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소유자를 사칭한 사기사건과 관련한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거래에 관여한 중개업자의 주의소홀을 이유로 중개업자에 대해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이런 유형의 사건이 워낙 많아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발생한 사건을 통해 구체적인 범죄수법과 적절한 대응방법에 대해 함께 경각심을 가지는 차원에서 판결내용을 자세히 소개한다.
다음은, 수원지방법원 2008. 9. 26. 선고 2008가합 6253호 판결내용이다.
▶ 사안의 개요
(1) 피고 한##은 2008. 1. 17. 김&&을 사칭한 성명불상자(이하 ‘사칭자’라고 한다)로부터 김&& 소유의 용인시 수지구 **동 13의4 대지 238㎡(이하 ‘이 사건 대지’라 한다)에 관하여 당시 시세보다 다소 싼 평당 960만 원의 가격으로 설날 전까지 팔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여러 차례 거래를 시도하였다.
(2) 원고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나대지를 구하던 중 2008. 1. 하순경 피고 조@@로부터 이 사건 대지가 급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설날을 전후하여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3) 원고는 2008. 2. 11. 오전에 사칭자의 동의를 받아 가계약금조로 10,000,000원을 피고 조@@를 통하여 송금한 후, 피고 한##, 조@@의 중개로 2008. 2. 11. 피고 한##의 사무실에서 사칭자와 사이에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매매대금을 695,000,000원으로 정하여, 계약금 50,000,000원은 계약 당일에, 중도금 60,00,000원은 2008. 2. 18.까지, 나머지 잔금은 2008. 3. 30.까지 사칭자가 김&& 명의로 개설한 새마을금고 통장(0812-10-00###3-1)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하였다.
(4) 피고 한##, 조@@는 계약 당일 사칭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과 등기부 등본상을 대조하여 확인한 후 그가 소유자인 것으로 믿고 이 사건 계약을 중개하였는데, 원고는 계약 당일 사칭자에게 나머지 계약금 40,000,000원을 지급하였고, 2008. 2. 18. 중도금 60,000,000원을 위 통장으로 지급하였다.
(5) 사칭자는 2008. 3. 5.경 피고 한##과 조@@를 통하여 원고에게 일부 잔금을 미리 지급하여 주면 잔금 날짜를 늦추고 매매대금을 감액하여 주겠다는 제의를 하였는데, 원고는 이를 승낙하고 2008. 3. 13. 40,000,000원을 위 통장으로 지급하면서 피고 한##과 조@@를 통하여 잔금일이 2008. 4. 15.로 변경되고, 매매대금이 68,000,000원으로 감액된 ‘잔금영수일자 변경확인서(을 제1호증)’를 송부 받았다.
(6) 피고 조@@는 2008. 3. 22.경 주변 부동산사무실을 통하여 사칭자가 이 사건 대지의 실제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법원의 판단
(1)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근거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같은 법 제681조에 의하여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은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하여 이를 중개의뢰인에게 서면으로 제시하고, 성실․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위 권리관계 중에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매도, 임대 등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와 동일인인지의 여부를 부동산등기부와 주민등록증 등에 의하여 조사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주의의무의 정도에 관하여는 단지 부동산등기부와 주민등록증만을 조사․확인하면 중개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 되어 의뢰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된다고 볼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정도를 달리할 것이나, 특히 매도의뢰인 등이 알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에는 이에서 나아가 등기권리증의 소지 여부나 그 내용까지도 확인 조사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53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갑 제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한##은 2008. 1. 17.경 사칭자를 처음 보았음에도 그가 제시한 위조된 주민등록증과 등기부 등본만으로 소유자인지를 확인하였을 뿐 등기권리증 소지 여부 등은 확인하지 아니한 사실, 사칭자가 이 사건 대지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급매물로 매도의뢰를 하였던 사실, 계약 당일 사칭자가 모자와 장갑을 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었던 사실, 사칭자가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 매매대금을 감액하여 줄 테니 잔금일부를 미리 달라는 제안을 하였던 사실, 사칭자의 주민등록증은 발급자가 수원시장이 아니고, 발급일자가 1999. 12. 1.임에도 2003년경에 개청한 수원시 영통구청장 명의로 표시되어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한##, 조@@는 이 사건 계약을 중개함에 있어서 행동이 다소 의심스러운 사칭자에게 실소유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요구하고, 그가 제시한 주민등록증을 좀 더 면밀히 살폈다면, 사칭자가 이 사건 대지의 진실한 소유자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피고들은 중개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한##, 조@@는 이 사건 계약의 중개인으로서, 피고 협회는 위 피고들과 공제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로서 연대하여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손해배상의 범위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08. 3. 13. 사칭자에게 40,000,000원을 미리 지급한 것은 이 사건 계약에 기초한 것이고, 피고 한##과 조@@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바, 위 금원도 피고들의 중개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와 상당인과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손해배상의 범위는 일응 원고가 사칭자에게 편취당한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150,000,000원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직권으로 살피건대, 사칭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이 행정안전부의 음성서비스를 이용하여 진위확인을 하였어도 위조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발급일자가 실제 주민등록증과 일치하였던 점(발급기관 일치여부는 진위확인 사항이 아님),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및 과정, 계약의 내용과 중개수수료, 사칭자의 행위와 피해회복의 가능성 여부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공평의 원칙상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한도를 6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므로,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금원은 원고의 편취금에 위 책임제한 비율을 적용한 90,000,000원(=150,000,000원 X 0.6)이라고 할 것이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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