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금융시장의 빅뱅을 불러올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라 함)이 지난 2월 4일 시행됐다. 자통법 시행 이후부터는 금융시장에서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증권, 자산운용, 선물, 종금, 신탁 등 5개 업종의 구분이 없어져 한 회사가 이들 모두를 겸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품금융기관의 업무범위가 그간의 열거주의적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에서 포괄주의적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신상품 개발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상품을 열거주의적으로 규율하고 있었던 체제에서는 증권거래법이나 선물거래법 등에서 열거하고 있는 상품외의 새로운 금융상품을 설계하거나 매매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했다. 반면 자통법에서 도입한 포괄주의 규율체제에서는 금융상품의 개념을 최대한 포괄적ㆍ추상적으로 정의함으로써 금융회사가 영위할 수 없는 업무만을 법에서 정의해놓고 정의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상품개발이나 판매가 허용되는 구조이다. 이를 테면 증권, 부동산, 실물, 파생상품 등 다양한 대상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집합투자상품 일종으로서의 혼합자산펀드, 재해, 범죄발생률, 날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취급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 그 예이다.자통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IMF 관리체제 당시 외국에 부동산시장을 개방한 이후 외국계 투자은행(투자회사)의 대표격인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대형빌딩들을 대거 매입한 후 어마어마한 차익을 남기고 간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우리나라가 외국계 투자회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는 투자은행이라는 직접자본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부동산투자는 물론 기업투자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자통법이다.당초에는 금융시장통합법이라는 명칭하에 은행, 보험업을 비롯한 증권, 종금, 자산운용, 선물, 신탁업 등 모든 금융관련업을 통합하고자 하였으나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은행, 보험업은 기존 법제를 유지하고 우선 자산운용, 종금, 증권, 선물, 신탁업 등 직접자본시장만을 통합하기로 하였다. 간접자본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은행은 그간 구조조정, 대형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왔기 때문에 이제는 어느 정도 외국은행과 견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도 은행이 자통법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 중 하나이다. 자통법 시행은 부동산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부동산관련 펀드 상품(이하 부동산금융투자상품이라 함)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 언급했듯 증권과 부동산이 결합된 집합투자상품 뿐만 아니라 미분양아파트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분양 펀드 내지 미분양 리츠 상품 출시도 예정되고 있다. 미분양 리츠ㆍ펀드의 경우 이미 지난해 10.21대책에서 건설부문 유동성 해소책 일환으로 제안된 후 12.22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재차 확인됐지만 시장여건 및 제도적 뒷받침 미흡으로 미분양 펀드나 리츠상품이 출시되지 못했다. 최근 대한주택공사가 이달중으로 1조원 규모의 미분양 리츠(CR Reits, 구조조정리츠)를 출범키로 함에 따라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 미분양 펀드도 연기금, 금융사 및 주택사업자를 중심으로 속속들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분양 리츠나 펀드 활성화는 건설사 유동성 회복은 물론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통한 부동산시장 회복에도 상당 부분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분양 리츠나 펀드 모두 일정기간(3년) 운용(임대) 후 매각하는 구조로 투자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미분양아파트를 최대한 저렴하게 매입하거나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미분양 펀드ㆍ리츠 출범 후에도 매수타이밍에 대한 조율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미분양 펀드ㆍ리츠가 대규모로 출범한다고 해도 미분양아파트가 당장 감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미분양아파트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외에 부실채권(NPL)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펀드 출현도 예상해볼 수 있겠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상품을 만든 후 모집된 펀드로 부실가능성이 있는 부동산담보부채권(저당권, 담보가등기권 등)을 매입하고 일정 기간 보유ㆍ운용한 후 매각하여 채권을 회수하거나 경매신청 등을 통해 채권액을 배당받는 구조이다.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를 줄이고 자산건전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권리에 대한 안정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투자상품도 개발이 가능한 상품이다. 예컨대 경매ㆍ 매매 취득 또는 임대차계약 체결 후 발생한 권리변동으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여 일정금액의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위험 발생시 사전에 정해진 지표에 따라 금전을 지급받는 파생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보험 상품으로 이와 유사한 권원보험(title insurance)이 1990년대 말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은 초동단계에 불과하다. 자통법 시행으로 권원보험 및 이와 관련한 금융투자상품의 개발 내지 판매가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다음으로 자통법 시행은 부동산 직접투자 위주의 패턴을 간접투자패턴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 내지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경험은 이미 지난 2001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부동산투자회사법에 근거하여 도입된 리츠(Reits)나 2004년 10월 5일 개정되어 12월 6일부터 시행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의 투자회사형 간접투자기구 도입을 통해 조성, 판매된 경매펀드(현대부동산경매펀드1호, GBwm부동산경매펀드1호 등)에서 경험한 바 있다. 부동산 실물을 거액을 투자해서 매입하고 관리하기에는 최근의 불안한 경제상황에서는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위험이 너무도 크다. 따라서 투자자의 자금부담 및 매입에서 관리, 처분까지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증권화를 통한 투자자금에 대한 유동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간접투자시장이 리츠, 경매펀드, 미분양펀드, 부실채권펀드 등 다양한 상품개발과 함께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자통법 시행이 부동산관련 상품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투자상품 개발에 러시를 이룰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상품판매에 대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즉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더라도 수요자인 투자자들이 그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팔릴 리가 만무하다.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주체의 상품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의 상품에 대한 이해나 투자상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성향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투자의사를 쉬이 결정하고 또한 위험성의 고저에 상관없이 금융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자통법 시행으로 그러한 풍경이 없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는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려면 자신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나이, 예상투자기간, 투자경험, 소득, 금융상품 지식, 투자성향 등을 묻는 투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해야 하고, 작성된 확인서를 토대로 자신이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 5단계 중 어느 단계에 해당되는지를 평가받게 된다. 자신이 안정형이면 안정형 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고, 만약 이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등)에 가입하고 싶으면 투자자 본인이 그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투자확인서(동의서)’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투자자 스스로에게 전가되는 책임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는 얘기다. 자통법 시행으로 향후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부동산 금융구조, 부동산 금융시장, 부동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변화를 읽고 이해도를 높이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통법은 금융시장 또는 금융투자환경 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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