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팔고 살 때는 그 시기가 적정한지를 미리 따져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환경 속에서 타이밍을 잘 잡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전지식과 동향을 읽어낼 수 있다면 큰 실수 없이 부동산거래를 할 수 있다.

대개 경기가 좋아 부동산 수요가 늘어날 때는 내놓은 부동산이 쉽게 팔린다.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매물이 그만큼 쉽게 소화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팔려는 부동산은 많은 반면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은 적어지므로 처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매도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을 비교 ․ 분석하고 수요는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언제 팔아야 최대의 투자이익을 얻을 지는 매도자의 개인사정이나 자금 필요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경제상황과 정책변화는 수시로 변하고 투자자들도 이에 따라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잠실동에 사는 주부 O(53)씨는 지난해 강동구 O동에 있는 J아파트 128㎡를 시세보다 싼 수준인 6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지난 78년에 지어져 건축연도는 오래 된 상태지만 규모가 큰 대 단지에다 로열층이 맘에 들어 일단 투자용으로 매입했다. 사둔 지 3개월이 지난 후 매매값이 6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3개월만에 5000만원이나 뛴 셈이다.

당시 주변사람들과 중개업자들은 아파트값이 상투라며 파는 것을 재촉했다. 단기간에 너무 급등한 아파트라고 판단한 J씨 또한 급한 마음에 시세보다 싼 6억5000만원에 처분했다. 그러나 처분한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올라 현재 7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보다 한발 앞서려다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논현동에 사는 자영업자 Y(58)씨는 J씨와 같은 단지에 있는 49㎡ 아파트를 지난 해 하반기 3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시세차익보다는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매입했는데 매입 후 몇 개월만에 무려 5000만원이나 뛰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젠 팔고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Y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기시세차익보다는 장기적인 발전성을 보고 투자한 이상 더 갖고 있는 게 낫겠다 판단한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4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렇듯 발 빠른 판단이 투자자에게는 손실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한 게 부동산 시장이다. J씨의 경우 몇 군데 중개업소를 탐문해 현재 수요는 얼마나 되고 매물 공급은 어떤지 지역의 부동산 동향과 흐름 정도만 파악했어도 쉽게 처분하지 않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J씨의 경우 매도 타이밍을 너무 빨리 잡은 데다 수요분석을 철저히 못해 이런 우를 범한 것이다.

증권시장도 부동산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개 주식시장이 부동산시장보다 선행한다는 이론이 거시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대세이다. 주가가 먼저 뛰고 그 다음에 부동산이 따라간다는 의미인데, 이런 말을 귀담아 듣고 있다가 매각시점에 활용하면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데 유용하다.

부동산 수급동향도 중요한 변수다. 예를 들면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제가 폐지된 이후 1~2년이 지난 다음 전세난이 부각되면서 소형주택 매물 품귀현상을 빚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다시 부활되면서 중․대형 아파트 매수세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도 투자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가 부동산 규제나 취득을 완화하면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인다. 선거철 부동자금이 과다 유입된 경우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경우에도 부동산값이 상승하는 시기다. 이러한 호재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정상가격 이상의 고가에 매각할 수 있다.

문화적 특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는 계절적으로 봄과 가을에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자녀들의 등교나 이사가 이 계절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이며, 자금이동도 풍부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여름과 겨울은 비수기여서 부동산 거래가 뜸할 뿐 아니라 물건공급이 많아 시세 이하로 거래되는 게 통례다.

언제 팔고 사야할 지는 이렇듯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게 아니고 종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잘 읽고 대처해야 한다. 매도자의 개인사정에 맞춰 처분계획을 시기별로 정리하고 각 단계별로 행동수칙을 만들어 대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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