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금융위기속 부동산시장을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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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000선이 무너져 40개월만에 세자리수로 회귀했다. 부동산시장은 또 어떤가?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 아파트값이 버블세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1주만에 1억이 빠지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요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딱 들어맞는다고 할 정도이다. 불과 1년도 채 안됐다. 작년 대선전까지만 하더라도 강남권 일부지역 중대형 아파트만 약세를 보였을 뿐 소형아파트나 강북지역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방을 제외하고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하락지역보다는 상승지역이 더 많았고 당시만 해도 부동산시장이 이렇게까지 얼어붙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오히려 대선에서 MB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부동산시장이나 건설시장에 훈풍이 불어올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또 그런 기대를 갖고 건설업계, 부동산업계, 강남, 강북을 불문하고 전폭적으로 MB를 지지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열망하던 MB가 대통령이 됐는데 경제나 부동산시장은 회생할 기미도 없이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집값 하락, 내적 원인이 더 커 집값 하락은 거래위축에서 비롯됐다. MB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물론 더 근원적으로는 참여정부 말미의 대출규제가 강남권 중대형 고가아파트 가격하락을 이끌었고 그 하락세가 강남권에서 버블세븐, 강북권, 수도권 전체로까지 확대됐다. MB정부의 규제완화가 있었지만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 속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고, 때늦은 감도 없지 않아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점, 무차별적인 공급확대 위주의 정책으로 주택보유자에게는 끝없는 불안을, 무주택자에게는 기다리면 된다는 식의 다소 무책임한 기대를 갖게 한 점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규제완화 과정에서 MB정부가 규제완화에 대한 시그널을 계속 내보내면서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도록 했고, 거래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미분양아파트 증가, 대출금리 상승에다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더해져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었다. 내적 요인에서 비롯된 거래위축이 이제는 외적요인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는 형국이 돼버렸다. 제2의 외환위기, 미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아직은! 집값 하락은 자산가치나 담보가치를 떨어뜨린다. 담보가치 하락은 금융기관의 채권회수율을 저하시킴으로써 부실채권을 양산하게 된다. 물론 2006년 말(실행은 2007년 초)부터 대출규제를 통해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가 예년보다 견고해졌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당장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값 하락이나 금융위기가 향후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를 했다고 해도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한 투자자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경기침체의 정도, 대출금리 상승, 집값 하락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이 그리 여의치만은 않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80% 수준에 불과했던 예금은행의 예대율이 올해 8월말 기준 140%가 넘었다. 예금은행에 예치된 금액이 1000억원이라 한다면 대출한 금액은 1400억원으로 예치금액을 초과하여 대출한 400억원을 해외차입금으로 조달했다는 얘기가 된다. 세계경제가 아무 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해외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상환이나 연장 등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차입금을 조달한 각국에서의 상환압력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은행의 해외차입금에 대한 지급을 보증하기로 한 것은 상환압력→상환지연 or 연장→대외신뢰도 하락이라는 일련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동산 담보대출의 주채권자인 금융기관은 담보채권회수에 대한 강도를 높일 것이고, 채무자는 부동산매각을 통해 부담을 해소하려 하겠지만 거래 및 투자심리 위축으로 부동산이 쉽게 팔릴 리가 만무하다. 매물은 쌓이되 거래가 안되는 상황. 부동산가격의 추가 하락, 경매물건의 증가가 예고되는 이유이다. 아직 주택 경매물건이 외환위기 이후 최다물량이 쏟아져 나왔던 2005년의 4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한동안 감소세를 유지했던 경매물건이 경기불황, 거래위축, 금리부담 등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16만 가구를 넘어선 미분양 아파트가 정부의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경매대열에 합류하는 경우 주택경매시장은 다시 한번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자산가치 하락, 부실채권의 급증 등으로 인한 제2 외환위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를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투자심리 회복돼야 거래도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신뢰회복도 급선무 거래(시장)활성화는 투자심리 회복에서 비롯된다. 결론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도록 한 원인들이 해소돼야 거래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투자심리 위축은 국내 경기침체, 고금리, 미분양 증가, 부동산규제, 금융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원인 해소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경기회복, 금융위기 및 미분양 해소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사항이지만 금리인하나 부동산규제 완화는 다른 요인보다는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완급 조절을 통해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금리의 경우 세계각국이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만 이에 역행하듯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불과 1~2년 전 5%내외에 불과했던 1금융권 대출금리가 현재 2배에 달한다. 두자릿수 금리는 외환위기 때나 있었던 금리 수준으로 실수요자나 투자자의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금리인상을 억제하거나 인하를 단행하고 안정적인 저금리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이나 분양아파트 청약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환영할만하다. 규제완화도 전처럼 찔끔 찔끔 맛보기성으로 정책을 펼 것이 아니다. 그간 거래활성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개의 과제 중에 투기조장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도 거래활성화에 초점을 두어 왔다면 이에 대한 당위성을 재차 삼차 피력하고 풀 것은 확실하게 풀어 투자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정도의 신뢰할 만한 정책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정되어 있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도 지역을 선별할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해제를 단행해야 한다. 이전의 전매제한이 전면적으로 완화된 것이 아니라 단지 몇 년 완화된 것처럼 이 지역은 되고, 다른 지역은 안되는 식의 어정쩡한 정책은 또다시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정책효과도 반감되기 마련이다.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온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그렇다. 자꾸 내용만 흘릴 것이 아니라 거래활성화라는 대의적 견지에서 전면 완화하든지 아니면 집값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투기를 방지한다는 견지에서 아예 규제완화를 논하는 것 자체를 금하든지 한 가지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한다면 무분별한 공급확대정책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실현성이 부족하거나 국민이 현혹되기 쉬운 정책들을 무분별하게 양산한다면 주택보유자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무주택자에게 무책임한 기대를 증폭시킴으로써 거래를 더욱 위축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요에 맞는 규모, 수요가 있는 지역에의 선별적이고도 실현가능한 정책을 세우는 등 어느 특정계층에 치우치지 않는 보편타당한 정책을 폄으로써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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