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의 핵심 사안들이 당분간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국토해양부는 당초 22일 경제위기 조기극복을 위한 핵심과제 실천계획을 담은 2009년 업무보고를 통해 강남권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을 해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양도세 한시적 면제 등 규제완화의 강도를 더 높이기로 했지만 이 모든 사항들이 이번 업무보고에서 빠졌다.
투기억제를 위해 마지막 보루로 남겨뒀던 규제사항들이 당분간은 유지되게 됐다는 점에서 일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누락이 이들 제도의 존치필요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당ㆍ정간 의견협의가 미진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고 보면 금명간 이들 규제도 풀릴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MB정부는 현재의 경제위기나 금융시장 불안이 부동산시장 침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경제위기나 금융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부동산규제의 강도를 더 해왔고, 속도에 박차를 가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경제위기나 금융시장 불안이 부동산시장 침체를 더욱 심화시켰던 것이지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해 경제가 위기를 맞이했다거나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 그간의 숱한 규제완화책이 시장에 반응하지 못하고 묻힌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물론 향후의 진행과정은 누가 선후라고 할 것 없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규제완화가 해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경제난국의 주범이 아닌데 자꾸 주범인양 몰아가고 그 논리대로 부동산 규제를 전면 완화 내지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책은 시장이 반응하도록 펼쳐야 하는 것이지 한번 정해놓은 길이라고 효과도 없는 규제완화책을 무턱대고 들이댈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마지막 남은 핵심 규제사항마저 완화 내지 해제하는 경우 실수요자나 투자자에게는 상당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규제완화의 강도가 사뭇 지대하기 때문에 실물경기 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거래가 활성화되고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고 더불어 경제가 소생한다면 바랄 나위 없지만 더 나아가 투기로 부동산시장이 얼룩진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해피한 생각인가? 지금 상황이 시급한데 규제 몇 가지 남겨 시장을 소생시킬 기회를 놓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부동산시장을 회복시키는데 규제완화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내수 진작을 통한 실물경기 회복이다. 주머니에서 꺼낼 종자돈이 바닥날 정도로 생계 걱정이 앞서고, 그렇다고 대출문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실물경기 침체로 상가공실이 증가하고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거래가 활성화되길 기대할 수 있을까?

내수 진작으로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면 투자심리가 저절로 살아나면서 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다. 투기재연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추가적인 규제완화 - 남은 규제라고 몇 개 되지 않지만 - 를 단행하기보다는 내수 진작에 올인하는 것이 부동산시장을 건전하게 회복하고 육성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가지 더 거론한다면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나 신뢰성 및 실효성 담보도 급선무다. 정책에 대한 신뢰성 상실이나 또 다른 정책이 예고된 상황에서는 정책에 대한 효과를 온전히 바랄 수는 없다.
이번 국토해양부의 2009년 업무보고 예도 그렇다. 강남권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1세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한시적 완화 및 비투기지역 양도세 면제 등의 규제완화가 논의됐다가 없던 일로 되고 또다시 시장상황을 봐 가면서 다시 논의한다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는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 거래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위기나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된 후의 투기방지 및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더 이상의 규제완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나 실효성 담보를 위해서는, 그리고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통한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기로 하였다면 정책은 가급적 일관성 있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
핵심 규제사안이 빠진 이번 국토해양부의 업무보고를 보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또다시 어설픈 이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장에 순기능적으로 반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예정됐던 사안들이 추가로 완화될 때까지 그나마 살아날 움직임을 보였던 강남권 재건축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등의 거래활성화를 후퇴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 업무보고를 통한 규제완화 대상에서 핵심 규제사안을 제외시킨 이유가 단지 시장반응을 본 후 결정하겠다거나 당ㆍ정 협의가 미흡했다는 등의 뜨뜻미지근한 처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반면 금융시장의 불안 해소와 경제위기 회복에 대한 징조 내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를, 더불어 부동산 대책만으로는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없음을, 과거 부동산 폭등의 진원지가 바로 강남권이었음을 인지하고 내린 조치였기를 바랄 뿐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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