소송 제 1심 판결에 따른 가집행을 당하게 되자 입주민들과 함께 이에 대항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그 사무실로 사용하고자 이 사건 아파트 주차장에 조립식패널을 이용하여 사무실을 만든 사실, 피고인은 丁으로부터 건물명도를 당하자 억울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아파트 외부 벽 등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낙서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민사소송의 항소심등의 소송절차를 통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주차장 내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벽에 낙서를 한 것이어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있어서 긴급성 내지 보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고 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실력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내에서 분쟁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법령>
▶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제307조 (명예훼손 )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 제311조 (모욕 )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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